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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자 최진석 교수의 생각 혁명 ‘지금 당장 철학 하라’
인문학자 최진석 교수의 생각 혁명 ‘지금 당장 철학 하라’
  • 송혜란
  • 승인 2017.04.09 0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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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석 교수


철학이란 생각이다. 왜 우리는 철학을 해야 하는가? 기적적인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어낸 오늘날. 우리나라는 중진국 상위 레벨까지 도달했지만 개인의 삶으로도 국가적으로도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현재를 맴돌고 있다.

이제는 무엇인가를 따라만 하던 관습에서 벗어나 스스로 삶의 격을 결정하는 탁월한 사유의 시선을 가져야 한다. 생각의 높이가 시선의 높이를 결정하고, 시선의 높이가 즉, 삶의 높이다. 철학 없는 시대를 향한 최진석 교수의 생각혁명.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는 법

건명원의 초대 원장인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교수는 오랫동안 개인과 사회를 날카롭게 관찰해왔다. 우리가 꿈꾸는 세계로 향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이 각성하고 혁명가이자 문명의 깃발이 되어야 한다는 최 교수. 그는 인문적, 지성적, 문화적, 예술적 차원으로서의 선진화를 철학을 통해 이야기했다.

우리나라는 지금껏 모든 것을 다 따라하며 살았다. 소소하게는 핸드폰이나 카메라 등의 물건을 비롯해 힙합 등 대중문화, 사회제도까지 우리나라에서 처음 만들어지거나 응용하기 시작한 게 거의 없을 정도다. 이 세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것은 다 생각의 결과다. 어떠한 물건이나 제도를 따라했다는 것도 사실 생각을 따라했다는 것과 같다. 물건과 제도 모두 생각을 반영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따라하는 것으로 가 닿을 수 있는 높이는 이미 도달했어요. 일반적으로 중진국이라고 하지요. 이제 우리가 해야 할 행위는 이를 넘어 어떠한 것을 선도하는 일입니다. 요즘 사회적으로 제일 강조하는 게 창의력 아닌가요? 앞으로는 창의력이 일어나는 높이로 가야 해요. 그 높이에 들어선 나라를 선진국이라고 합니다. 전략적인 사고, 상상이나 창의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게 철학적인 시선에서 가능하다는 이야기예요.”

진정한 의미의 철학이란

철학이란 생각 중에서도 가장 높은 단계의 생각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철학마저도 옛 서양 철학자들이 남긴 내용을 숙지하거나 그들을 따라 살아보는 차원에 머물러 있었다. 소위 누군가가 한 생각의 결과를 배우는 철학이었던 것이다.

이론적인 철학을 진리인 양 믿는 것, 나아가 철학을 직접 생각하지 못하고 수입하는 것은 곧 생각을 수입하는 것과 매한가지다. 생각의 종속은 가치관뿐 아니라 산업까지도 포함해 삶 전체의 종속을 의미한다. 이에 진정한 철학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궁극적인 논의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역사적인 세계를 배제한 철학은 진정한 의미의 철학이 아닙니다. 진정한 의미의 철학이란 스스로 삶의 토양 속에서 직접 생각하는 거예요.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전술적인 차원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읽는 시선을 통해 전략적으로 상승을 이끌어야 해요. 기능적인 대답에서 벗어나 스스로 주체적이고 인격적인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시선의 높이를 올려야 해요. 그래야 주위의 자극에도 흔들리지 않는 온전한 나를 찾을 수 있어요.”

왜 시선의 높이가 중요한가? 인간은 자신의 시선 높이 이상으로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생각의 높이가 시선의 높이를 결정하고, 시선의 높이가 활동의 높이를 결정하며, 활동의 높이가 삶의 수준을 결정한다. 결국, 삶의 수준이 높아진 개개인들이 모여 세계의 수준을 결정하게 되어 있다.

우리가 만든 틀 안에서 각 개인이 그것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게 아닌 스스로 고유의 자발성을 발휘해 독립을 이뤄내야 진정 우리가 원하는 통합의 세계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질문의 힘

이쯤 되면 역시 철학은 너무 추상적이라고 한탄하는 이도 있을 터. 이에 철학의 대중화를 위해 깊은 고뇌를 안고 사는 최 교수는 저서 <탁월한 사유의 시선>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철학을 생활 속에서 실천할 구체적인 팁도 내놓았다.

이는 부정(不定), 선도(先導), 독립(獨立), 진인(眞人) 총 네 단계로 요약할 수 있다. 기존의 것을 철저히 부정하고, 창의력과 상상력으로 시대의 흐름을 선도하며, 기존의 것과의 불화를 자초하는 용기를 통해 종속적인 나에게서 독립해 주체적인 나를 회복함으로써 자신만의 진리를 구성하는 참된 나, 즉 진인에 이른다.

가장 먼저 전면적인 부정이 필요하다. 아인슈타인이 말하기를, 세상에서 제일 멍청한 바보는 다른 결과를 기대하면서 같은 방법을 계속 쓰는 사람이라고 했다. 새로운 곳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존의 자기와 완전히 결별해야 한다. 이를 무시무시한 말로 그는 ‘자기살해’라는 표현을 썼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어떻게 버릴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 나온다. 이때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 큰 힘을 발휘한다. 질문은 자신에게만 있는 궁금증과 호기심이 안에 머물지 못하고 밖으로 튀어나오는 일이다.
 

 

인간은 결국 질문할 때만 고유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다. 수십 년을 살아오면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사회 교육 체제 하에 주입된 생각, 숱한 관계 속에서 굳어진 자기 생각을 진짜 자기의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을지 모른다.

“잠시 멈춰서 이 질문부터 해보세요. 나는 누구인가? 남의 시선에 의해 종속적으로 사는 사람은 결코 행복할 수 없습니다. 보통 다른 사람의 기준에 의해 사는 사람들은 쉽게 경쟁에 빠져요. 그러나 우리가 경쟁해야 할 상대는 이 세계에 오직 자신뿐입니다. 내가 지금 불행하다면 한 번쯤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지요. 아무리 부정하고 부정해도 끝까지 남는 자기가 분명 있을 겁니다.”

전면적인 부정, 그것은 곧 새로운 탄생을 의미한다. 자신을 둘러싸던 현실적인 한계까지 모두 다 버려야 한다. 철학적인 삶이란 투쟁적인 삶이므로….

“그동안 자신이 쌓은 안정적인 것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면서 얻을 수 있는 자유, 독립은 있을 수 없어요. 어느 정도 용기가 필요해요. 불안을 감당하면서 무엇인가를 감행하는 일이 바로 용기이지요.”

꿈은 애초 불가능해 보이는 것

자기살해를 거친 뒤에는 아직 오지 않은 곳으로 건너가는 선도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어떠한 나라가 문화적인가 아닌가 하는 점은 바로 새로운 장르를 만들 수 있는지가 결정한다고 한다. 장르를 만들면 그 장르가 새로운 산업이 되어서 경제적인 성취를 이루고, 경제적인 성취가 힘을 형성해 앞서 나가게 되는 것이다.

장르는 선도력, 선진으로 이어진다. 장르를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꿈이라는 최진석 교수.

“꿈이라는 단어가 너무 평범해서 의미가 없는 것 같지만, 사람은 꿈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혹은 꿈을 실현하려는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생각의 높이가 달라져요. 철학으로 인도하는 좋은 길이 꿈을 갖는 일인 이유이지요.”

여기서 또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나의 꿈은 무엇인가? 그 꿈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꿈을 실현하고 있는 사람인가? 고유한 존재가 자신의 욕망을 발휘하는 형태가 또 질문이다.

그래서 질문은 미래적이고 개방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철학의 가장 큰 핵심은 독립이다. 자신의 꿈보다 남이 좋다고 하는 일에 급급하다는 것은 자신이 독립되지 못하고 종속되어 있다는 의미인데….

“대개 사람들이 꿈을 꿀 때 가능한가, 가능하지 않은가를 먼저 따져요. 그러나 현재 가능해 보이는 것은 꿈이라기보다는 좋은 계획에 가깝습니다. 꿈은 ‘여기’에 있던 내가 ‘저기’로 옮겨가는 일이잖아요. 그런데 ‘저기’는 ‘여기’ 있는 문법으로는 전혀 해석이 불가능해요. 애초 꿈은 불가능해 보일 수밖에 없는 겁니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새로운 것들, 창의적인 것들 모두 처음에는 다 불가능해 보였던 것들이에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러한 꿈을 어떻게든 구체화할 수 있느냐, 고민하는 것뿐입니다.”

연결, 그리고 창의적 활동

그 고민은 굉장히 창의적인 사고력을 요구한다. 창의적인 사고는 또 어떻게 가능할 수 있단 말인가…. 그는 시의 은유법을 하나의 예로 들어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시는 은유로 이루어져 있다.

가령 ‘별이 밥이 되었다’라는 시적 은유가 있다고 치자. ‘별’과 ‘밥’은 원래 상관없는 단어인데 서로 연결되었다. 별의 의미에 밥의 의미가 첨가된 것이다. 결국, 별은 기존의 제한된 의미가 흔들려 밥이라는 영역까지 확장되어 갔다. 이렇게 서로 전혀 다른 것을 연결하는 게 창의라고 말하는 최 교수.

“‘창의란 연결이다’는 스티브 잡스의 말이 바로 이 뜻이에요. 그래서 시인은 인간 가운데 제일 위대한 사람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언어를 사용하지만, 시인은 언어를 지배해요. 언어를 가지고 놀면서 계속 그 의미를 확장해 가지요. 인간이 몰랐던 진실이 시인의 의해 드러나기도 합니다. 인간이 아직 가져보지 못한 영토를 시인의 은유를 통해 갖게 되는 거예요. 시인은 거의 창조주라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마치 우주처럼 자신의 세계를 계속 팽창해 가니까요.”

고독, 홀로서다

종속적인 나에게서 독립해 주체적인 나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다소 고독한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번잡하고 잡다한 일과 결별을 선언하자.

세상과의 불화를 자초하는데도 용기가 필요한 법. 진정한 용기는 삶의 불균형을 과감히 맞이하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사람은 고독으로 강해진다.

“오로지 나만을 위한 고독한 시간을 가지세요. 철학을 하려면 내면이 준비돼 있어야 합니다. 자신과 끊임없이 대화할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해요. 예능보다는 예술에 빠져보기도 하고요. 이 세 가지만 하면 됩니다. 그러고 철학책을 읽는다면 전혀 지루하지 않을 거예요. 그러다 보면 꿈도 생길 것이고, 결국 참된 인간으로서의 자신, 진인의 단계에 이를 수 있습니다.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는 법이자 독립된 개개인의 고유한 자발성을 통해 진보한 사회를 이룩할 유일한 길입니다.”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Queen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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