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7 00:50 (수)
 실시간뉴스
드라마 법정-불륜현장을 덮친 것이 주거침입죄?
드라마 법정-불륜현장을 덮친 것이 주거침입죄?
  • 송혜란 기자
  • 승인 2017.04.17 06: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드라마 <완벽한 아내> 고소영. 사진=KBS 티저 영상 캡처

남편 구정희(윤상현 분)가 외간 여자의 집에서 나오는 것을 목격했다는 제보에 불륜녀 나미(임세미 분)의 집으로 찾아간 재복(고소영 분). 재복은 자신의 집과 비밀번호가 같은 나미의 집에 들어갔다가 곳곳에 남편의 흔적이 있는 신혼집 같은 풍경에 분노하게 되고, 때마침 집에 들어온 정희와 나미를 피해 옷장에 숨어들었다가 나미에게 발각되고 맙니다.


KBS2 월화 드라마 <완벽한 아내>의 내용입니다. 남편의 불륜 증거를 잡기 위해 나미의 집에 몰래 들어간 재복에게 죄가 있을까요? 만일 재복이 현장에서 사진이나 속옷 같은 증거들을 챙겨갔다면 어떻게 될까요?

불륜현장 적발 목적이라도 정당행위 인정되기 어려워

형법은 사람의 주거지에 그 거주자나 관리자 등의 명시적, 묵시적 의사에 반하여 들어가는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정하고 있으면서(제319조 제1항) 동시에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는 정당행위로서 벌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제20조).

재복이 나미의 허락 없이 나미의 집에, 그것도 옷장 속까지 몰래 들어간 것은 사실이니 주거침입죄에 해당하는 것은 피할 수 없겠지만 이정도의 상황이라면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어떻게 판단을 했을까요.

불륜현장을 덮치기 위해 아내의 동생이 불륜녀의 집 마당에 몰래 숨어들어와 있다가 남편과 여자가 함께 집안으로 들어가자 대문을 열어주어 아내가 대문 안으로 들어오게 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들은 여자의 방문을 두드렸고, 별다른 의심 없이 여자가 방문을 열어주자 함께 방안으로 들이닥쳐 욕설을 하고 불륜의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서랍장을 열어보고 방안 내부를 카메라로 촬영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안에서 주거침입죄 유죄를 인정하면서 정당행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불륜증거 수집이라는 목적이 주거침입죄를 정당화해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증거 수집을 위하여 주거에 침입해야 할 만큼 긴급하고 불가피한 수단 또한 아니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혼소송의 증거가 될 물건들을 가져갔다면 재물은닉죄도 가능

만일 재복이 훗날 정희에게 이혼청구를 할 것을 대비해 정희와 나미가 다정하게 찍은 사진이나 빨래통에서 있던 속옷 등을 몰래 가져갈 경우에는 형법상 재물은닉죄까지 추가로 성립할 수 있습니다(제366조). 다만 이런 경우에도 사정에 따라서는 법원이 최대한의 선처를 베풀 수는 있습니다.

혼인신고를 마친 지 6개월도 안 되었는데 남편이 임신한 아내를 두고 불륜녀와 동거를 하고 있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아내는 남편을 미행하였고 새벽에 남편의 승용차가 불륜녀의 아파트 주차장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간통현장을 덮칠 목적으로 경찰에 신고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출동한 경찰관들은 집안에 인기척이 없다는 이유로 돌아갔고, 결국 아내는 드라이버와 망치로 아파트 현관 잠금장치를 부수고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역시나 집 안에는 남편과 불륜녀가 함께 있었고 아내는 이불, 베개 커버, 수건, 속옷 등을 챙겼으며 이때 가져간 불륜녀의 속옷에서 남편의 정액 DNA가 나왔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아내에 대해 주거침입죄와 재물은닉죄를 인정하면서도 신혼초기에 남편의 외도로 인해 아내가 감내하기 힘든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며 벌금 300만원의 선고를 유예하였습니다. 실제로 벌금을 내지도 않고 일정기간만 지나면 형이 면제되도록 한 것이니 최대한의 선처를 베푼 것이죠.

 위의 사례를 읽으시며 ‘무슨 법이 그러냐’며 답답해하시는 분들 많으실 것입니다. 정당방위, 정당행위를 인정하는 법원의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배우자의 외도에도 억장이 무너지는데 피고인이 되어 법적인 처벌까지 받지 않으려면 유사한 일이 발생하였을 때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셔서 슬기롭게 문제를 해결해나가시길 바랍니다.


김연수 변호사의 법률상식 TIP

Q. 외도가 의심되는 배우자의 휴대폰과 이메일을 뒤져봐도 문제가 되나요?   
 - 동의 없이 비밀번호나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그 내용을 확인할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Q. 외도가 의심되는 배우자의 차량이나 방에 녹음기를 설치하면 문제가 되나요?
 - 동의 없이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청취하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글 김연수 변호사(법무법인 청파)  사진 KBS 드라마 <완벽한 아내> 티저 영상 캡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