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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으로 만든 코리아 와인의 자존심, 실라리안 2011 감그린 Regular ★★★★
감으로 만든 코리아 와인의 자존심, 실라리안 2011 감그린 Regular ★★★★
  • 백준상 기자
  • 승인 2017.04.18 0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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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청도군에 내려갔다가 이 지역에서 유명한 감으로 만든 와인 하나를 얻었다.

농업회사법인 청도감와인(주)에서 생산한 화이트 와인인 ‘SILLARIAN GAMGRIN Regular’가 그것이다. 2004년 감으로 만든 세계 최초의 와인이라 하여 국내에서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제품이다.

지역특산물인 청도반시로 만드는데, 감을 특수 효모로 발효시켜 2년 이상 숙성시켜 만든다고 홍보하고 있다. 병입 후 숙성장소이자 시음장소인 청도 와인터널은 1904년 준공된 길이 2㎞ 이상의 터널로 일대에서 관광지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 곳이다.


감은 포도당 과당 등 당질이 15~16%를 차지하는데다가 떫은맛을 내는 ‘디오스프린’이라는 타닌(Tannin) 성분이 있어 와인으로 만들기에 적당하다. 타닌의 함량이 포도의 5배나 되지만 감에 생성된 아세트알데히드와 결합해 물에 녹지 않는 성분이 되면 떫은맛이 사라진다고 한다.


중국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원산인 과수를 가지고 한국에서 본격적인 감 와인을 생산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하겠다. 연간 50만 병 생산능력을 갖추고 주로 대구·경북지방을 중심으로 연간 3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서양 사람들은 감의 타닌 성분이 지방질과 작용하여 변을 굳게 하기 때문에 감 먹기를 꺼리는데, 2006년부터 5년간 미국에 100억 원어치의 감 와인을 수출한 것을 보면 감을 와인 형태로 섭취하는 것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없는 듯하다.


농업회사법인 청도감와인이 생산한 감 와인은 국내 개최 APEC 회의를 비롯해 여러 행사의 공식건배주로 채택되었다. 다른 생산제품인 아이스 감와인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취임식 공식건배주로도 선정된 바 있다.


그런 와인업체의 감 와인을 박근혜 탄핵인용 기념주로 마시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얼마 전 벌어졌다. 시음한 제품의 제조년월일은 2016년 12월 6일로 별도 표기되어 있다. 원재료는 국내산 감 93.5%에 정백당, 효모, 산화방지제이다.


파쇄, 착즙, 발효, 숙성, 정밀여과, 포장 등 정통와인 제조공법으로 만든다는데 백설탕(정백당)이 들어간 것은 약간 의외다. 감 과실 자체만으로는 풍부한 단맛을 내기 어려워서였을까.
 

감그린 Regular는 아름다운 황금빛 액체에 풍부한 과일 향을 지녔다. 단맛이 주조이지만 떫은맛과 신맛의 가세로 오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어 많이 마셔도 거북하지 않다. 일반 사람들을 상대로 포도로 만든 와인이라고 말해도 믿을 정도로 기존 와인들에 뒤지지 않는 풍미를 지녔다.
 

알코올 함량은 12%지만 취기는 빨리 올랐다. 마개를 개봉하면 끝까지 다 마셔야 할 정도로 풍부한 매력을 지니고 있는 와인임에 틀림없다.

 

[Queen 백준상 기자] 사진 [Queen 김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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