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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음식 명장’ 선재스님, 삶을 깨우고 돌보는 행복한 음식
‘사찰 음식 명장’ 선재스님, 삶을 깨우고 돌보는 행복한 음식
  • 송혜란
  • 승인 2017.04.18 0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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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어디를 가나 ‘맛집’, ‘먹방’, ‘요리 대결’이 큰 인기다. 맛있는 음식은 넘쳐나고, 요리사는 늘어나는데…. ‘혼밥’이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편의점 인스턴트 음식 종류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맛의 기준이 음식의 가장 큰 미덕이 되고, 음식은 오직 소비에만 집중되는 모양새다. 스스로 몸과 마음은 등한시하면서 말이다. 우리는 과연 잘 사고 있는 것일까? 선재 스님의 삶을 깨우고 돌보는 사찰 음식 이야기.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고도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스님은 그 이유를 사찰 음식에서 찾았다.  


“현대인들이 대개 달고 짜고, 자극적인 음식을 많이 먹잖아요. 최근 제게 상담을 받은 한 부부가 유방암 환자였어요. 평생을 함께하며 같은 음식을 먹었기 때문입니다. 암은 면역 체계가 깨져서도 오지만, 호르몬 요인도 커요. 특히 유방암은 더 하지요. 호르몬은 우리가 먹는 음식 속 설탕과 유전자조작 식품, 올리고당, 조미료에 다 들어 있어요. 자연적으로 발효하지 않은 달고 짠맛이 건강에 좋을 리 없지요.”


자극적인 음식에 길든 식습관이 몸은 물론 마음 건강에까지 악영향을 미친다. 인위적인 단맛은 우울증을 불러오고, 특히 설탕은 우리 몸에 빨리 흡수되는 만큼 성질을 급하게 만드는 데 일조한다. 몸에 좋은 영양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몸속 칼슘을 고갈시키는 설탕. 음식은 곧 생명, 먹는다는 것은 곧 산다는 것과 같다는 선재 스님. 몸과 마음도 연결돼 있다. 몸이라는 그릇 안에 생각과 마음이 담기는 것이다.


“몸과 마음은 하나의 유기적 통합체입니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육체, 정신, 영혼 모두에 영향을 미쳐요. 또 이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상적 창조 행위이기도 합니다. 부처님이 음식에 대해 많은 당부를 남긴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지요. 제가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라고 먼저 물은 것도 몸을 잘 관리하고 있느냐는 뜻이에요. 내가 무엇을 먹고 살고 있는지 살피며 바른 음식을 먹고 바른 생각으로 살아야 지혜롭게 잘 살 수 있답니다.”


결국 답은 사찰 음식에 있다는 스님. 사찰 음식이 수행자의 음식이기 때문이란다. 수행은 내 안에 있는 맑은 영혼을 깨달아 가는 것. 세상의 모든 생명이 나와 같은 생명체라는 것을 인정해 주고, 서로 배려하며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 모두가 꿈꾸는 삶이 바로 사찰 음식에 다 들어 있다.


현대인에게 수행자의 음식이 절실한 이유이다.
 

사찰 음식의 세 가지 맛

사찰 음식이 산에서 내려와 대중의 곁으로 내려온 지 어언 30여 년. 그동안 사찰 음식은 우리 곁에서 어떻게 이해됐을까? 스님의 사찰 음식 이야기를 듣다 보면 마치 삶의 철학을 배우는 기분이 든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기 전, 수행자들은 육체를 모든 번뇌의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번뇌를 끊어 내기 위해 육신을 극한의 고행으로 밀어붙이고, 거기서 정신적 안락을 구하려 한 것이다. 부처님 역시 처음엔 단식을 하는 등 고행의 수행법을 따랐다. 그러나 그 끝은 처참하고 피폐해진 육체만 남았다.


부처님은 몸을 혹사하는 고행이 깨달음에 이르는 올바른 방법이 아님을 알고 그만두었다. 그리고 따뜻한 ‘유미죽’을 먹고 기력을 회복한 후 몸이 편안한 상태에서 비로소 깊은 명상에 들어 깨달음에 이르렀다고 전해진다. 이때 부처님이 드신 유미죽이야말로 사찰 음식의 기원이라고 스님은 설명했다.


우리는 보통 음식을 먹을 때 맛을 중요시한다. 사찰 음식에도 세 가지 맛이 있다. 음식의 에너지가 주는 맛과 기쁨의 맛, 기의 맛이 그것이다. 음식의 맛이란 식품 그 자체의 맛이고, 기쁨의 맛이란 음식으로 인해 마음이 기뻐지는 맛이다. 또 기의 맛은 수행으로 얻어지는 맛을 뜻한다.

 

“몸과 마음을 맑게 하는 음식을 먹고 지혜를 터득해 가는 기쁨을 얻는 것이 바로 수행의 맛이에요. 보통 사람들에겐 삶을 충실하게 채워 나가는 맛, 한마디로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맛이지요. 음식을 통해 음식을 버리듯 이러한 사찰 음식을 깊이 이해하면 다시 세상에 온통 먹을 게 천지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사찰 음식만으로도 조율과 절제, 비우는 삶이 가능해요.”


핵심은 제철 재료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음식을 선택하고 어떻게 조리해서 먹어야 하는지, 그리고 정말 먹어야 할 음식들을 스스로 선택해서 먹을 수 있어야 한다. 이에 사찰 음식의 핵심은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제철 재료에 있다고 스님은 말했다. 다른 생명에 해를 주지 않고 자연에서 거둔 제철 재료. 때를 알고, 때에 맞게 먹고, 때를 따른다는 것은 자연의 운율에 맞춰 살아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가 흔히 들어온 ‘때에 맞춰 먹으라’는 말은 ‘지금 이 순간을 살라’는 부처님의 가르침과도 맞닿아 있는데…. 때마다 먹는 음식의 에너지가 우리 몸에 차곡차곡 쌓이듯, 순간순간이 모여 일생을 이룬다는 선재 스님. 매 순간 ‘나는 지금 이렇게 살고 있구나’ 하고 자각해야 진정한 기쁨과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제철 재료로 만든 음식은 말 그대로 봄, 여름, 가을, 겨울 자연의 리듬에 맞춰 제철에 거둔 재료로 조리한 음식이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 거둔 신선한 재료로 만든 음식도 제철 음식이라 부른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땅에서 같이 호흡하며 같은 물을 먹고 햇볕을 쬔 곡식들이 내 몸과 가장 잘 어울리기 때문이라나. 또 가공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재료로 만든 음식, 마지막으로 여러 가지 음식이 잘 조화되도록 지혜를 발휘해 먹는 것이 제철 음식, 곧 사찰 음식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하늘 아래 모든 생명은 다 같아요. 만물은 흙과 물, 불, 바람이 만들어 낸 자연의 이치에 의해 돌아가게 돼 있지요. 추울 때는 추움을 견딘 것을 먹어 줘야 우리도 추위를 견딜 수 있습니다. 더울 때는 더운 것을 견딘 음식을 먹어야 해요. 그렇지 않고 비닐하우스에서 인위적으로 키운 재료로 요리해 음식을 먹으면 내 몸도 상하지만 자연도 훼손되게 마련입니다. 제철 음식은 그야말로 생명 존중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어요.”

행복으로 이끄는 사찰 음식

선재 스님 또한 오래전 시한부 선고를 받고 사찰 음식을 통해 건강을 회복해 갔다. 지금은 자신과 같은 아픔을 세상 사람들이 겪지 않도록 음식 수행자로 나선 스님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대한불교조계종단으로부터 최초로 ‘사찰 음식 명장’을 수여받았다. 최근에는 저서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를 펴내며 한창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선재 스님.

“사찰 음식은 곧 약이에요. 저도 병을 앓았을 때 절집 음식을 먹으며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채식주의자라 밀가루는 별 의심 없이 먹었는데, 거기에 유전자조작 성분과 방부제가 듬뿍 들어 있었던 거예요. 밀가루부터 끊었더니 몸이 한결 가벼워지고 무너졌던 면역 체계도 다시 세워졌어요. 잔병은 물론 불면증도 모두 사라졌지요.”

물론 사찰 음식이 곧장 삶에 큰 변화를 줄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오늘 내가 먹은 것은 무엇인지, 한 번이라도 스스로 물어보는 기회가 된다면 어떨까? 그렇게 하루를 돌아본다면 이는 삶의 태도를 바꾸는 작은 씨앗이 될 것이라고 스님은 조언했다.

“사찰 음식을 모든 사람이 배운다면 세상은 그만큼 안전해지고 평화로워질 것이라 믿어요.”


참~쉽죠잉?
선재스님에게 배우는 사찰 요리

 

1. 봄에 먹는 산삼, 냉이 김치 
재료 : 냉이 500g, 고춧가루, 고구마가루죽, 간장(소금)

① 냉이는 깨끗이 손질한 후 간장을 뿌려 절인다.
② 절인 냉이에 고구마가루죽, 고춧가루를 넣고 무친다.

※코멘트 : 냉이는 봄에 먹는 산삼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몸에 좋은 영양소가 풍부합니다. 냉이를 날 것으로, 또는 살짝 대처서도 먹을 수 있지만, 이렇게 김치로 담가 먹으면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할 뿐 아니라 냉이가 가진 약초의 효과를 더욱 톡톡히 볼 수 있어요. 특히 냉이는 추운 겨울 땅에 뿌리를 박고 자란 식물이잖아요. 그만큼 우리 몸의 면역력을 기르는데도 큰 도움을 줍니다. 겨울을 지낸 냉이에는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해 간은 튼튼하게, 눈은 맑게 해 줘요. 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춘곤증을 예방하기에도 냉이가 제격이지요.

 


2. 혹독한 겨울을 이겨 낸, 시금치 김치

재료 : 시금치 400g, 들깨즙, 간장 소금 고춧가루

① 시금치는 뿌리째 다듬어 살살 여러 번 씻는다.
② 들깨즙에 간장, 소금, 고춧가루를 넣어 섞은 후 시금치에 부어 살살 무쳐 낸다.
③ 하루 지나서 숨이 죽으면 먹는다.

※코멘트 : 시금치는 여름에도 먹을 수 있지만, 혹독한 겨울을 이겨낸 시금치를 먹기에는 지금이 적기입니다. 냉이와 마찬가지로 시금치도 겨울 동안 추운 땅에 뿌리를 박고 지금까지 잘 살아난 채소에요. 굉장히 단맛이 강하지요. 우리 몸에 좋은 영양소가 풍부합니다. 유일한 단점이 시금치를 먹으면 몸 안에 수석이 생길 수 있다는 건데요. 이때 기름이나 깨소금을 함께 먹어 주면 좋아요. 또, 시금치를 그냥 먹는 것보다는 김치로 만들어 먹어야 채소의 성분이 몸에 잘 흡수됩니다. 다만 김치에는 기름을 넣을 수 없으니 들깨를 간 들깨즙을 대신 넣어 주는 게 핵심이에요.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Queen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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