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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공백 깨고 EBS 라디오로 돌아온 최현정 아나운서
긴 공백 깨고 EBS 라디오로 돌아온 최현정 아나운서
  • 송혜란 기자
  • 승인 2017.04.24 0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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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ueen 2016년 4월호] 지난해 돌연 MBC를 나와 프리랜서를 선언했던 최현정 아나운서가 EBS로 컴백했다. 라디오 <책으로 행복한 12시>의 새 DJ로 발탁된 것. 특유의 부드럽고 차분한 진행으로 뭇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그녀. 향후 행보가 기대되는 최 아나운서를 만나본다.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방송이 좋아요”

“책으로 행복한 12시, 최현정입니다.”

오랜만에 그녀의 목소리가 라디오 전파를 타고 울려 퍼졌다. 모처럼 듣는 반가운 목소리의 주인공을 만나기 위해 청담동의 한 플라워카페로 향했다. 봄기운이 물씬~ 느껴지는 카페 안의 화사한 꽃들이 마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그녀와 닮은 듯했다.

“더 넓은 세상에서 방송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회사를 나왔는데, 공백기가 좀 길었죠? 개인적으로는 새롭게 도전한 일로 바쁘게 지냈습니다.”

올해로 서른일곱 살에 접어든 그녀. 대학을 졸업한 지 13년 만에 그녀는 다시 학교의 문을 두드렸다.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 상담교육학과에 입학한 것이다. 이제야 진정 자신이 좋아하는 공부를 발견한 그녀는 앞으로 심리상담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대학원에 가면 20대의 풋풋한 학생들 천지인데…. 다소 늦은 나이에 시작한 만큼 한 5년 정도는 족히 공부에 전념해야 할 것 같아요. 새롭게 도전하는 분야라 아직 생소한 것들이 많거든요. 하나하나 배워갈 때마다 참 신기한 것투성이에요. 심리학 공부는 저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의료사고로 고통받는 환자를 위해

그녀가 이러한 상담심리학 공부에 매진하게 된 데에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4년 전 ‘환자샤우팅카페’의 진행자로 처음 환자단체연합회와 인연을 맺은 것이 큰 계기가 되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질병으로부터 고통받는 환자의 건강권과 치료 과정 전반에 대한 자기결정권,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를 되찾기 위해 활동하는 비영리 단체다. 특히 이 단체는 의료사고로 힘들어하는 환자와 의사가 소통할 수 있는 곳으로 환자샤우팅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의료 환경 특성상 치료에 대한 모든 정보는 다 의사가 가지고 있어요. 환자는 무조건 의사의 말을 믿고 따를 수밖에 없지요. 환자가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가 많이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혹여나 의료사고라고 의심될 만한 일이 생겨도 병원이 책임을 회피하면 환자는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곧잘 억울한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실제 병원의 책임이 명확해 보이더라도 이를 환자가 직접 입증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그들이 겪는 심적인 아픔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풀어놓는 최현정 아나운서. 그러고 보면 그녀는 늘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에 대해 강력하게 주장하고, 늘 사회적 약자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일에 주력해 왔다. 억울한 이들의 사연을 전하는 그녀의 눈빛이 진심 어리게 반짝였다.

“모든 정보는 다 병원이 가지고 있는데 설사 의사의 책임이 확실하더라도 이를 환자가 어떻게 입증할 수 있겠어요. 그러한 환자들이 나와 억울함을 샤우팅(shouting)하는 곳이 바로 환자샤우팅카페입니다. 환자가 자신의 상황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면 변호사는 법률적으로, 의사는 의학적으로 조언을 해줘요. 병원에서 그렇게 처리한 것은 옳고, 또 저것은 병원에서 대처를 잘못한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곳이기도 하지요.”

극단적인 경우 환자가 사망에 이르렀을 때 유가족이 병원에게 바라는 점은 정직한 사과와 억울한 마음을 이해해주는 것…. 유가족은 병원에서 냉정하게 나올 때 더욱 큰 상처를 받는다.

“이러한 사람들이 나와 가슴이 미어지도록 그 억울함을 마구 호소하는데 제가 그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같이 우는 것밖에 없더라고요. 저 또한 전문적으로 큰 도움을 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저렇게 울분을 쏟아내는데 어떻게 다독거릴 수 있을까? 힘들어하는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일…. 그때부터 전문적으로 심리학을 공부하기 시작한 겁니다.”

 


개인적인 치유의 수단

물론 그녀만의 개인적인 이유도 있다. 누구나 그렇듯, 그녀에게 또한 힘든 시기가 있었음은 물론이다. 그럴 때 그녀가 심리 상담을 받는 데는 큰 용기가 필요했다고 한다. 가끔은 심리학책을 찾아보는 것만으로 해소하기도 했다고. 심리학에 대한 보다 전문적인 지식이 자신에게도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그녀의 판단이 있었다. 심리상담사라는 직업도 그녀에게 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아나운서는 아무래도 젊을 때 반짝 빛나고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한계에 부딪히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잖아요. 그런데 심리상담사는 상담경험이 많고 관록이 쌓일수록 더욱 인정받는 직업이에요.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더 자신감이 생기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심리상담사는 굉장히 매력적인 것 같아요.”

예전과 같이 아나운서만이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지 않은 현 방송 트렌드도 그녀에게 영향을 미친 것일까? 아나운서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교양 프로그램이 점차 사라지고 예능 프로그램이 판치는 현 방송계에서 아나운서는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 가는데….

“그렇다고 제가 예능에 나가 재기발랄하게 사람들을 웃길 수 있는 스타일도 아니니까요. 계속 저의 전문성을 고민했던 것 같아요. 생각해보니 제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편이더라고요. 게스트의 모든 인생사를 잘 들어주는 프로그램은 자신 있어요. 심리상담사 커리어를 방송에서도 활용, 가능하면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없을 것 같습니다.” 

요즈음은 쿡방이 유행이라면 언젠가는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방송이 흥할 때가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기대감을 내비치는 최현정 아나운서. 그녀의 예측이 벌써 맞아떨어지는 것일까. 최근 그녀는 정치와 사회, 경제, 문화 각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뿌리와 가지가 되어 온 명사들의 이야기를 만나는 tvN 프로그램 <고성국의 빨간 의자>에 MC로 합류한 바 있다.

특별한 책 읽기 시간

크고 작은 역할로 꾸준히 방송 경험을 쌓아온 최현정 아나운서. 이번 만남의 이슈가 되어준  EBS 라디오 <책으로 행복한 12시>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었다. 그녀는 문지애 아나운서의 바통을 넘겨받으며 봄 개편을 맞아 <책으로 행복한 12시>의 DJ를 맡게 되었다. 평소 <책으로 행복한 12시>의 애청자이자 문지애 아나운서와 친한 선후배 사이이기도 한 그녀는 재미있는 책을 같이 읽으며 일상에서 설레는 순간을 늘려 가는 일에 잔뜩 신이 난 모습이었다.

<책으로 행복한 12시>는 1부에서 매주 한권의 소설을 선정해 최현정 아나운서가 직접 소설을 낭독하고 소개하는 시간으로 꾸며지며, 2부는 요일별 게스트와 함께 에세이, 인문, 심리, 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책들을 통해 특별한 책 읽기 시간을 갖는다.

“일주일에 7권의 책을 읽어야 하는 거예요. 처음에는 이렇게 많은 책을 어떻게 다 읽나 걱정이 많았는데, 약간 강제성이 생기니까 평소보다 책을 더 많이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게스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더욱 더 많은 책을 읽고 싶어지기도 하고요. 매주 어떤 책을 다룰까 고민하는 일도 매우 즐거워졌어요.”

TV프로그램과 달리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라디오의 매력에도 푹 빠진 최현정 아나운서. 자신의 말 한마디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댓글이 마치 청취자와 수다 떠는 기분을 주어 요즘 방송하는 시간이 무척 재미있다고 한다. 이 긍정적인 에너지를 타고 그녀가 앞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길 힘껏 응원해 본다. [Queen 2016년 4월호]


[Queen 송혜란 기자 ]  사진 [Queen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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