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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가이버’ 박기홍 씨의 에코 라이프 철학
‘박가이버’ 박기홍 씨의 에코 라이프 철학
  • 송혜란
  • 승인 2017.04.25 1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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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닉 스토리
▲ 서울농업기술센터에서 박기홍 씨가 수경재배 식물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한여름의 뜨거운 바람을 막아주고 실내 온도를 낮춰 냉방비를 아껴주는 녹색 커튼. 녹색 커튼은 덩굴식물을 이용한 친환경적인 재배로 에너지를 절약해주는 그야말로 효자 기술이다. 하나뿐인 지구를 위한 에코 라이프 철학이 담겨 있는데….

최초로 녹색 커튼을 만들어 전 도시 보급에 나선 박기홍 씨. 그는 적정기술 분야 전문가다. 도시농업에 필요한 빗물활용법과 파이프 팜까지 모두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고 하여 별명이 ‘박가이버’란다. 남다른 환경 사랑에서 비롯된 그의 오가닉적인 삶을 듣기 위해 서울농업기술센터를 찾았다.

세상을 초록빛으로 물들이다

“도시에서 농사를 지은 지는 올해로 11년 정도 됐어요. 처음 옥상으로 이사를 했는데, 집 앞에 있는 국화 화분에 무심코 심은 상추 씨앗이 작은 계기가 됐죠. 결국 상추가 화분을 선점해 국화는 죽고 말았는데요. 그래도 가끔 상추를 뜯어서 밥과 함께 싸 먹는 게 무지 재밌는 겁니다.(웃음)”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농사는 그의 취미에 불과했다. 컴퓨터 개발자로 직장에 다니며 바쁜 나날을 보내던 그는 제때 화분에 물을 주지 못해 고민하다가 자신의 기술을 접목해 빗물을 받아 자동으로 관수하는 시설을 만들었다. 한때는 귀농을 진지하게 생각할 정도로 농사의 큰 매력에 빠진 그는 자동 관수 기술로 서울시장에게 큰 상을 받자 도시 내에서 농업과 적정기술의 접점을 찾기 시작했다.

“자녀가 셋이어서 시골에서 애들을 키우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렇다면 내가 도시에서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도시농업과 적정기술을 접목시켰습니다. 결과는 생각보다 좋았어요.”

2013년 하늘나무라는 회사를 만든 그는 서울농업기술센터, 노원도시농업네트워크, 서울대와 협업해 빗물재활용, 건축용으로 사용하던 PVC파이프를 이용해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는 파이프 팜, 녹색 커튼까지 도심 곳곳에 펼쳐 놓으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녹색커튼의 장단점

적정기술이란 이미 다 만들어진 완제품을 구입해 사용하던 것에서 벗어나 생활 속 작은 기술을 모아 좀 더 저렴하고 손쉽게 직접 만드는 것을 일컫는다. 적당기술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러한 특징이 도시농업과 아주 잘 맞았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 중에서도 2015년 말 본격적으로 시작한 녹색 커튼의 효과가 가장 컸고, 반응 역시 가장 좋았다. 녹색 커튼은 덩굴식물을 이용해 창문이 있는 한쪽 외벽을 가려 여름철 냉방에 필요한 전기를 절전해 준다. 밖에서 식물이 한번 걸려주기 때문에 실내에 먼지도, 소음도 훨씬 적게 들어오는 효과가 있는 것은 물론이다.

▲ 녹색 커튼이 한 벽면을 모두 덮어 광활한 모습을 자아내고 있다.


“작년에 서울에 있는 월계초등학교와 태랑중학교 몇 개 반에 녹색 커튼을 설치했더니 항의가 들어왔어요. 녹색 커튼이 설치된 반은 창문을 열고 시원하게 수업하는데, 자기네 반은 창문을 닫고 에어컨까지 틀어야 한다는 거예요. 특히 선생님들이 교실 맨 앞 창문 옆에 앉아 있어서 여름에는 무척 더운데, 녹색 커튼에 굉장히 만족해 했어요.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시선을 다른 곳에 뺏기지 않아 좋고, 창밖에 온통 녹색뿐이니까 눈 건강과 정서교육에도 유익했다고 다들 난리였습니다.”

흔히 사람들은 녹색 커튼을 설치하면 창문을 자유자재로 열고 닫지 못하거나 바람이 안 통해 더 덥지 않으냐고 생각하기 쉽다. 녹색 커튼에 장점뿐 아니라 단점은 없을 지 궁금했다.

“사실 여름의 바람은 뜨거워서 안 좋아요. 외벽과 어느 정도 간격을 두고 설치하므로 창문을 여닫는데도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녹색 커튼을 조성하면 식물이 증산작용을 하며 주변 온도를 낮춰주는데, 크게는 25도까지 차이 납니다. 가끔은 창문 밖 풍경을 보지 못해서 아쉽지 않느냐고 묻는 분도 계시는데, 삭막한 도시 풍경보다 차라리 녹색이 훨씬 보기 좋지 않을까요?”

녹색 커튼은 매년 5월 식재하기 시작해 7월 말에 접는 것을 목표로 설치한다. 겨울에는 채광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빠른 시간 안에 12m까지 올려야하므로 작물로는 둥근잎유홍초와 나팔꽃이 가장 적합하다. 간혹 풍선초를 배합하기도 한다. 유난히 더웠던 지난해 여름, 다른 관공서의 냉방비가 150만원, 200만원 오른 데 비해 녹색 커튼을 조성한 관공서의 냉방비는 고작 730원 올랐을 정도로 실제 에너지 절감 효과는 대단하다고 그는 자랑했다.
 

이웃과 함께 하는 친환경 기술

올해는 녹색 커튼 설치 장소를 다섯 곳 정도 더 늘리고, 이를 아파트나 일반 가정집에도 설치할 방법을 연구 중이라는 박기홍 씨. 특히 일반 가정의 경우 외벽이 아닌 아파트 베란다에 한정돼 있어 아쉬움이 많다고 한다. 녹색 커튼은 실내보다 실외에 설치해야 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다.

도시농업을 시작한 후 환경에 대한 감수성도 매우 깊어졌다는 그는 앞으로 태양광을 이용한 친환경 적정기술을 개발해 도시농업에 크게 기여하고 싶다고도 말했다.

“실내에서 식물을 키울 때도 난방이 필요하잖아요. 되도록 전기나 에너지를 쓰지 않고 태양광을 활용해 따뜻한 물, 공기를 보급할 방법을 고안하고 있 중이에요. 도시농업 하는 분들이 다들 하나같이 좋은데요. 그분들과 함께한다는 데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요즘은 늘 즐겁고 행복해요. 제가 개발한 기술도 특허를 내기보다는 가능한 오픈해서 보다 많은 분들이 그 혜택을 볼 수 있게 할 거예요. 이게 또 나누는 삶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Queen 양우영 기자] 자료 사진 하늘나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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