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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함을 굽다, 비건 베이커리의 리더, 최태석 셰프
건강함을 굽다, 비건 베이커리의 리더, 최태석 셰프
  • 유화미 기자
  • 승인 2017.05.10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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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닉 피플

달걀과 우유, 그리고 버터가 없어도 맛있는 빵을 만들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충분히 고소하고, 넘치게 맛있는 빵을 만들 수 있다’. 국내 비건 베이커리의 일인자라 불리는 최태석 셰프에게선 언제나 빵 굽는 고소한 냄새가 떠나지 않는다. 그를 만나 건강한 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사진 Queen 양우영 기자

이제 빵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식품이 되었다. 오히려 밥보다 빵을 더 자주 먹는다며 쌀이 아닌 밀이 주식이라고까지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빵을 먹으면 속이 더부룩하고 심하면 피부까지 나빠진다는 후유증(?)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다. 빵의 주재료인 밀가루에는 글루텐 성분 함량이 매우 높다. 글루텐이란 밀이나 보리 등의 곡류에 존재하는 불용성 단백질이다. 글루텐이 우리 몸에 해로운가 아닌가에 대한 갑론을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지만, 글루텐이 우울증이나 소화불량을 일으키는 등 잠재적으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면서 유럽이나 미국 등지에선 글루텐 프리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꼭 글루텐 때문만이 아니어도 빵을 많이 먹으면 우리 몸에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 아이의 첫 번째 빵

비건이란 동물성 식품을 전혀 섭취하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를 말한다. 비건 베이커리도 이에 따라 우유나 버터, 달걀 등의 동물성 제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만드는 빵이다. 유제품뿐만 아니라 꿀도 일체 사용하지 않고 발효도 꼭 천연 발효를 시킨다. 일반적으로 빵을 만들기 위해선 위에서 언급한 재료들이 필수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래야만 맛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필수 재료 없이도 어떻게 맛있는 빵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일까. 최태석 셰프는 얼마든지 건강한 재료들로 대체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밀가루 대신 쌀가루를 이용하거나 우리나라 토종 밀인 앉은뱅이밀을 사용한다. 앉은뱅이밀은 글루텐 함량이 매우 적다. 우유는 콩으로 만든 두유로 대신하고 버터의 자리는 현미유가 차지한다. 여기에 쑥이나 깨, 흑임자 등으로 색이나 맛을 낸다. 가루가 필요할 땐 재료들을 직접 방앗간에 가져가 갈아서 사용한다. 이렇게 색소나 방부제 같은 해로운 물질이 전혀 들어가지 않고 천연 재료만을 사용해 만들기 때문에 소화 기능이 약한 아이들이 먹어도 괜찮다.
“알레르기가 있어서 빵을 먹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특히 더 권해 주고 싶어요. 고객분들 중에는 멀리서 찾아오는 아이 엄마들이 꽤 많으신데 우리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 맛본 빵이 꼭 이 빵이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세요. 그럴 땐 정말 뿌듯합니다.”

사진 Queen 양우영 기자

건강한 삶의 공유

비건 베이커리라는 것이 우리에게 아직은 낯설게 들리는 것이 사실이다. 국내에 이를 위한 교육기관도 그리 많지 않은 편인데 최 셰프는 어떻게 비건 베이킹을 시작하게 되었을까. 돌아온 답변은 의외로 간단명료했다. 최 셰프 자신이 엄격한 비건이란다. 직접 비건을 해 보니 맑은 정신과 건강한 육체 그리고 단순한 삶이 자연스럽게 따라와 삶이 한층 더 편안해졌다. 이 좋은 것을 더 많은 이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어 비건 빵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27년 전부터 채식 빵을 만들어 왔는데, 3년 전부턴 비건 빵만을 만들고 있다. 그동안 만들어 온 비건 빵은 모두 다 직접 개발하고 연구해 온 결과다.
“처음 시작할 땐 베이킹 기술을 배우는 곳에 들어갔었어요. 근데 거기서 달걀을 깨라고 하니까 못 견디겠더라고요. 그동안 나 자신이 지켜 왔던 것들이 무너지는 기분이라 곧 뛰쳐나왔습니다.”  
그 이후로 계속 홀로 연구하고 개발해 왔다. 그동안 버린 재료만 해도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지금은 그렇게 일궈 낸 것들을 전파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 한국 베지푸드지도자 협회에서 이사를 맡아 건강한 빵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강의도 하고 제품을 연구하고 개발하기도 한다. 레시피 연구도 끊임없이 지속하고 있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야
맛있는 빵이 가능하다

비건 빵에 대한 가장 큰 선입견은 과연 맛이 있을까 하는 걱정에서부터 시작된다. 호기심 반, 걱정 반으로 시식을 해 보니 생각보다 훨씬 맛이 있었다. 일반 빵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아 어떻게 이런 맛이 날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렇게 맛있는 빵을 만드는 비결은 재료가 갖고 있는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었다.
“재료마다 갖고 있는 고유의 맛이 다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최대한 살리면 단맛도 나고 고소한 맛도 낼 수 있죠. 본연의 맛을 살려서 만드는 것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입니다. 고객 분들도 그런 점 때문에 제 빵을 찾는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꽤 다양한 종류의 빵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쑥으로 만든 치아바타는 최 셰프가 가장 자신 있게 권하는 메뉴다. 가공된 쑥이나 쑥 가루를 사용하지 않을까 싶지만 꼭 생쑥만을 고집한다. 그래야만 쑥 본연의 맛이 가장 잘 살아난다. 이렇게 천연 재료로만 만들기 때문에 일반 빵보다 칼로리도 현저히 낮아 다이어트식으로도 그만이다.

밀 한줌의 소중함

최 셰프는 시중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밀가루 대신 우리나라의 토종 밀인 앉은뱅이밀로 빵을 만들고 있다. 앉은뱅이밀은 늦가을에 파종해 추운 겨울 날씨에 따로 농약을 치지 않고 기르는 밀인데, 키가 작아 앉은뱅이밀이라 이름 붙여진 작물이다. 앉은뱅이밀은 글루텐 함량이 매우 낮으며 다른 가공 과정을 거치지 않고 통밀로만 사용해 더부룩함이 없다. 값싼 수입 밀가루가 대량으로 유통되면서 사라질 뻔했지만, 어느 농부가 갖고 있던 앉은뱅이밀 한 줌 덕분에 최근 들어 다시 재배되기 시작했다. 이 밀의 중요성이 입증되면서 2013년에는 국제슬로푸드본부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음식을 지키기 위해 지정하는 맛의 방주에 등재되기도 했다. 앉은뱅이밀에 대한 사랑이 각별한 최 셰프는 부산에서 곧 오픈할 빵집의 이름도 ‘밀 한줌’이라 지었다.
“앉은뱅이밀은 시중에서 파는 밀과는 성분 자체가 다릅니다. 미네랄 함량은 풍부하고 글루텐 성분은 아주 적죠. 한겨울에 자라기 때문에 농약을 치지 않아도 병해충 걱정도 없고 생명력도 아주 질깁니다. 이렇게 좋은 작물이 사라질 뻔했다고 생각하니 아주 아찔하죠. 많은 분들이 앉은뱅이밀을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Queen 유화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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