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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하는 아이, 이젠 어린이 화장품으로
화장하는 아이, 이젠 어린이 화장품으로
  • 김민주 기자
  • 승인 2017.05.10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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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하는 어린이가 늘어나고 있다. 아이들도 아름다워질 자유가 있다지만 걱정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행여나 불량 화장품이 아이의 피부 건강을 망치는 건 아닐까?

이에 오는 9월부터 어린이 화장품이 공식 출시된다. 대한민국의 미래인 아이들의 건강한 아름다움은 국가와 기업 그리고 부모가 어떤 삼박자를 이루느냐에 달려있다.
 

 

화장하는 어린이

어릴 적 사진첩을 넘기다 보면 이런 사진이 종종 발견된다. 엄마 화장대 앞에서 노는 모습, 화장품으로 얼굴뿐 아니라 온갖 곳에 낙서하며 말썽 피우는 모습.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며 큰 사랑을 받은 사랑이도 엄마 야노 시호의 명품 가방에 립스틱으로 낙서를 그려놔 화제가 되었다. 화장 혹은 화장품에 대한 첫 단상은 기억조차 잘 나지 않는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어렸을 때 엄마가 화장하는 모습을 보며 무의식중에 내재된 것일까?

유튜브에서 ‘어린이 화장’을 검색하면 40,700개의 결과가 나온다. 어린이용 화장품으로 화장하기, 7살의 화장, 어린이 걸그룹 메이크업, 어린이 뷰티스타, 학교 갈 때 하는 화장 등이 첫 페이지에 등장한다. 조회 수는 몇만에서 몇십만이 기본이며, 백만을 넘은 것도 있다. 아기가 화장을 어른보다 더 잘한다며 인생 헛살았다는 영상은 약 1백 30만 뷰를 찍었다. 이를 클릭해 보니 그 의미를 바로 알았을 정도로 아기가 화장을 참 잘하긴 했다. 이처럼 어린이들의 화장에 대한 열기는 어른 못지않다.

아이에게 화장하지 말라며 혼을 내거나 탓을 할 수 없다. 하지 말라 하면 더 하고 싶은 오기가 생기는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실시간으로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세상에서 또래가 관심 두는 여러 화장품에 눈길이 가는 것은 인지상정. 또한,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이 화장에 신경 쓰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화장을 막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아이들은 인격체로서 자유를 가진다. 하지만 이 자유가 해로운 환경 속에 노출된다면 암담할 수밖에 없다.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파는 어린이 화장품에 중금속 등 유해성분이 포함되고, 유통기한이나 성분 표시가 없어 논란이 되었다. 이는 코 묻은 돈에 대한 욕심뿐 아니라 어린이용 화장품에 대한 제도적 차원의 기준이 없어 업체마다 제각각으로 판단한 까닭이다.

어린이 피부는 어른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해 작은 자극에도 가려움이나 따가움, 피부 발진 등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지나친 화장을 방지하고 올바르게 화장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어린이 화장품 출시 예정

2014년 발표된 논문 ‘초등학생들의 화장품 사용실태 및 구매 행동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연구에 참여한 초등학교 5~6학년 586명 중 약 76%가 화장품을 사용해봤다고 응답했다. 특히 색조 화장품을 바른다는 응답이 전체의 약 32%였다.

이러한 제품은 주로 검사 기준이 엄하지 않은 학교 근처 문구점 등에서 판매된다. 화장품을 사기 위해 문구점 등을 이용한다고 답한 초등학생이 약 28%에 달했는데, 대부분 ‘가격이 싸서’, ‘구입이 편해서’, ‘친구들이 그곳에서 화장품을 사서’ 등의 이유였다. 현행법상 문구점의 화장품 판매를 제재하긴 어려우므로 불량 화장품을 규제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9월부터 ‘어린이 화장품’이 공식적으로 출시된다. 화장품 사용 연령층이 낮아지는 추세이므로 법으로 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는 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입장이다. 화장품 유형을 사용 연령별로 나누면 만 3세 이하 영유아용과 성인용으로 구분돼 둘 사이의 안전 공백이 컸다. 간극 중간에 어린이용을 추가해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만 13세 이하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어린이 화장품은 오일, 로션, 크림 등이 포함된다. 눈, 색조, 염색 등이 범위에 들어갈지는 검토 중이다. 또한, 만 3세 이하 영유아 화장품처럼 성분이 제한된다. 현재 3세 이하 영유아용 화장품은 성인용과 달리 적색 2호, 적색 102호, 살리실산 등의 성분을 사용하지 못한다. 성분 표시기준은 성인용 화장품보다 엄격해지며, 판매 중인 제품을 수거해 검사하는 횟수도 늘어날 전망이다.

어린이용 화장품 출시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굳이 어린이용 화장품을 출시해서 아이들의 화장을 부추기는 꼴이냐' 라든가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상술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의견이다. 가습기 살균제, 물티슈 독성 물질 같은 문제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린이용 화장품을 감독하겠다는 정부의 능력을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반응도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인 아이들 문제인 만큼, 국가와 기업은 정직하고 투명하게 어린이 화장품 사안을 다뤄야 한다. 부모 역시 애정을 가지고 아이를 바른길로 인도 해야 한다. 건강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 역시 아이들의 권리이므로.


진행 [Queen 김민주 기자] 사진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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