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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 단골 준우승 김지영, 믿을 수 없었던 생애 첫 우승
연장 단골 준우승 김지영, 믿을 수 없었던 생애 첫 우승
  • 류정현
  • 승인 2017.05.15 1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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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영 우승 트로피 들고 포즈.


정말 믿어지지 않았을까.

마지막 18번홀(파4) 그린에 오른 김지영(21.올포유)은 1.5m 파퍼팅을 놓쳐 한 타를 잃고는 얼굴을 찡그렸다. 우승은 물 건너 갔다는 생각에, 다시 연장전을 벌이는 것 아닌가 악몽이 떠올랐는지 침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에게 동료들이 "우승이야"라고 소리쳤을 때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그는 축하 물세례를 받고서야 비로소 우승임을 알고 안도하며 밝게 웃었다. 그토록 바랐던 우승이었지만 그만큼 믿기지 않는 순간이었다.

데뷔 2년 차 김지영이 마침내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김지영은 14일 경기도 용인 수원 컨트리클럽(파72.6494야드)에서 열린 2017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017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7억원, 우승상금 1억4000만원) 최종 라운드서 버디 5개, 보기 3개를 묶어 2언더파 70타를 쳤다.

최종 합계 11언더파 205타를 기록한 김지영은 공동 2위 그룹을 1타 차로 제치고 짜릿한 역전우승을 차지했다. 데뷔 첫 해인 지난해 두 차례 연장전에 진출했다가 패배하면서 징크스에 시달렸던 그는 이번 우승으로 한을 풀었고 춘추전국시대를 맞은 올 시즌 KLPGA 투어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1타차 공동 2위로 마지막 라운드를 출발한 김지영은 전반에 버디 2개 보기 2개로 타수를 줄이지 못하고 주춤했다. 그러나 후반 들어 10번홀(파4) 버디를 시작으로 상승세를 탔다. 13번홀(파3)에서도 버디를 추가하며 7명이 혼전을 이어가던 우승 경쟁에서 앞으로 나섰고 17번홀(파5)에서 칩인버디에 성공하며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세번째 샷이 그린을 놓쳤지만 20m 거리에서 웨지로 굴린 볼이 데굴데굴 핀을 향해 굴러가더니 깃대를 맞고 홀로 빨려 들어갔다. 2타 차로 앞선 김지영은 18번홀(파4) 보기를 범했지만 우승을 차지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경기 후 김지영은 "리더보드를 한 번도 보지 못해 우승한 줄 몰랐다. 파 퍼팅에 실패하는 순간 연장전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악몽이 떠올라 아찔했는데 누군가 우승이라고 알려줘 정말 다행이었다"고 우승의 순간을 떠올린 뒤? "너무 기쁘고 욕심 없이 티샷을 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겨울 동안 웨이트를 열심히 해서 체중도 늘고 거리도 20야드 늘면서 자신감이 붙은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지영은 나이는 어리지만 적지 않은 시련을 겪은 선수로 알려져 있다. 골프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된 중학교 1학년 때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갔다가 말라리아에 감염돼 1년 6개월을 고생했고, 고등학교 때는 국가대표가 됐지만 갑자기 찾아온 입스로 골프를 그만두기 일보직전까지 갔다.

또 프로가 되기 위해 KLPGA 준회원(세미프로) 선발전에 나갔다가 낙방해 '국가대표 출신이 어떻게 세미프로도 못 따느냐'는 눈총을 받기고 했다. 하지만 아마추어 신분으로 3부투어인  점프투어에 출전해서 준회원 자격을 땄고 2부투어를 거치며 자신감을 회복, 시드전 5위에 올라 지난해 KLPGA 투어에 입성할 수 있었다.

이날 대회는 이지현, 김자영, 김지현 등 3명이 김지영에 1타 뒤진 공동 2위를 차지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뛰는 이미림은 공동 7위(8언더파 208타)에 올랐고, 상금순위 1, 2위 김해림과 이정은은 나란히 공동 23위(3언더파 213타)로 처져 올해 처음 '톱10' 밖으로 밀렸다.
 

[Queen 류정현 기자] 사진 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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