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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디맨, 배우 이상윤의 재발견
댄디맨, 배우 이상윤의 재발견
  • 송혜란 기자
  • 승인 2017.05.15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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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물리학과 졸업, 훈훈한 외모. 배우 이상윤에겐 항상 엄친아 이미지가 따라다녔다. ‘남자 김태희’라는 별명까지 얻었을 정도니 말이다. 그가 맡아 온 캐릭터 역시 하나같이 뇌섹남을 연상시키기 일쑤였다. 부드럽고 따뜻하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그가 내뿜는 아우라는 여심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그러나 어딘가 모를 2% 부족함은 늘 아쉬움으로 남았다. 댄디맨 매력마저 텁텁해질 찰나, 위기의 남자로 변신한 그의 새로운 도전.

학창 시절 이상윤은 남 앞에 나서는 데 전혀 관심 없는, 그저 얌전한 모범생이었다. 공익공무 요원으로 근무하던 중 맥주와 소주 등 CF 모델로 발탁되면서 연예계에 첫발을 디뎠다. 이후 광고 모델로만 활동하던 그는 2007년 영화 <색즉시공2>를 통해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

드라마 <에어시티>에서는 최지우의 동창생 역으로 안방극장에 데뷔했으며, 초기 어설펐던 그의 연기력은 <미우나 고우나>, <신의 저울>, <인생은 아름다워> 등을 거치며 나날이 성장했다.

<내 딸 서영이>로 국민 남편 반열에

성실하게 자신의 길을 부단히 닦은 그는 2012년 <내 딸 서영이>를 만났다. 당시 상대 배우 이보영의 남편 ‘강우재’로 분한 그는 탁월한 외모, 감성미와 함께 배포 넘치는 남성미를 뽐내며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내 딸 서영이>의 자체 최고 시청률이 47.6%를 기록했으니 더 말해 무엇할까.

다소 지나칠 만큼 고집스러운 성격을 가졌음에도 누구보다 서영이를 위하고, 사랑을 위해 꿈까지 포기하는 강우재 캐릭터를 매우 자연스럽게 표현한 이상윤. 차갑고 까칠한 남자가 자존심까지 모두 버리고 한 여자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은 여느 여자가 꿈꾸는 로망이었다. 서영이를 바라보는 그의 흐뭇한 미소와 따뜻한 눈빛은 또 어떠한가. 그에게 ‘국민 남편’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연이어 안방극장 녹인 연기력

인생작 <내 딸 서영이>로 톱스타 가도에 오른 그는 <불의 여신 정이>, <두 번째 스무살>, <공항 가는 길> 등에서 줄곧 주연을 맡아 열연했다. 특히 인생의 두 번째 사춘기를 겪는 두 남녀의 공감과 위로, 궁극의 사랑을 그린 감성 멜로 <공항 가는 길>에서 그 어느 때보다 성숙한 연기를 펼쳤다. 

그는 아내 ‘김혜원’과 전 남편의 딸인 ‘애니’를 지극정성으로 아끼는 아빠 ‘서도우’ 역을 맡았다. 거짓으로 가득 찬 아내에게 분노하는 남편과 새로운 인연으로 다가온 여인에게 흔들리는 남자의 이중적인 모습을 탁월하게 버무린 이상윤. 손발 오그라드는 달달한 대사나 화끈한 스킨십 없이 오직 눈빛 하나로 연기한 그는 그래서 더욱 깊은 감정선을 애절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 여기에 명배우 김하늘과의 호흡이 더해져 자칫 불륜으로 치부될 엇갈린 만남을 한 폭의 아름다운 수채화로 만들어 냈다는 데 이견이 없다.

 

위기의 남자

전작 <공항 가는 길>에서 물오른 연기력을 보여 준 이상윤. 그러나 그가 맡은 역할이 대부분 따뜻하고 자상한 엄친아 배역이었던지라 무엇인가 색다른 변신이 필요해 보였다. 그 역시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던 것일까. 드라마 <귓속말>을 차기작으로 선택한 그는 기존과 사뭇 다른 연기를 펼치고 있다.

이 드라마는 법률회사 태백을 배경으로 적에서 동지, 결국 연인으로 발전하는 두 남녀가 법비를 통쾌하게 응징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미 한 번 호흡을 맞춘 적 있는 이보영이 여주를 맡아 그와 함께 열연하고 있다.

<귓속말>의 가장 큰 화젯거리는 이상윤의 재발견이다. 따뜻한 눈빛과 다정한 매력으로 여심을 흔들던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휘몰아치는 상황 속에서 치열하게 고뇌하고 부딪히는 남자만 있을 뿐이다.

그는 극중 서울지방법원 판사 ‘이동준’ 역으로 분했다. 이동준은 대학 졸업과 동시에 사법고시에 합격한, 뛰어난 두뇌와 약자의 말에 귀 기울이는 뜨거운 심장을 동시에 지닌 인물이다. 그런 이동준이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신념과 어긋나는 선택을 한다. 그리고 이동준의 잘못된 선택이 ‘신영주(이보영)’의 처절한 운명과 엮이며 드라마가 시작된다.

이동준의 표정, 행동 하나하나에 시청자가 함께 숨죽이며 긴장하는 요즈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안쓰러운 남자. 분명 혼남과는 거리가 멀지만, 위기의 남자에게도 이토록 끌릴 수 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어느덧 데뷔 11년 차에 접어든 이상윤. 과연 그가 이동준이라는 캐릭터로 연기 인생 제2막을 꽃피울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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