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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의 미식가들에게 사랑받는 명소, 김소희 셰프 레스토랑 kim을 가다
빈의 미식가들에게 사랑받는 명소, 김소희 셰프 레스토랑 kim을 가다
  • 김은정 기자
  • 승인 2017.05.17 0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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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현지 취재
▲ 김소희 셰프.

음악의 도시, 오스트리아 빈에서 음식으로 한류를 널리 알리고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김소희 셰프. 3개월 전에 예약을 해야 자리가 난다는 김소희 셰프의 레스토랑을 기자가 직접 찾아가 맛보았다. 그리고 그녀와 나눈 맛깔스런 이야기들….            
   
건강한 한식으로 유럽인들의 입맛을 사로잡다 

막 저녁 시간을 앞둔 6시. 빈 베링거 거리에 있는 김소희 셰프의 레스토랑을 찾았을 때 그녀는 디너 손님 맞을 채비를 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인터뷰 일정을 잡고 어떻게 진행할지 등의 논의를 하기 위해 들린 것인데, 정감 어린 부산 사투리로 ‘그래도 밥은 묵고 가야지. 앉으이소’ 하며 끝내 붙잡는다.

방송에서 보았던 카리스마 넘치고 다소 차가운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그냥 정이 팍팍 넘치는 부산 언니다.하나둘 테이블이 손님들로 차고, 그녀는 음식을 만들면서도 중간중간 손님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포옹도 하며 마치 가족 같은 모습으로 손님들을 맞았다.

전채에서 디저트까지 나오는 데 걸린 시간이 두 시간은 훨씬 넘었는데, 우리나라처럼 음식이 빨리 안 나오면 언제 나오느냐고 재촉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유럽인들은 그렇게 한 가지 한 가지 음식을 기다리는 것을 여유롭게 즐기는 듯했다.레스토랑 kim은 한두 번 오는 손님보다 주로 단골손님들이 많다고 하는데 그녀의 음식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뭘까?

“저는 음식이 우리 몸의 병도 낫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디저트 외에는 버터, 설탕, 크림을 안 쓰지예. 그리고 한식을 기본으로 제철 음식, 로컬 음식을 만듭니다. 그런 음식들을 만들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주는 것 같아예.”

원래는 의상 디자인을 전공하러 유럽에 유학을 왔다가 손맛 있다는 주위의 말에 본격적으로 음식을 해 보기로 한 그녀. 처음엔 스시 가게부터 시작했다가 우리 몸에 좋은 것은 역시 한식이라는 생각으로 유럽인들에게 한식을 선보였고, 이제는 오스트리아에서 대표적인 한식당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기자가 맛보기에도 모든 음식들이 한식을 베이스로 하는데 왠지 서양인들의 입맛에도 맞을 듯한 풍미가 있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코스를 먹고 난 후에도 속은 아주 편했다.

어디서도 먹어 보지 못한 맛의 신세계가 입안에서 펼쳐졌고, 한마디로 표현하면 창의적이었다. 구운 한치와 비빔 소면 등의 식재료와의 조합, 참치회에 참깨 소스를 곁들인 발상, 그리고 그 음식을 가장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그릇들. 모두가 창의적인 사람이 아니면 보여 줄 수 없는 것들이었다.

세계 각국 다니며 끊임없이 식재료 연구

김소희 셰프는 요즘도 시간만 나면 아시아, 유럽은 물론 아프리카, 남미 등 세계 각국을 다니며 식재료를 연구한다. 얼마 전엔 브라질을 다녀왔고, 지난해에는 한국의 백양사를 찾아 사찰 음식도 체험했다. 한국의 사찰 음식을 통해서는 욕구를 줄이라는 불교의 뜻을 새삼 느꼈다고 한다.

“백양사 스님이 토마토 스프를 끓여 주는데 내 일생에 그렇게 맛있는 스프는 처음인기라. 토마토를 껍질 벗겨 데쳐서 물하고 소금만 넣고 끓였을 뿐인데 우찌 그리 그게 맛있는지…. 그리고 절에선 함부로 뭘 안 버리니까 굴러다니는 바나나를 숭숭 썰어 넣고 스프를 끓였는데 그것도 맛있고. 음식이 뭘 많이 집어넣는다고 맛있는 게 아니고 단순할수록 더 맛있다는 것을 알게 되더라고.”

오신채를 쓰지 않으면서도 단순한 재료로 만들어 낸 음식 본연의 맛을 한국의 사찰 음식을 통해 또 한 번 느꼈단다. 누가 봐도 요리사로서 성공의 반열에 올랐다 싶어 더 공부할 것이 있을까 싶지만 그녀의 배움에의 열정은 끝이 없다. 그래서 세계 각국을 다니며 식재료를 연구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어느 나라를 가도 그 지역만의 식재료가 있는데 그것을 맛보고 어떤 맛이지? 왜 이런 재료를 쓰지? 나는 이것을 어떻게 쓸 수 있을까를 생각합니다. 그런 식재료들을 완전히 내 손에 맞춰서 음식으로 나갈 때까지는 최소한 3개월은 걸리지예.”

세계 각국의 식재료를 직접 보고 그 맛을 연구하고 거기서 취할 건 취하고 버릴 건 버려 나만의 메뉴를 만들어 낸다고. 그래서 그녀의 음식은 늘 만들던 것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새롭고 창의적이다.

▲ 오스트리아 빈의 레스토랑 kim.


늘 변화를 추구하는 에너자이저

늘 똑같은 일만 하는 것은 지루하다며 언제나 변화를 주는 삶이 재미있다는 김소희 셰프. 그런 마음으로 시작하려는 것이 또 다른 콘셉트의 두 가지 샵이다.

하나는 그녀가 개발한 각종 드레싱, 소금, 김치, 소금, 와인 등을 판매하면서 테이크아웃 위주의 음식으로 꾸미는 샵이고, 5월 중에 오픈할 예정이란다. 또 하나는 기존 kim의 가격대보다는 조금 낮춰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인데 8월 중에 오픈한다고.기존 kim에서 함께 시도해도 되지 굳이 꼭 따로 차려야 하냐는 질문도 받지만 그러면 변화가 없다는 것이 그녀의 답변.

“자꾸 변화를 주고 매장을 다른 콘셉트로 꾸며 보고 새로운 시도를 해 보는 것이 나는 재미있어예. 같은 장소에서 하면 비용은 줄어들겠지만, 그러면 너무 지루할 것 같아 다른 장소에서 해 보고 싶은 거라예.”

사실 kim을 운영하랴 세계 각지를 다니며 식재료 연구하랴 가끔 방송 출연도 하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지만, 그래도 안주하기보다는 끊임없이 흘러가고자 하는 그녀의 모습은 늘 건강하고 에너지가 넘친다. 건강의 비결을 묻자 한마디로 많이 먹고 많이 움직인다는 것.

“저는 한식집에 가서 열 가지 코스를 먹고도 밥 두 그릇을 먹습니다. 사람들이 깜짝 놀라지예. 그리 먹고도 살 안찌냐고, 그런데 살이 안찌는 이유는 먹은 만큼 내가 많이 움직이는기라. 그리고 아침, 점심은 많이 먹는데 저녁은 많이 안 먹어예.”

그녀의 말에 수긍이 갈 법도 한 것이 취재를 하는 내내 그녀는 잠시도 가만히 앉아 쉬는 법이 없었다. 계속 일어서서 왔다 갔다 하며 매장 안을 점검하고 꽃을 매만지고 음식을 만들고, 잠시 틈이 나면 손님들의 테이블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고 특히 음식을 만들 때에는 모든 에너지를 집중해 만드는데 어찌나 손놀림이 빠른지 사진에 담기에도 벅찰 정도였다. 그리고 김소희 셰프는 건강의 비결을 하나 더 들었다.   

“우리 식당 스텝들은 한국인이든 유럽인이든 전부 한식을 먹거든예. 그런데 모두들 건강한기라. 한식을 먹으니까 사람들이 잔병치레도 없고…. 우리는 오늘은 뭐 먹고 싶나 물어봐서 물김치해서 소면도 말아 먹고 우리가 묵고 싶은 거 해 먹어예. 내가 좋아하는 반찬이 된장에 고추 박은 것, 깻잎, 빡빡장 같은 것들인데, 그런 한식이 제일 건강 음식인기라.”

한식 예찬론자인 그녀가 또 강조하는 것은 사람들이 부가 쌓이고 나서부터 음식에도 과잉이 오게 되고 그러다 보니 병이 생기더라는 것. 욕심 없이 제철 음식 위주로 먹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라고 한다.

그리고 많이 웃고 항상 긍정적인 그녀이기에 늘 건강과 에너지가 넘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기자가 취재하고 있는 동안 창밖으로 지나가는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킴 맛있어요’ 등등의 인사를 보내기도 했는데, 그런 사람들에게 웃으며 화답을 잊지 않았다.

“응원해 주시는 분들을 보면 참 고맙지예. 특히 여기까지 찾아 주시는 한국인들을 보면 내가 더 ‘단디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녀가 가장 강조하면서도 인생의 지침으로 삼는 말 ‘단디 해라’. 그 말이 그녀의 주 활동 무대인 빈에서도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 kim의 디너코스 요리.

기자가 맛본 kim의 디너코스
kim의 디너는 코스로 진행되며 약 100~110유로이다. 메뉴는 시기에 따라 조금씩 바뀐다.

1 석류 오일과 생강 빵 생강 빵에 석류 오일을 발라먹는 가벼운 에피타이저
2 떡국 완탕 진한 육수 베이스의 떡국에 완탕을 넣어 개운한 국물 맛이 돋보인 요리
3 컬리플라워 참치회 컬리플라워와 참치회에 허브. 매운 고추, 가쓰오부시 가루를 뿌리고, 참깨 소스를 곁들인 부드러운 요리
4 망고 샐러드 새우튀김 패션 후르츠와 망고 샐러드에 새우튀김을 살짝 적셔 먹는 요리
5 구운 가지와 도미, 자색 감자 뇨끼 몸에 좋은 가지와 도미, 자색 감자의 식재료 조합이 좋았으며, 커리 소스의 조화가 어울린 요리
6 비트가 들어간 퀴노아 리조또 몸에 좋은 비트와 퀴노아를 리조또에 활용하고, 그 위에 문어를 얹은 건강을 생각한 요리
7 비빔 소면 & 구운 한치 살짝 매콤한 맛의 비빔 소면과 부드러운 한치가 어우러진 요리
8 구운 가리비를 곁들인 계란면 계란을 넣어 직접 반죽해 만든 면에 김치와 XO 소스를 곁들인 이색적인 면 요리
9 디저트 오향 소금을 얹은 초코 케이크, 생강 토핑을 곁들인 초코 무스, 레몬그라스 크램블레, 컬리 카라멜

*영업시간 수~토
*런치 12~15시 / 디너 18~23시


[Queen 김은정 기자]  사진 장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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