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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밭예술학교 천재용 대표의 자연과 소통하는 법
논밭예술학교 천재용 대표의 자연과 소통하는 법
  • 유화미 기자
  • 승인 2017.05.29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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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닉 피플
사진 Queen 양우영 기자

벚꽃이 마음의 눈이 되어 내리던 봄날, 파주 헤이리 마을에 위치한 논밭예술학교를 찾았다. 생태문화공간을 표방한다는 그곳에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이 자연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마음의 위로를 얻고 돌아갔으면 한다는 천재용 대표를 만나 보았다.

가장 높은 지위는 농부
 
“우리 회사에서 가장 높은 지위는 대표도, 이사도 아닌 농부예요.”
예술가들이 꿈꾸는 마을이라는 파주 헤이리 마을에는 멋스러운 건물들이 많아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한눈에 눈길을 사로잡은 건물이 있다. 바로 논밭예술학교의 건물. 많은 디자이너와 예술가가 농부들과 함께 소통하며 만든 생태문화공간이다. 디자이너와 예술가와의 인연은 천재용 대표의 아버지로부터 시작되었다. 20·30세대라면 학창시절 한 번쯤 보았을 캐릭터, 딸기. 그 딸기를 만든 주식회사 쌈지를 운영했던 사람이 바로 천재용 대표의 아버지다. 아주 오랫동안 회사를 운영하시다가 은퇴 후 파주에서 농사를 지으며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그렇게 농사를 시작하고 보니 농사라는 일이 그 어떤 일보다 가치 있고 창조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 중요한 깨달음을 보다 더 많은 이들에게 체계적으로 알리고 싶다는 의지가 논밭예술학교의 첫 출발점이었다. 현재는 아들인 천재용 씨가 대표직을 맡고 있고, 아버지는 ‘농부직’을 맡고 있다.
“농사를 짓는 분들이 그 어떤 분들보다 정말 현명하고 지혜로우신 분들이세요. 그래서 저희 회사에서 가장 높은 지위도 농부예요. 아버지는 여전히 농사를 지으시면서 농부직을 맡고 계십니다.”

소통을 가르치는 관계의 밥상

시작한 지 어느덧 6년이 되었다는 논밭예술학교에서는 천 대표 아버지의 바람대로 직접 농부가 되어 보기도 하면서 자연과 교감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쌈지어린이농부학교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어린아이들에게 농작물이 밭에서부터 부엌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가르친다. 이 모든 과정은 외국인 선생님과 한국인 선생님이 함께 진행하면서 영어와 한국어를 공용으로 사용해 반응이 좋다. 또한 어른들에게는 전통 기법대로 막걸리를 만드는 요리 교실을 진행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천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해 자연 속에서 식물들과 교감하며 사계절을 보내고 있다. 많은 프로그램이 있지만 기자는 그중에서도 ‘관계의 밥상’이라는 프로그램에 가장 관심이 갔다. 밥상과 관계라는 단어 사이의 연관성에 의구심이 들었다.
관계의 밥상은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요즘 청소년들은 입시 스트레스와 학교폭력 등의 문제로 저마다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는데, 요즘엔 이런 청소년들의 문제가 그들만의 고민이 아닌 사회 문제로까지 야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관계의 밥상은 이렇게 상처받고 소외받은 청소년들을 치유해 주기 위해 기획되었다. 저마다의 문제를 안고 있는 아이들이 함께 모여 대화도 하고 서로의 밥상을 차려 주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보면 처음엔 말도 안 하고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던 아이도 어느샌가 선생님께 자신이 만든 음식을 자랑하기도 하고 서로 먹여 주기도 한다. 다른 이와 밥상을 매개체로 관계를 이어가다 보면 어느새 상처가 치유되어 있다. 관계와 밥상의 연관성은 치유에 있었다.
“사실 아이들이 우리의 희망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그렇게 행복해 보이지 않더라고요. 처음엔 어둡게만 보였던 아이가 밥상을 통해 치유를 받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기도 하면서 표정이 밝아져서 돌아가는 걸 보니 무척 뿌듯했습니다. 우리가 이 아이들에게 다시 웃을 수 있는 동기를 마련해 주었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행복했습니다.”
 
평화가 깃든 밥상

각박한 사회 분위기 탓인지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마음의 병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그렇다 보니 ‘여성 혐오’, ‘극혐’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되며 서로를 미워하기도 하고,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률도 증가하고 있다. 뉴스를 틀면 연신 그런 소식들만 이어져 한숨이 절로 나오는 요즘이다. 논밭예술학교의 ‘평화가 깃든 밥상’에선 이런 근심걱정을 잠시나마 잊어 볼 수 있다. 평화가 깃든 밥상은 관계의 밥상의 어른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쉬울 것 같다.
요즘에는 예전보다 훨씬 나아졌지만 아직까지 요리는 여자가, 그리고 엄마만 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기성세대가 많다. 그러나 음식을 만든다는 건 생명, 그리고 가족의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꼭 특정인만 해야 하는 일은 아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고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논밭예술학교의 생각이다.
“옛날에 제사장이 굉장히 높은 신분이었잖아요. 제사장이 불을 다루는 사람인데, 제 생각엔 그래요. 불을 다룬다는 것은 부엌에 있는 사람이지 않을까요? 음식 만드는 일이 그만큼 중요하고 소중한 일인 거예요.”
음식을 만들고 섭취하는 일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면서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그 소중한 일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하는 건 아닐까. 평화가 깃든 밥상에 참여해 음식 재료를 손질하고 요리를 하다 보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또한 요리를 만들면서 가족을 생각하게 되고 나아가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관계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토종 씨앗 박물관이 최종 꿈

논밭예술학교 건물 곳곳에 마려해 둔 작은 텃밭에선 금방 수확해 먹을 수 있는 수확물들이 자라고 있다. 빗물을 모아 물을 주고 요리 교실에서 나온 음식물 찌꺼기로 퇴비를 만들어 다시 흙으로 수확물을 돌려준다. 건물과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텃밭에선 아이들과 함께 농사를 짓기도 한다. 요리 프로그램들에 사용되는 재료는 모두 이렇게 직접 재배해 얻고 있다. 그 수확물들은 토종 씨앗을 이용해 재배했다.
“처음엔 농사에 대해 잘 모르니까 조금 쉬운 모종에 의지를 많이 했어요. 그런데 차차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토종 씨앗으로 농사를 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4년 전쯤부턴 ‘토종 씨들’이라는 단체에 가입해 토종 씨앗을 가져다 심고 있습니다.”
씨앗 재배의 경이로움과 소중함에 감명을 받아 씨앗이라는 주제로 여러 예술가들과 함께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그래서 후엔 ‘씨앗 박물관’까지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 마지막 목표라고.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가 되거나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머지않은 시일에 씨앗 박물관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Queen 유화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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