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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 사이의 ‘용기’ - 임진이 칼럼
역할 사이의 ‘용기’ - 임진이 칼럼
  • 백준상기자
  • 승인 2017.06.27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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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성장연구소 ‘지음’ 임진이 대표 교육칼럼
 

논어 위정 편 가운데 ‘마흔에 흔들리지 않았다(四十不惑)’라는 구절에서 인용해 40을 불혹(不惑)이라 칭한다. 공자가 말한 불혹쯤 되고 보면 녹록치 않은 세상살이를 헤쳐 가는 나름의 기준과 쉬이 흔들리지 않을 만큼의 내공도 생기리란 희망도 품게 된다. 그런 희망을 담은 마흔을 훌쩍 넘어 이제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知天命)에 가까운 지금, 아직도 나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시구에 여전히 위로를 받는 어른이다.

 

역할 구름다리 건너기

어릴 적, 파란 하늘을 거침없이 가로지르며 서 있던 구름다리는 아이들의 도전 대상이었고 용기 있는 성공의 상징이었다. 굵은 봉을 잡은 손이 칸을 옮겨갈 때마다 흔들리던 몸의 아슬한 반동을 지지 삼아 마지막 봉에 다다랐을 때 얻는 환희의 표정과 대미를 장식하는 화려한 착지는 망설이며 바라보는 아이들에게 동경이자 용기 있는 도전의 멋진 화답이었다. 그 시절의 도전은 충분한 마음의 준비 시간이 허락되었고 친절한 설명으로 도움을 주는 어른들이 있었으며 실패를 만회할 재도전의 기회가 늘 준비되었다.

본격적인 사회활동 시작과 함께 어른의 삶 속에는 또 다른 다양한 역할 구름다리가 펼쳐진다. 어린 시절 도전과 성공의 상징이었던 구름다리는 사회적 활동과 결혼, 출산 등을 통해 얻어지는 직장인, 배우자, 부모 등의 역할과 함께 정확하고 완벽한 도착을 위해 노력해야 할 더 높고 넓어진 구름다리가 되었다.

보기는 했으나 불확실하고, 누적된 경험치도 없는 낯섦으로 시작한 많은 역할수행은 갈등을 동반한 소소한 일상의 선택과 책임을 끊임없이 필요로 한다. 역할 구름다리를 잘 건너기 위해 때로는 다른 사람의 기준과 방법을 시도해보기도 하지만 나만의 방법으로 나아갈 수 있는 몸의 반동과 힘의 균형, 호흡을 배우고 점검해가며 고민하고 달리는 우리는 어쩌다 어른이 아닌 어른다움의 나이테를 하나씩 만들어가며 어른으로 성장하고 있다.

 

어른도 흔들림이 필요하다

역할 구름다리를 건너는 동안 터득하고 쌓인 지식과 경험은 웬만한 시련쯤은 덜 불안해하고 상처받지 않고 넘길 수 있는 안정감으로 자리를 잡아간다. 자녀를 위한 보살핌과 끝이 없을 것 같았던 부모 역할은 자녀의 성장에 따라 부모 역할의 양상이 바뀌고, 사회인으로서의 익숙했던 일과 지위들은 하나씩 자리바꿈을 하며 전환하게 된다.

중년으로의 변화는 읽을거리를 들고 눈의 초점을 맞추느라 자동적이고 반사적으로 움직이는 머리, 마음보다 늦게 움직여지는 몸, 적당한 단어보다 ‘저기’ ‘그거’라는 말의 빈도를 인식하는 일상의 순간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내 삶으로 들어옴을 실감하게 된다.

역할에 익숙해지고 자신만의 삶의 지혜도 담아질 무렵의 중년은 이렇게 또다시 변화의 갈림길에 선다. 이 변화는 자기 안에서의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신호이고 지금까지의 삶에 대한 반성과 미래에 대한 기대로 자신 삶을 평가하게 된다.

성공과 실패라는 이분법적 논리로 이해되는 중년의 변화는 틀림없는 위기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관계에 대한 시각적 변화를 통해 ‘어떻게 열심히 살아낼 것인가’에 집중했던 자신을 위로해주고 앞으로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를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중년의 흔들림으로 바라본다면 어른의 흔들림이 어찌 아름답지 않을 수 있겠는가.

 

행복한 성장을 위한 어른의 용기

행복한 삶을 향한 어른의 성장 이야기는 이미 다 자란 사람으로 정의되는 어른 관점에서는 생소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역할 속에서 고민하고 방황하며 때론 역할의 급격한 변화 속의 흔들림이 있기에 자신만의 어른다움을 기대하고 꿈꿀 수 있을 것이다.

공중그네를 타는 곡예사는 다음 단계를 위해 잠시 그네를 잡은 손을 놓을 줄 알아야 하는 것처럼 중년기의 의미 있는 삶으로의 전환을 위해 우리는 삶의 가치를 만들어 갈 어른의 용기를 기억해야 한다.

역할을 해내는 데 필요했던 화려한 용기가 아니라 소박하지만 진솔하고 깊은 ‘나’와의 만남을 시도하는 용기,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고 허락해주는 용기, 숨기고 싶은 부족함을 그대로 드러낼 용기, 좋아하는 것들을 익히고 배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용기들이 필요할 것이다.

용기의 어원은 심장을 뜻하는 ‘cor’이다. 진정한 용기는 마음의 움직임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용기일 것이고 역할 속에 매몰되었던 온전한 나의 모습을 다시 만나는 용기일 것이다. 그 적극적인 용기를 통해 자신만의 어른다움을 고민하고 성장해가는 어른은 여전히 흔들리며 피는 아름다운 꽃이다.

글 - 어른성장연구소 '지음' 임진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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