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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배우 이보영, 파격적인 변신 이번에도 通했다
믿고 보는 배우 이보영, 파격적인 변신 이번에도 通했다
  • 송혜란 기자
  • 승인 2017.07.19 0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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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배우 이보영의 파격적인 연기 변신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드라마 <귓속말>에서 서울 종로경찰서 형사과 계장 신영주로 분한 이보영. 흰 셔츠에 바지만 입어도 핏이 사는 그녀가 청순한 외모와 달리 거친 말을 툭툭 뱉어 내며 강한 여성상을 선보였다. 전작 <서동요>부터 <내 딸 서영이>, <너의 목소리가 들려>, <신의 선물>, 그리고 <귓속말>까지 또 한 번 인생 드라마를 만난 그녀의 연기 스펙트럼도 꽤 드넓어졌다.

취재 송혜란 기자 | 사진 SBS 제공

2002년 CF ‘태평양 설록차’ 모델로 연예계에 첫발을 디딘 이보영. 서울여대생 시절 미스코리아와 아나운서, 스튜어디스를 꿈꿨던 그녀는 한눈에 보아도 우아함이 물씬 묻어났다. 단아한 매력 덕에 과거 아시아나 항공사 CF에도 출연했던 그녀다. 실제 모 항공사 스튜어디스에 합격했음에도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입사를 포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쉽게도 지상파 방송 3사 아나운서 시험 최종 단계에서 탈락을 거듭한 그녀는 드라마 <백수탈출>을 첫 발판 삼아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각각의 문제를 안고 있는 평범한 가족 이야기를 그린 이 드라마에는 그녀뿐 아니라 배우 남상미, 양정아, 사강을 비롯해 이정진, 변우민이 출연하며 빛을 발했다. 이후 드라마 <물꽃마을 사람들>에서 바로 주연을 맡은 그녀는 연달아 <장길산>,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어여쁜 당신> 등 드라마는 물론 영화 <우리 형>, <비열한 거리> 등에서 여주인공을 맡아 열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특히 역사상 가장 극적이고 화려한 인생을 살아간 삼국시대 백제왕국 30대 임금 무왕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서동요>에서 선화공주로 분한 그녀는 서동 역의 조현재와 운명적인 사랑을 그리며 큰 사랑을 받았다. 늘 조신한 이미지가 강했던 그녀에게 수려한 한복을 입은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 선화공주 역은 개인 맞춤옷 같았다.

중간중간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 등 스크린에서도 도전장을 던졌지만 그다지 큰 성과를 못 봤던 이보영. 대신 그녀는 <게임의 여왕>, <부자의 탄생>, <위기발랄 풍년빌라> 등 드라마에 쉴 새 없이 얼굴을 들이밀며 활발한 활동을 지속했다. 그녀가 맡은 역할은 대부분 당대 이상적인 여성상을 보여 주는 커리어우먼 캐릭터가 주를 이루었다.

화려한 필모

그러던 2012년 드라마 <내 딸 서영이>를 만난 그녀는 데뷔 10년 만에 드디어 인생 캐릭터 ‘이서영’을 탄생시켰다. 배우 천호진과 부녀로 출연해 가깝고도 먼 사이인 아버지와 딸의 사랑, 그리고 화해 과정을 참 절절하게도 보여 줬던 것으로 기억된다. 초등학교 때부터 전교 1등을 놓쳐본 적 없는 수재라는 캐릭터는 기존 이미지와 크게 다르진 않았지만,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극에 달한 그녀가 보여 준 독하고 모진 모습은 그간 맡아 온 다른 역할과는 사뭇 달랐다. 바늘 하나 들어갈 틈 없는 그녀의 시니컬한 꼿꼿함은 가난한 여자의 버티기라고 치부하기에는 꽤 매력도 있었다. 그리고 남편 강우재 역을 맡은 이상윤과의 심쿵 로맨스까지….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부부의 사랑 등 다양한 형태의 사랑 이야기는 그녀의 연기와 잘 버무려졌기에 우리네 가슴에 더 애달프게 다가왔을 것이다. 당시 시청률 47.6%를 기록한 이 드라마를 보고 가슴이 찡해지는 경험을 하지 않은 이가 거의 없을 정도다. 이에 그녀는 2012년 KBS 연기대상 베스트커플상과 중편 드라마 부분 여자 우수연기상을 거머쥐는 행운을 얻었다.

<내 딸 서영이>로 톱스타 반열에 오른 이보영. 서영이가 아쉬운 작별을 고한 지 채 몇 달도 되지 않은 어느 날 그녀는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속 ‘장혜성’이 되어 다시 우리 앞에 섰다. 방영 초반 같은 변호사라는 점이 왠지 모르게 서영이를 떠올리게 했지만, 혜성은 속물 국선 전담변호사로 가면 갈수록 도도한 서영이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예의도, 겸손도 없던 장혜성. 그녀는 사람들과 얽히는 걸 싫어해 친구도 없고, 간섭을 싫어해 선배, 후배도 없다. ‘개천에 용 난다’란 속담을 몸소 실천한 입지적인 인물이었는데, 배우 이보영의 재빠른 연기 변신이 크나큰 호응을 얻기 충분했다.

게다가 상대 배우는 박수하 역을 맡은 이종석. 극 중 한참 연하인 그와 사랑에 빠져 혼란스러운 심정 연기도 곧잘 펼쳐 냈다는 평이다. 그녀와 사람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 소년 박수하, 바른 생활 사나이 차관우가 만나며 벌어지는 스토리를 흥미진진하게 담은 드라마는 <내 딸 서영이>와 함께 그녀의 필모에 정점을 찍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3년 제6회 코리아 드라마 어워즈 대상부터 SBS 연기대상 대상까지 수상하는 영예를 안은 그녀다.

 


사랑은 작품을 타고~

지난 2013년은 그녀에게 굉장히 뜻깊은 한 해였음이 분명하다. <내 딸 서영이>와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엄청난 흥행몰이를 한 후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할 때쯤 행복한 결혼 소식을 알린 이보영. 상대는 단연 6년간 공식 연예를 이어온 배우 지성이었다. 2004년 드라마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의 오작교 역할로 부부의 연까지 맺게 된 둘은 연예계 대표 선남선녀 커플임을 자랑했다.

특히 보는 것만으로 편안한 인상을 주는 부부의 러브 스토리는 한 편의 드라마를 연상케 한다. 두 사람의 연애는 1호 팬을 자처한 지성의 끈질긴 구애 끝에 어렵사리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이보영과 결혼하기 위해 스페인 화보 촬영 중 로맨틱한 프러포즈까지 준비했다는 후문이다.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겠다는 약속을 결혼식 준비 과정에서부터 보여준 지성의 이야기는 널리 귀감이 되고 있다. 부부이기 전에 배우로서 서로를 존중하며 선의의 경쟁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게 각자 부단히 연기력을 쌓아 간 부부. 지성은 드라마 <킬미, 힐미> 속 다중인격장애를 가진 차도현 역을 맡아 역대급 연기를 펼쳤으며, 이보영은 <신의 선물-14일>에서 사랑하는 아이를 되살리기 위해 시간 여행을 떠나는 엄마로 분해 결혼 후 더욱 깊어진 연기혼을 불태웠다. 어릴 적부터 책 읽기를 좋아한 문학소녀였던 그녀는 자신이 독서를 통해 받은 위로와 사랑, 성장 이야기를 에세이 <사랑의 시간들>에 풀어내는 데 전념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또 한 번 기쁜 소식이 전파를 탔다. 2015년 6월 그녀가 딸 지유를 품에 안게 된 것이다. 지유는 아빠인 지성을 많이 닮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그녀는 밖에 나가면 다들 지유가 아빠를 닮았다고만 해 억울할 때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엔 함박웃음이 가득했다.

강단 있는 여배우의 힘

한 해도 작품을 쉬지 않던 그녀는 출산 후 육아에만 전념하는 생활을 이어갔다. 조금씩 이보영의 근황이 궁금해질 찰나, 그녀가 드라마 <귓속말>로 안방극장에 돌아왔다. 결혼 후 출산한 지 3년 만이다. 그녀의 공백을 아쉬워한 팬들에게는 길고 긴 기다림이었을 것이다. 오랜만에 드라마라 그녀는 작품 선정에도 무척 신중했을 터. 드라마 제작발표회 당시 그녀는 “엄마가 되고 보니 우리 아이가 봤을 때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드라마를 찍고 싶었다”며 “동시에 좋은 영향력을 주는 작품으로 이번 드라마에 믿음이 갔다”고 말했다.

<귓속말>은 법률회사 태백을 배경으로 적에서 동지로, 그리고 결국 연인으로 발전하는 두 남녀가 인생과 목숨을 건 사랑을 통해 법비를 통쾌하게 응징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마치 운명의 절묘한 장난인 듯 <귓속말>은 남편 지성의 드라마 <피고인>과 곧바로 바통 터치를 해 주목을 받았다. <내 딸 서영이>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이상윤과의 재회라는 점에서도 무엇인가 묘한 기분이 든다는 반응도 있었다. 더욱이 웰메이드 드라마로 호평받은 <펀치>의 박경수 작가와 이명우 PD까지 다시 뭉쳐 이 드라마는 방영 전부터 장안의 화젯거리가 되었다.

극 중 그녀가 맡은 역할은 아버지의 억울한 누명을 벗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경찰대 출신 형사 ‘신영주’다. 부조리한 세상에서 올곧은 기자로 살아온 아버지를 누구보다 존경하는 신영주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가는 단단한 심지를 가진 인물이다. 아버지의 결백을 밝히는 일이라면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것은 물론 결정적인 증거물을 확보하기 위해 몸도 사라지 않는 등 그녀의 파격적인 연기 변신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때로는 고난이도의 액션신을 펼치기도 하고, 이상윤을 향해 ‘입 닫아’라는 거친 대사 한마디로 화면을 장악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강단 있는 여배우의 저력을 엿볼 수 있었다. 청순하거나 단아했던 그녀는 이제 털털하고 카리스마 있는 전무후무 신 여성상으로 발돋움했다. 매 작품마다 새로운 연기 변신을 시도한 그녀는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구축하는 데도 꽤 성공한 듯싶다. 약 2회분 남은 드라마에서 이상윤과 어떻게 어른 멜로를 선보일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여배우로서도 한 남자의 아내, 한 아이의 엄마로서도 승승장구 중인 이보영. 그녀는 소아암 환자를 위해 1억 원을 선뜻 기부하는 등 마음도 참 착한 배우로 유명하다. 앞으로도 그녀에게 축복 가득한 나날만 이어지길 힘껏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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