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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주웅 교수가 말한다, 자궁경부암의 오해와 진실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주웅 교수가 말한다, 자궁경부암의 오해와 진실
  • 송혜란 기자
  • 승인 2017.07.19 2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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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의 성문화가 개방되면서 자궁경부암으로 산부인과를 찾는 여성이 늘고 있다. 여기에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한 비만과 사회·개인적인 스트레스, 흡연 등은 자궁경부암에 더욱 취약한 몸을 만들고 있다. 심하면 자궁까지 적출해야 하는 무시무시한 병, 자궁경부암. 그러나 백신 부작용 논란으로 예방접종이 꺼려진다면 주웅 교수의 조언에 귀 기울여보자.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를 찾아 자궁경부암의 증상부터 원인, 예방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5년간 자궁경부암에 대한 심사 결정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매년 약 5만명 이상이 자궁경부암 진료를 받고 있다. 진료 인원 대부분은 30세 이상이었다. 30세 미만 진료 인원도 매년 약 2000명 이상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궁경부암이란 질과 자궁 사이에 있는 자궁경부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을 말한다. 자궁경부는 일생 여러 자극에 의해 화생(化生)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화생 과정에서 상피층에 자궁경부암을 유발할 수 있는 고위험군 HPV 바이러스가 감염되면서 세포의 변형이 일어난다. 세포 모양이 변하는 이형증으로 발전하면서 지속적으로 암을 유발하는 조건이 갖춰지면 상피내암, 침윤암이 생긴다. 자궁경부암은 성교 후 질 출혈이 가장 흔한 증상으로 나타나며, 아예 증상이 없는 경우도 상당하다. 때때로 생식기에 사마귀가 발견되기도 하고, 혈뇨나 직장출혈, 허리통증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도 있다. 

“이러한 증상이 있으면 보통 우리가 자궁경부암 검사라고 해서 브러시로 자궁경부 세포를 채취 후 검사해요. 이형증까지는 대개 자연적으로 회복됩니다. 이형증이 있어 조직 검사를 했더니 3기 상피내암이나 4기 침윤암으로 발전됐다면 자궁적출을, 아주 초기이거나 출산을 안 했다면 경부적출 수술을 해요. 만약 다른 장기에 전이됐을 경우 항암 치료를 추가로 하게 됩니다.”

자궁경부암의 예후는 꽤 좋은 편이라고 주웅 교수는 말했다. 요즘은 주기적인 자궁경부암 검사로 인해 조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고, 또 워낙 한국의 수술 기술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만큼 탁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알려진 자궁경부암 치료 후 5년 생존율은 1기 초의 경우 100%도 가능하지만, 1기 말은 80~90%, 2기 초는 70~80%, 2기 말은 60~65%, 3기는 35~45% 정도이다. 4기에 암이 발견되는 경우 치료를 해도 5년 생존율이 약 15%다. 자궁경부암의 원인을 바로 이해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평소 건강관리에 신경 써야 하는 이유다.

 


자궁경부암의 가장 큰 원인 ‘HPV’

자궁경부암의 원인은 매우 명확하다. 성 접촉에 의한 인유두종 바이러스(Human Papilloma Virus, HPV) 감염이 가장 큰 원인이다. 자궁경부암 환자의 99.7% 이상에서 고위험 인유두종 바이러스 감염이 발견됐다는 보고가 이를 뒷받침해 준다.

“오래전부터 많은 학자가 연구를 했어요. 도대체 자궁경부암은 왜 생기는 걸까? 자궁적출 수술을 받은 자궁경부암 환자들의 암 조직을 검사해보니 공통적으로 HPV가 검출된 겁니다. 인과관계를 확실하게 확인하기 위해서 여러 실험도 했지요. 결국 이 바이러스가 없으면 암이 안 생기고, 이 바이러스가 있어서 쭉 가면 암이 생기더군요. 이 사실을 최초로 발견한 하랄트 추어 하우젠이 2008년에 노벨상을 받기도 했어요.”  

물론 HPV 외에도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요인은 다양하다. 인유두종 바이러스를 몰랐을 때는 기본적으로 남미나 아프리카, 아시아 지역의 후진국, 사회경제적으로 저소득 계층이 자궁경부암에 취약하다고 인식되곤 했다. 비위생적인 환경과 빈약한 의료시설, 무질서한 생활 약식 등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자궁경부암이 성교를 통해 전염되는 만큼 난잡한 성생활도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손꼽힌다. 흡연과 비만 등도 자궁경부암 발생률을 높인다고 그는 강조했다.

“흡연과 비만이 신체 면역력을 급격히 떨어뜨리니까요. 특히 비만은 인슐린 저항성을 가지는데요. 심하면 당뇨병을 야기해 세포의 성장을 촉진, 분열케 해 결국 암으로 발전합니다. 흡연도 마찬가지예요. 사람의 몸속 DNA는 죽을 때까지 성장하는데요. 혹시라도 DNA 발달에 미스가 생기면 이를 수정해줘야 하는데, 흡연이 이를 불활성화해요. 한번 생긴 오류가 바로 수리되지 않으면 여러 질병에 노출될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지요.”

자궁경부암 예방법

이에 자궁경부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몸의 전체 면역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게 바로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다. 우선 금연은 필수다. 흡연자의 경우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그 바이러스가 더 오래 지속되는 반면, 비흡연자는 면역력이 금방 씻어낸다는 점을 꼭 명심하자.

“평소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으로 체중관리에도 신경 써야 해요. 특히 항산화제 성분이 들어있는 야채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세요. 건전한 성관계도 중요한데요. 성관계 횟수는 상관없지만, 성 파트너가 여러 명이면 HPV에 감염될 확률이 높아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여성뿐 아니라 남녀 모두의 노력이 필요해요. 성관계 시 콘돔을 사용해도 HPV를 100% 막지 못합니다.”

이어 그는 첫 성 경험 나이가 낮아도 자궁경부암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신체가 충분히 성숙되지 않은 상태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세포가 파격받기 쉽기 때문이다. 첫 성 경험 시기가 빠르면 나이를 먹을수록 파트너 수가 비례적으로 증가할 우려도 있다.

자궁경부암 백신, 안전할까

자궁경부암 예방법으로 인유두종 바이러스 백신 접종도 고려해볼 수 있다. 인유두종 바이러스 백신은 유전자 재조합을 통해 생산한 바이러스 단백질로 감염을 예방해 준다. 백신에 바이러스 DNA가 포함돼 있지 않아 백신 투여로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은 없다고 알려져 있다.

국내에는 현재 가다실주와 서바릭스라는 인유두종 바이러스 백신이 들어와 있다. 그중 가다실주는 근육주사로 6개월에 걸쳐 총 3회 접종받는다. 3회까지 모두 접종을 끝낸 경우 거의 100% 예방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자궁경부암 백신에 대한 부작용 논란 때문에 이를 멀리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외국에서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은 후 사망한 사람이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져 논란을 일파만파 더 커지고 있다. 

“오해가 있는 것 같아요. 자궁경부암 백신과 환자의 죽음은 인과관계도 상관관계도 아닌 선후관계만 있다고 조사 결과 드러났어요. 원래 다른 질병이 있었는데 그저 사망한 전날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았다는 것뿐이지요. 열이나 근육통, 몸살 등 부작용이야 어릴 때 홍역 주사나 하다못해 성인 독감 예방 접종을 받아도 흔히 생기는 증상인걸요.”

국가나 의사에 대한 불신이 만연화 된 한국에서 환자들이 쉽사리 자궁경부암 백신 효과를 믿지 못하는 게 무척 안타깝다는 주웅 교수.

“자궁경부암의 가장 큰 원인이 인유두종 바이러스라는 것을 잘 이해했다면, 당연히 그 다음 질문은 ‘백신이 있느냐?’이지 않을까요? 자, 지금 여기 백신까지 준비됐습니다.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자궁경부암 백신에 대해 더는 의문을 가질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효과는 단연 어릴 때 맞아야 제일 좋다. 가장 적당한 시기는 첫 성관계를 맺기 직전에 접종받는 것이다. 빠르면 10대 초반부터 성관계를 시작하는 미국의 경우 9살에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도록 권장한다고 한다.

산부인과 의사의 건강관리법

자궁경부암 백신과 함께 건강한 생활 습관 유지하기, 그리고 2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까지 받는다면 더 이상 암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산부인과 의사인 주 교수는 아내에게 만큼은 1년에 한 번씩 꼭 산부인과 검사를 받도록 독려한다고 한다.

“여성들이 아직도 산부인과에 가는 것을 꺼리는 것 같아요. 남편이 산부인과 의사인 제 부인도 다르지 않아요. 항상 제때 검사를 받을 수 있게 옆에서 도와주려고 해요. 특히 자궁경부암은 각 단계가 진행되는 데 오래 걸리는데요. 2년마다 정기적으로 건강 검진만 받아도 조기에 발견해 충분히 완치할 수 있어요.”

이와 함께 의사로서 가족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 매사 노력한다는 그는 흰밥보다 잡곡밥 위주로 섭취하고, 소고기나 돼지고기 같은 붉은 고기보다 닭고기나 오리고기를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암 발생률을 낮추는 건강한 식단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지요.”

여느 의사가 그렇듯 일에 치여 따로 운동할 시간은 없지만 웬만하면 자가용을 이용하는 대신 걸어 다니며 생활 속 운동을 실천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갈 때 자리가 나도 잘 안 앉아요.(웃음) 요즘 회사에서 스탠딩 워크스테이션이라고 서서 일하는 열풍이 불고 있는데요. 좌식보다 서 있는 게 더 건강에 도움이 돼요. 그리고 스쿼트를 자주 한답니다.”


주웅 교수는...
주웅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후 동 대학원에서 산부인과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전공의와 부인종양학 전임의를 거친 그는 이화여대 의대 산부인과학교실 주교수, 부교수 등을 역임했다. 2016년 한국보건의료기술평가학회에서 올해의 논문상 등을 받은 주 교수는 현재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이자 이대여성암병원 부인종양센터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Queen 양우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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