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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 허영림 교수의 '당신의 자녀는 행복한가요?'
국민대 허영림 교수의 '당신의 자녀는 행복한가요?'
  • 송혜란 기자
  • 승인 2017.07.22 22: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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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청소년 행복도는 OECD 중 꼴찌. 국제협력개발기구의 국제학생평가프로그램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의 행복도는 10점 만점에 6.36점이었다. 주원인은 학교 시험과 공부 스트레스. 청소년이 성적을 비관해 자살까지 하는 시대다. “아이들이 주도적인 삶을 살지 못했다는 거죠.” 무엇보다 부모의 책임이 작지 않은데…. 국민대 유아교육학과 허영림 교수를 만나 부모, 아이 모두 행복한 자녀 교육법에 대해 들어 보았다.

 


“요즘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엄마 뜻대로 사는 것 같아요. 그러다 문득 의문이 듭니다. ‘나는 누구지?’,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 특히 중학교 2학년이 되면 굉장히 방황하게 돼요. 이전에는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해서 반 3등도 했는데, 이게 영원한 성적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는 거지요. 아이마다 수학, 미술, 체육 다 좋아하는 게 달라요. 엄마의 훈련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줄곧 회의적인 생각만 하다가 뒤늦게 다른 것을 하려고 해도 허락되지 않으니 다른 선택이 있겠어요?”

인터뷰 초반부터 한국의 잘못된 자녀 교육법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는 허영림 교수. 그녀는 부모, 유아교육 전문가로, 서울시 보육정보센터와 성북구 영유아플라자 ‘아이조아’, 휴먼 다이나믹 등에서 다양한 이들과 상담을 진행한 바 있다.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유아교육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허 교수는 국내는 물론 미국과 영국, 홍콩, 중국 등 해외에서도 활발한 강연을 펼치고 있다. EBS <60분 부모>와 <라디오 멘토 부모>, JEI 재능TV <허영림 교수의 자녀교육>에 전문 패널로 출연하며 주목받은 그녀는 대한민국 부모들의 멘토로 맹활약 중이다.

이에 그녀는 “자고로 부모라면 아이가 어려서부터 삶의 주체로 살아가도록 도움을 주고 지켜봐 주는 관찰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모가 변하면 아이도 변한다. 엄마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꼭 우리 아이가 반에서 1등을 해야 최고일까? 공부를 유독 싫어하는 아이라면 한번 잘 관찰해 보자. 하다못해 자기 방 정리를 잘한다든가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든지 다른 소질이 있을 것이다. ‘내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데, 너는 고작 70점밖에 못 받니?’ 식의 학업 중심 사상은 청소년의 행복도를 더 떨어뜨릴 뿐이다.

“이제는 엄마가 다양한 시도를 하지 않으면 안 돼요. 무조건 수능 잘 봐서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가는 시나리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똑같은 틀 안에서 누군가는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불행해질 수밖에 없어요. 우리 아이도 분명 스스로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아이의 행복할 권리

부모가 자녀의 관찰자 역할을 벗어나면 어떻게 될까? 아이는 부모에게 끌려다니고 의지하는 삶을 살아야 하고, 부모는 끊임없이 아이의 삶을 이끌어 주고 지원해 줘야 한다. 부모와 자녀 모두를 불행에 빠뜨리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연결고리를 끊으려면 일찌감치 부모의 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 부모가 자기중심에서 아이 중심으로 사고를 전환하고, 자율적인 아이로 키우기 위한 울타리가 되어 보자. 그 과정에서 아이는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주체로 자라며, 스스로 행복할 권리를 충분히 누릴 수 있다.

허 교수가 말하는 아이의 행복할 권리란 놀 권리, 시간을 자기 맘대로 쓸 권리, 학원 안 갈 권리 등을 모두 포함한다.

“아이들이 권리는 없고 의무만 있으니 우울해하지요. ‘자, 오늘은 내 맘대로 할 거야~. 친구랑 호수공원도 가고, 찜질방도 다녀올게.’ 이렇게 말하면 다들 엄마 말 잘 안 듣는 이상한 아이로 보지요? 그런데 저는요, 아이가 이렇게 자기 시간을 마음대로 쓸 자유만 있어도 극단적인 생각을 할 일은 없을 거라고 봐요.”

뇌세포를 망가뜨리는 조기교육

물론 아이의 문제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은 만큼 부모가 변하기 위해서도 상당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예컨대 사교육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여기서 우리 아이들이 사교육을 통해 정규 교육과정보다 평균 3.8배 앞서 선행 학습을 하고 있다는 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초등학교 6학년이 중학교 3학년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으면 중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없고, 이후 명문대 입학을 위한 필수 코스인 특목고, 특수고에 진학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의 불안감이 낳은 기이한 현상이다. 더욱이 선행 학습을 시키지 않는 부모는 ‘아이를 방치하는 부모’라는 어처구니없는 말까지 돌고 있으니 선뜻 사교육을 끊을 부모도 흔치 않을 터.

그러나 아이의 발달단계를 무시하고 너무 많이 가르치면 오히려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조기교육은 아이에게 스트레스와 부담감을 가중해 자신감을 잃게 하고, 자칫 정서적 불안이 돌발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3~6세 유아에게 적성이나 발달단계를 고려하지 않고 성급하게 선행 학습을 시키면, 아이를 방임하는 것만큼의 문제를 불러온다고 그녀는 경고했다. 3~6세 아이들은 전두엽이, 7~11세 시기에는 측두엽이, 15세 이후에는 후두엽이 성장한다. 이러한 발달 과정에 어긋난 정보를 주면 뇌세포가 망가질 우려가 있다. 심지어 6세 이전에 과도한 정보를 주입하면 해마 세포가 파괴돼 기억력 장애나 과잉학습장애증후군 증세를 보일 수 있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원래 공부는 유대인 말로 ‘반복하다’의 뜻이에요. 같은 과목을 여러 번 반복해서 공부하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어요. 사교육을 시키더라도 유난히 우리 아이가 학교 진도를 따라가기 벅차할 때 튜터를 고용해 구멍을 메워 주는 정도여야지요.”

우리나라 사교육비가 21조라는데, 인풋에 비해 아웃풋이 약한 것도 사실이다.
“며칠 전에 TV를 보는데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저는 수포자예요’라더군요. 지금 열심히 공부해도 늦지 않은데, 무슨 좌절감에 그런 말을 하는 걸까요?”

지나친 조기교육으로 불거진 아이의 문제는 제아무리 노력해도 정상으로 되돌리기 쉽지 않다는 허영림 교수. 그녀는 “부모 중에는 아이들이 지금 누려야 할 권리를 나중에 챙겨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고 으름장까지 놓았다.

 


경청과 공감

그렇다면 지금 당장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부모가 챙겨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일단 아이의 말을 잘 들어 줘야 해요. 훌륭한 부모는 일방적으로 자기주장만 하며 아이를 설득하려고 하지 않아요. 그저 아이가 하는 말을 경청하려고 노력합니다.”

만약 아이가 ‘엄마, 저는 달리기하는 게 너무 신나요!’라고 말했다고 하자. 아이에게 대뜸 ‘달리기 잘해서 뭐해?’라는 식으로 접근하면 더 이상 소통은 불가능하다. 대신 ‘어머, 너는 달리기를 좋아하는구나. 왜?’라고 답하면 아이는 곧 ‘몰라~, 그냥 마라톤 할 때 재밌는 것 같아!’ 등 대화를 이어간다. 이때 엄마는 ‘아~, 그렇구나’라며 공감만 해 주면 된다. 아이는 자신의 말에 공감해 주는 사람만 곁에 있어도 스스로 꿈을 발전시켜 나간다. ‘공부나 해라’는 잔소리나 부모 중심의 설득, 지시, 설명은 아이가 꿈을 미처 펼치기도 전에 차단해 버리는 독에 불과하다.

“언젠가 TV를 켰는데 초등학교 5학년 아이가 과학자처럼 무엇인가를 뚝딱 만들어 내는 것을 보고 무척 놀랐어요. 그 장면을 찬찬히 보아하니 아빠가 마치 아이의 친구 같더라고요. 보통 부모였으면 ‘위험하게 왜 이런 걸 하니?’라고 말렸을 텐데, 그 아빠는 아이가 부품을 조립하고 있으면 ‘재밌겠다~’ 공감하며 장난감으로 또 다른 재료들을 사다 주기도 했어요.”

한번은 드론 부품을 선물했는데 아이가 금세 조립에 성공했다고 한다. 물론 아이에게 타고 난 소질도 있었겠지만, 그녀는 환경적으로 그런 부모를 만나지 못했다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을 거라고 회상했다.

아이와 함께 놀아 주기

또 하나, 아이는 놀아 주는 만큼 더 잘 자란다. 단순히 아이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 놀리라는 의미가 아니다.

“여행을 많이 다녀 보세요. 주말마다 김밥 한 줄 싸서 뒷산만 올라도 좋아요. 아이와 함께 약수터도 가고, 피톤치드를 마음껏 쐬며 책도 읽어 보는 거지요. 대화도 많이 하고요. 이렇게 활동 위주로 많이 놀아 주다 보면 곧 아이의 특성이 드러나요. ‘아, 우리 아이는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구나.’ 혹은 누굴 만나도 먼저 인사하는 아이를 보며 사회성이 있다는 것을 알 수도 있겠지요. 부단히 관찰하며 아이의 장점이 무엇인지 파악한 후에는 그 길을 더 열어 주는 게 중요합니다.”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하는 것보다 사람 만나는 것을 즐기는 아이라면 당연히 학원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봉사활동을 시켜야 한다. 걸스카우트 같은 경험도 큰 자산이 된다. 거기서도 글로벌 리더가 탄생할 수 있는 법이다.

“꼭 영어를 잘해야 글로벌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죠. 요즘 엄마, 아빠들 목표는 다 똑같아요. 어릴 땐 서울대, 연고대, 크면서 점점 더 낮춰지고, 그러다 원수가 되지요. 그 설정이 잘못됐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예요. 부모, 아이 모두 행복하지 않으니까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부모, 아이 모두 행복해지기 위한 조건으로는 이 외에도 ‘아이가 마음껏 실패하고 성공할 기회’와 ‘부모의 질문’, ‘인내심’ 등이 있다. 흔히 헬리콥터 맘, 잔디 깎기 맘이라고 불리는, 아이의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엄마들에게 특히 인내심이 요구된다.

“많이들 아이가 무엇인가에 실패하기 전에 모든 방해 요소를 제거하려고 하는데요. 그게 아이를 더 무능하게 만드는 겁니다. 원래 실수는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말이 있잖아요. 일어날 힘을 기르기 위해 넘어진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한 살이라도 더 일찍 실수를 해 봐야 빨리 유능해지지요. 아이가 넘어져도 놀래지 말고 ‘아들, 일어날 수 있어!’, ‘울지 마!’라고 말한 뒤 스스로 일어나 다리를 털고 있으면 그때 ‘애썼다!’, ‘잘했다!’는 말만 해 주면 충분합니다.”

또한 부모의 질문은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는 데 유용하다. 만약 아이가 성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질문 하나만 던져 보자.

“누구나 은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두려워하지요. TV를 보다가 성관계를 묘사한 장면이 나올 때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는 겁니다. ‘아들, 너 같으면 저런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 같아?’ 이때 아이가 ‘여자가 원하면 하고, 그렇지 않으면 안 해야지’ 류의 대답을 했다면 어떻게 성을 조절할 것인지 잘 인지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언젠가 아이가 엄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할 때도 바로 이러한 질문법을 활용해 볼 수 있다. 가령 이런 식의 질문이면 어떨까? ‘엄마가 보기엔 내가 100점짜리 엄마인 것 같은데, 어쩔 땐 착각 같기도 해. 넌 어떻게 생각하니?’ 이에 대해 아이가 ‘아니야. 엄마는 내가 늘 원하는 것도 다 해 주잖아. 엄마 같은 사람을 만나서 나는 정말 행운아인 것 같아’라고만 답한다면 이것이야말로 부모, 아이 모두 행복해지는 길이 아닐까 싶다.


< 허영림 교수의 육아 지침 > - 자녀가 진정으로 행복하길 원한다면

1. 엄마의 사랑과 칭찬이 곧 가르침이다.
2.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 주면 행복감이 커진다.
3. 아이 편에 서서 생각하고 칭찬하라.
4. 좋아하는 것이 있는 아이가 행복하게 자란다.
5. 인내심도 행복의 조건이다.
6. 실컷 노는 게 더 중요하다.
7. 아이의 버릇은 말로 고쳐라.
*참고 도서 : <내 아이의 행복할 권리>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Queen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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