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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날 어머니 떠나보낸 ‘효녀 가수’ 현숙의 끝나지 않은 사모곡
생일날 어머니 떠나보낸 ‘효녀 가수’ 현숙의 끝나지 않은 사모곡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7.08.1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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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동안 중풍으로 쓰러져 누워 있는 어머니를 극진하게 간호해 ‘효녀 가수’라 불리며 사랑받고 있는 가수 현숙. “어머니가 눈감고 있어도, 목에 구멍을 뚫고 있어도 숨만 쉬면 좋겠다”라고 말하던 그녀가 지난 6월 말 어머니를 떠나보냈다. 영혼의 안식처 같았던 어머니를 떠나보낸 후 부르는 애끓는 사모곡.

글_ 김소영 기자 사진_ 양우영 기자

“세상에서 저의 제일 친한 짝꿍은 엄마였습니다. 집에 들어오면 항상 엄마 곁에 앉아 속상했던 일, 행복했던 일을 조곤조곤 말하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는데…. 이제 쓰다듬을 이마도, 입 맞출 볼도, 힘주어 쥘 수 있는 손도 없어졌습니다. 항상 엄마와 함께 있던 집에 나 홀로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외로워요….”
14년 동안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중풍으로 쓰러진 뒤 의식을 잃은 어머니 김순애(85) 씨의 대소변을 매일 받아주고 땀을 닦아주며 사랑을 보여왔던 효녀 가수 현숙(43) 씨가 지난 6월 29일 어머니를 떠나보냈다. 장례식 내내 오열하며 조문객을 맞았던 그녀. 부모를 잃은 슬픔에 비할 것이 무엇이겠냐만, 그녀의 비통함이 조금은 사그라졌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난 7월 18일 그녀를 찾아갔다.

“제가 웃어야 엄마도
하늘나라에서 편하죠”

49제를 지내고 있다는 그녀는 아직 검은 옷차림이지만 곱게 화장을 한 얼굴은 한결 밝아 보였다. 장례식 날 퉁퉁 부은 얼굴로 “엄마, 엄마”를 목놓아 부르며 초점을 잃었던 그녀의 눈빛도 조금은 제자리를 찾았다.
“제가 울면 엄마가 못 떠나신대요. 웃어야죠. 매일 행복해야 해요. 그래야 엄마도 하늘나라에 편안히 가서 아빠랑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좋은 구경도 하시죠. 제가 울고만 있으면 착한 우리 엄마… 얼마나 마음 아프시겠어요. 지금까지 곁에서 저를 지켜준 것만도 너무 감사해요. 이제 제 걱정은 그만 하고 편히 쉬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거의 반백 년 동안 곁에 두고 살았던 어머니다. 스케줄이 없는 날이면 항상 어머니와 함께했던 현숙 씨는 어머니가 세상을 뜨자마자 그리움에 미치도록 사무쳤다. 어머니가 쓰던 병원침대, 휠체어, 냉동실에 든 의료기구…. 속옷을 부여잡고 통곡한 적도 많았다. 어머니의 고왔던 모습이 떠오르지 않을 때면 밤새 오열한다.
현숙 씨는 아직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을 때의 모습이 생생하다. 처음 의사들이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조언했을 때 기적을 바랐던 그녀였다. 어머니가 평생 곁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녀에게는 너무 빠른 이별이었기 때문. 그러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엄마가 마지막으로 숨을 거두기 전에 마치 ‘수고했다’는 듯 저를 지그시 바라보셨어요. 엄마에게 뭔가를 해주고 싶은데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어요. 같이 아파할 수도 없고… 그냥 발만 동동 굴렀습니다. 사랑한다는 말밖에 아무 할 얘기도 없었어요.”
중환자실. 볼에 눈물을 뚝뚝 흘리며 현숙 씨는 어머니의 이마를 쓰다듬고 또 쓰다듬었다. 14년째 투병생활로 어머니의 얼굴은 퉁퉁 부었고, 팔과 몸은 주삿바늘로 군데군데 멍들어 있었다.
“사람은 생명이 다하는 순간까지 귀가 열려 있다는데 엄마 내 말 다 듣고 있는 거지….”
그녀의 어머니는 의식을 잃은 채 눈을 감고 있었지만 눈에서 계속 눈물이 흘렀다. 옆에 있는 현숙 씨의 지인은 “어머니가 네 얘기 다 듣고 계신 거야. 막내인 네가 가장 걱정되신다네. 그리고 그동안 고생 많았다고…”라며 함께 울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결국 29일 새벽 3시 35분에 임종했다.

봉사하라던 어머니 유지 받들어
8천여 만원 병원에 기부

그녀는 슬픔은 잠시 접어두고 늘 봉사하라던 어머니의 뜻을 기리며 살아가기로 했다. 평소에도 병환 중인 어머니를 떠올리며 노인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꾸준히 펴왔던 그녀다. 이번에 현숙 씨는 수술비가 없어 고생하는 아이들을 위해 8천7백만원을 한양대병원에 기부해 감동을 주기도 했다.
“엄마가 아프기 전에 용돈을 종종 드렸었는데 그 돈을 한푼도 안 쓰시고 베개 밑에 숨겨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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