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06:30 (금)
 실시간뉴스
한국 단편소설의 완성, 상허 이태준 가옥
한국 단편소설의 완성, 상허 이태준 가옥
  • 송혜란 기자
  • 승인 2017.08.04 16: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나라 근대예술의 발원지라 일컬어도 될 만큼 많은 문인과 예술가들이 모여 살았던 성북동 언덕길. 그중 막돌로 쌓은 벽담과 일각대문이 인상적인 옛 한옥 ‘수연산방(壽硯山房)’이 있다. 전통찻집으로 소문난 ‘수연산방’은 원래 이태준 가옥으로 잘 알려져 있다.

글 사진 백남우(tbs TV 영상콘텐츠부장)


상허 이태준 가옥은 월북 작가 이태준이 1933년에 지어 ‘수연산방(壽硯山房)’이란 당호(堂號)를 짓고 1946년까지 거주하면서 문학작품을 집필한 곳이다. 이곳에서 단편 <달밤>, < 돌다리>, 중편으로는 <코스모스 피는 정원>, 장편으로 <황진이>, <왕자 호동> 등 문학작품 집필에 전념했다.
1933년 정치사상적인 경향문학과 달리 순수예술을 추구하며 9명의 작가가 결성한 문학 친목단체인 구인회 창립 멤버인 이태준 선생은 서정성 짙은 문장과 미의식으로 한국 단편소설의 완성자로 평가받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무서록, 달밤, 가마귀, 문장강화 등이 있다.

개량한옥으로 지어진 수연산방은 정면 2칸 대청을 중심으로 좌측에는 건넌방과 우측에는 안방으로 위치하고 있고 안방 앞으로 누마루를 조성해 안채와 사랑채 기능을 결합하고 있다. 또한 안방 뒤로 부엌을 배치하고 화장실을 안채에 부속함으로써 전통 한옥의 변형을 제시하고 있다.
 

 


유년기에 부모를 여의고 가난으로 불우한 학창시절을 보냈던 이태준에게 결혼 후 직접 지은 살림집은 그의 작품에 등장할 만큼 각별했다.

목수 다섯 사람 중에 네 사람이 육십객(六十客)들이다...
남의 일 하는 사람들 같지 않게 독실하다.
그들의 옌장은 날카롭게는 놀지 못한다.
그러나 마음내키는대로 문질른다.
그들의 옌장 자국은 무듸나 힘쩍고 자연스럽다.
이들의 손에서 제작되는 우리 집은
아모리 요즘 시체집이라도 얼마쯤 교태는
적을 것을 은근히 기뻐하며 바란다

/ 이태준 수필 <목수들> 1939년
 

 


별채로 지은 다실과 정원을 사이에 두고, 아담한 살림집은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이태준 가옥은 1977년 서울시 민속자료 제11호로 지정되었고 현재는 ‘수연산방’이라는 이름으로 이태준 선생의 외종 손녀가 운영하고 있다.

1988년 정부의 월북, 납북 작가들에 대한 해금 조치로 그의 작품에 대한 규제가 풀렸고 가옥 역시 제 이름을 찾았다. 수많은 문인들을 불러 모으며 작가가 담소를 나눴던 옛집은 이제 작가의 흔적을 찾는 시민들의 아담한 휴식공간으로 남았다.
 

<위 콘텐츠는 tbs TV에 저작권이 있으며, 무단전재 및 복사를 금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