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05:35 (금)
 실시간뉴스
도예가 신상호 교수의 삶과 예술과 자연이 어우러진 공간
도예가 신상호 교수의 삶과 예술과 자연이 어우러진 공간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7.08.12 17: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연은 인간을 변화시키기도 하지만 인간에 의해 자연이 변화되기도 한다. 30여 년 전 단지 산자락에 불과했던 황무지 같은 땅을 그의 방대한 예술혼을 펼치는 공간으로 소담하게 자리잡은 집이자 갤러리로 바꿔놓은 ‘부곡 아트 월드’를 찾았다.

사진_ 조준원 기자 진행_ 김혜정 기자

홍대 미대 신상호 교수. 그의 이름 앞에는 수많은 수식어가 붙는다. 한국 도예계의 거장, 세계적 권위의 국제도자협의회(IAC) 회원, 2000년 ‘밀레니엄 타일’이라는 이름으로 JW 메리어트 호텔과 고속터미널이 연결된 센트럴 시티 2층에 높이 3m, 길이 160m의 세계 최대 도벽화(陶壁畵) 제작…. 그러나 그가 작업하고 일상을 보내고 있는 공간을 처음 본 느낌은 대자연 속에 그의 예술혼이 평화롭고 소박하게 자리잡은 한 폭의 풍경 그 자체였다.
야외에 설치한 동물의 도조(Ceramic Sculpture)상과 넓은 벽에 대형 벽화처럼 걸린 파이어드 페인팅(Fired Painting) 타일 역시 아름다운 자연의 한 부분으로 느껴졌다.
세계 최초로 그가 제작한 파이어드 페인팅이란 타일에 직접 그림을 그려 불에 구워낸 것이다. 이 타일은 건물 외관에 걸어서 장식할 수도 있고, 떼었다 붙였다 할 수도 있어 하나의 조각이자 움직이는 그림이라고 말할 수 있다. 파이어드 페인팅 타일의 출현으로 그동안 장식이 불가능했던 건축물도 비로소 옷을 갈아입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그의 작업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차후 세계 최초의 아트 빌리지를 짓겠다는 꿈이 남아 있다. 아트 빌리지란 늙음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 의지하며 사는 곳으로 5평 정도의 면적에 3층으로 집을 지어 1층은 카페나 샌드위치숍과 같은 상업 공간으로 활용하고, 2~3층을 주거 공간 및 취미생활을 하는 곳으로 사용하는 집이다. 그러나 각 집마다 파이어드 페인팅 타일 등을 이용하여 외관을 다르게 하기 때문에 이 빌리지가 완성된다면 세계적인 관광지가 될 듯싶다.
“아마 세계 최초로 이런 아트 빌리지가 생긴다면 기자분께서도 취재를 오지 않고는 못 배길 거예요. 하하. 저는 기본적으로 집은 커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집이 커봤자 청소하느라 힘만 들 뿐,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최소의 공간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나이가 들어서 함께 모여 이런 공간에서 일도 하고 서로 도와가며 산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입니까?”
내년 3월에도 프랑스에서 전시회 계획이 있는 신상호 교수는 현재 홍대 미대 도예유리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강의와 전시회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이곳에서 칩거하며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삶의 향기가 고스란히 배어 있는 거실
신상호 교수의 거주 공간인 ‘부곡도방’ 입구에서 넓은 뜰과 게스트 하우스, 갤러리를 지나 ‘모양재(慕養齋, 늙음을 풍요롭게 하는 집)’라는 현판이 붙은 안채로 들어서자 밝고 너른 거실이 나왔다. 초록색 창문에 낮은 창틀, 오래된 의자와 파이어드 페인팅 타일로 장식된 벽, 아프리카 소품들…. 하나의 갤러리를 연상시키는 이 공간은 신상호 교수의 부인인 한윤숙 여사가 설계한 곳으로 부부가 살아오면서 다듬고 가꿔온 삶의 향기가 그대로 배어 있는 곳이기도 했다.
“저나 집사람이나 사람이 집을 지배해야지 집이 사람을 지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집을 지을 때도 가장 원초적인 개념에 의거해 지었지요. 가령 비와 바람을 피하기 위해 지붕을 얹고 문을 달고, 해가 잘 들어오도록 창을 내는 것처럼 밝고 따뜻하면서도 가족들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데 초점을 맞췄어요. 그래서 이 집엔 요즘 유행하는 화려한 마감재나 장식도 없고, 가장 싸고 자연적인 소재들로만 이루어졌어요.”
지역적으로 추운 곳이라 집을 해가 잘 드는 남서향에 배치하고, 겨울의 혹한을 피하기 위해 천장과 창틀을 낮게 설계하여 더욱 아늑해 보이는 거실은 여느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TV 대신 오래된 오디오가 벽 한쪽을 차지하고 있고, 소파 대신 골동품인 중국 테이블과 나무 의자, 신상호 교수의 작품들이 곳곳에 놓여 있는 것이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