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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양봉, 꿀보다 달콤한 일상
유기농 양봉, 꿀보다 달콤한 일상
  • 송혜란
  • 승인 2017.08.24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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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쑥으로 훈연하며 벌통에서 꺼낸 벌집을 들고 있는 송정한 씨.


오랫동안 SBS 방송 기술 분야에 몸담아 온 송정한 씨. 곧 정년 퇴임을 앞둔 그는 올해 안식년을 갖고 인생 제2막을 준비하는 데 여념이 없다. 대학 시절 전자공학을 전공한 터라 어느 정도 기술이 필요한 농축산업에 관심이 갔다는 그는 그중에서도 유기농 양봉을 택했다. 준비 기간만 3년. 드디어 올해 첫 수입을 올렸다는데…. 꿀보다 달콤한 일상에 푸욱 빠져 있는 그를 만나기 위해 경기도 일산의 고봉산을 찾았다.

취재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일산 시내를 벗어나 조금만 달리면 보이는 푸릇푸릇한 고봉산. 그 언저리에서 ‘윙~’하는 소리를 쫓아 따라갔더니 벌통으로 가득한 고봉원(高蜂園)이 보였다. 양봉가 송정한 씨가 운영하는 양봉원이다. 벌망을 쓰고 한창 훈연 중이던 그가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기자의 방문을 반겼다.

“벌통이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는지 점검 중이었어요. 저 안에 베이스 벌집틀을 넣어 뒀는데 수벌이 수벌집을 만들고 있지요. 베이스 틀에 수벌집이 없다면 여왕벌에 문제가 있는 거예요. 이때 훈연기에 쑥을 넣어 뿌려 주면 벌들이 순해지는데, 벌통을 열 때 벌이 흥분해 사람을 쏘거나 통에 끼어 죽는 것을 예방해 준답니다.”

타이밍의 기술

사실 은퇴 후 귀농을 꿈꿨던 그는 정년이 다가오자 서울시립대 원예학과에서 딸기, 토마토 등 시설 원예를 공부했다. 그러나 기본 2,000평 정도의 땅에 시설비만 평당 60, 70만 원이 드는 등 초기 자본이 어마어마하게 필요하자 곧 포기, 다시 찾은 작목이 지금의 양봉이었다. 양봉은 초기 자본 5,000만 원만 있으면 바로 시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바쁜 직장 생활 중에도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요즘은 직장인들도 취미나 부업으로 양봉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오이와 같은 채소는 2~3일에 한 번씩을 꼭 따 줘야 상품 가치가 있으므로 제가 늘 작물에 매달려 있어야 해요. 그런데 양봉은 타이밍의 기술이라고 해서 4, 5, 6월 바쁠 때만 바짝 일하면 됩니다. 중간중간 소독도 제 스케줄에 따라 얼마든지 일정을 조절할 수 있고요. 은퇴 설계로는 양봉이 딱이죠!”

물론 하늘 아래 쉬운 일은 없듯 그 역시 직장에 다니며 틈틈이 양봉에 대해 공부하는 등 최소 5~6년은 제2의 인생 준비를 철저히 했다. 본격적으로 양봉에 뛰어든 지 3년째인 올해는 30~40개 벌통으로 약 2,500만 원의 첫 수입을 얻었다. 내년 목표는 5,000만 원! 정식으로 퇴직한 후 강원도 춘천에 있는 양봉원에 벌통을 더 늘리면 1억 원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거라고 그는 기뻐했다. 1년 중 가장 분주한 유밀기를 제외하곤 주로 혼자서 일하는 그에겐 그야말로 꿀 수입이 아닐 수 없다.

유기농 양봉의 특징

그렇다고 그가 양봉을 단순히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기는 것은 아니다. 벌에게 설탕을 먹여 만든 사양꿀과 달리 그는 투철한 유기농 철학 하에 천연꿀을 생산하고 있다.

“실제로는 사양꿀을 만들어 파는 사람들이 더 돈을 많이 벌어요. 대량으로 만들 수 있을뿐더러 만 원짜리 설탕으로 만든 꿀을 2만 원에 판매하니까요. 제가 꼭 유기농을 고집하는 것은 아닌데요. 꿀은 사람이 먹는 천연식품인데 되도록 위생적이고 해가 없는 방법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방법도 그리 어렵지도 않고 오히려 돈도 더 적게 들어가고요.”

유기농 양봉의 가장 큰 특징은 벌의 천적인 응애를 방제하기 위해 쓰는 소독제에 있다. 응애는 벌의 림프액을 빨아먹고 산다. 응애에 노출된 벌은 날 수 없는데, 이는 곧 벌의 상품 가치가 없어진다는 뜻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연중으로 벌통을 소독해 준다는 송정한 씨. 대개 4, 5, 6월 유밀기 때는 벌통에 베이스 벌집틀을 한 장 넣어 둔다. 거기에 수벌이 수벌집을 지으면 응애가 림프액을 빨아먹기 위해 그곳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이때 수벌집을 다시 꺼내 없애면 응애의 80%는 제거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유밀기가 끝나는 7월부터는 개미산 소독을 한다. 개미산은 친환경 제제이므로 휘발돼 사람에게 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소독할 때 사람의 호흡기로 약 기운이 들어오면 폐 손상을 일으킬 수 있어 꼭 방독 마스크를 써야 한다.

“꿀을 채취하는 유밀기에는 제아무리 친환경이라고 해도 소독제를 절대 안 써요. 겨울철에도 온도가 낮으면 기화가 안 되므로 개미산 소독제는 가을에만 사용하고 있어요. 대신 겨울에는 옥살산이라고 해서 훈증 처리를 합니다. 이것도 너무 자주 하면 여왕벌이 산란을 못 한다는 단점이 있어요. 벌을 관리하는 기술은 전체적인 환경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 조금 까다로운 편이지요.”

▲ 1 고봉원에는 30~40개의 벌통에서 수벌들이 자라고 있다.2 베이스 벌집틀에 열심히 수벌집을 만들어 꿀을 숙성 중인 수벌들의 모습.3 고봉원에서 생산한 숙성 꿀과 생화분.

꿀에 취한다

이렇듯 어렵게 수확한 벌집에는 꿀은 물론 생화분과 프로폴리스, 로열젤리, 그리고 벌독까지 우리 몸에 유익한 다양한 성분이 담겨 있다. 특히 숙성 꿀은 인슐린 없이도 잘 흡수되므로 당뇨병 환자에게 좋다. 그러나 몸에 좋다고 너무 과하게 먹었다간 탈수 현상이 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도 아끼지 않는 송정한 씨.

“꿀을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게 되면 장과 위에 있는 수분을 다 빨아들이기 때문에 어지러울 수 있어요. ‘꿀에 취한다’는 말도 다 거기서 나온 거지요. 벌 특유의 독성분이 어린아이 장내에서는 소화가 안 되므로 1살 미만의 아이에게는 절대 먹이면 안 된다는 점도 잊지 마세요.”

이 외 생화분도 하루에 한 티스푼씩만 먹다가 조금씩 늘려 가는 게 좋다. 처음부터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나기 때문이다. 꿀은 물과 1대 1로 섞어 이스트를 넣은 후 숙성시키면 달콤한 와인이나 봉밀주, 꿀식초 등 생활 속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게 무궁무진하다.

양봉을 시작한 후 달콤한 꿀 향기로 가득할 그의 인생 이모작을 응원해 본다.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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