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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고민정 전 아나운서를 향한 조기영 시인의 사랑
아내 고민정 전 아나운서를 향한 조기영 시인의 사랑
  • 송혜란 기자
  • 승인 2017.09.22 0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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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처럼 아름다운 당신에게
 


11살 나이 차이, 가난한 시인, 희귀병을 모두 극복한 후 번듯한 가정을 이루기까지 고민정 전 아나운서와 조기영 시인의 러브 스토리는 언제 들어도 가슴 따뜻한 울림이 있다. 안갯속 같은 두려움에도 묵묵히 하루를 살아가며 둘만의 길을 닦아온 부부. 이제는 다 채워진 그릇을 과감히 비워 낸 고 전 아나운서가 더 큰 그릇을 만들기 위해 나아가면서 조가(家)네에도 크나큰 변화가 생겼다. 아내를 향한 그의 사랑은 여전히 시처럼 아름답고 찬란하게 빛났다.[Queen 2017년 7월호]

 

올해 제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돌연 KBS 사퇴, 문재인 캠프에 본격 합류했던 고민정 전 아나운서가 청와대 부대변인으로 한창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아내와 함께한 삶의 순간들을 담은 에세이 <당신이라는 바람이 내게로 불어왔다>를 펴낸 조기영 시인을 홍대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났다.

아내가 회사를 그만두면 좀 더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다는 조기영 시인. 요즘은 아나운서 때보다 훨씬 더 바쁘게 지낸다고 한다. 매일 새벽 다섯 시까지 청와대로 출근, 줄곧 업무를 보다 밤에 회식, 집에 돌아올 때면 어두컴컴한 것이 일상이다.

“오늘도 제가 데려다 줬어요.(웃음) KBS 어린이집에 다니던 애들까지 온종일 집에만 있으니 저도 정신이 없네요. 제 시간이 전혀 없으니까 집필은 꿈도 못 꾸어요. 그래도 애들이 제 인생의 또 다른 작품이다~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 키우고 있습니다.”

시인 아빠의 독박 육아

나 홀로 독박 육아에 시달리느라 은산이와 은설이 두 아이를 모두 데리고 나온 조기영 시인. 사실 지난 대선 당시 아내뿐 아니라 그도 문재인 캠프 영입 제안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애들 걱정이 앞섰다는 그는 “그럼 소는 누가 키우나요?”라는 말로 대신했다고 털어놓았다.

스스로를 주부라고 소개하는 그에게 아내와 합의 하에 낳은 아이를 돌보는 일은 본래 자신이 해야 할 당연한 역할이라는 신념도 강하게 자리해 있다. 아내가 사회생활하며 경제를 책임지고, 역으로 남편이, 특히 예술가인 아빠가 육아와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구조도 꽤 시너지 효과가 있을 듯했다.

“저도 결혼 생활하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아, 직장에 다니는 워킹맘이나 일 욕심 많은 커리어 우먼은 예술가와 결혼하는 게 참 좋겠다고요. 예술가 중에서도 시인이 가진 섬세함은 아이들을 돌보기에 최적화된 요소예요. 애들 마음을 잘 읽어 낼 줄 알거든요. 제 주변에도 시인이 많은데, 애를 아주 잘 키우더라고요.(웃음) 시인 아내들도 말하기를, 다른 건 모르겠지만 애 하나는 정말 잘 본다고 인정해요.”

더욱이 시인 아빠라면 자기 나름대로 세계관과 가치관대로 애들을 잘 이끌어 갈 수도 있겠다.
“흔히 엄마들이 치맛바람 일으키는 것도 다 자기 가치관과 중심 없이 흔들리기 때문이니까요.”

당신이라는 바람이 내게로…

21살에 그를 만나 사랑했다는 고민정 전 아나운서는 26살 아나운서가 되고, 33살 엄마 그리고 39살 새로운 세상에 발을 들여놓을 때까지 ‘늘 깨어 있어라’ 말하는 남편이 없었다면 자신은 어디에 있었을까 고뇌하는 글을 남긴 바 있다. 항상 가슴속에 시를 품은 채 삶을 대했다는 부부의 감동적인 러브 스토리는 늘 고 전 아나운서의 이야기로만 전해지곤 했는데….

이제는 연인에서 부부로, 부부에서 부모가 된 그의 더 깊고 넓어진 시선으로 풀어놓는 그녀와의 소중한 추억을 들을 때도 된 듯싶었다.

 

서른 해 가까이 내 연애는 까만 밤에 가까웠다.
어느 날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듯, 환하게 다가온 그녀.
애태웠고 가슴 아팠고 설렜던 날들.
내 생의 사랑은 한 사람으로 족하고
인생은 그에 대한 사랑으로 채우면 된다.
(…)

- <당신이라는 바람이 내게로 불어왔다> 中

그녀에게 어떠한 매력이 있었기에 그의 심장이 이토록 두근두근했던 것일까? 
“글쎄요. 첫눈에 반했다는 데 논리가 있을까요?”


경희대 중어중문학과 전체 MT에서 맑고 고운 그녀를 보고 첫눈에 마음을 빼앗긴 조기영 시인. 그러나 11살 나이 차는 넘을 수 없는 산처럼 느껴져 1년간 혼자 속앓이를 해야 했다. 이후 민중가요 동아리에서 함께 활동하다 자연스럽게 가까워진 그는 우연히 찾아온 운명의 기회 앞에 손을 내밀었고, 그녀는 그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 주었다. 

결혼 전 그가 강직성척추염이라는 희귀병 진단을 받았음에도 흔들림 없이 올곧은 사랑을 보인 고민정 전 아나운서. 그는 그녀로 인해 평생 간직할 꿈을 다 이뤄 버렸다며 환희에 차올랐다.

“고민정 씨는 어떠한 어려움이 닥쳐도 처음 마음 그대로 꾸준히 지키는 사람이에요. 저와 역할이 바뀌어 가장의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스트레스 없이 현실을 곧장 받아들이고 이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만 고민하지요. 제게는 원래 두 개의 꿈이 있었는데요. 하나는 시를 평생 쓰는 것이고, 하나는 멋진 사랑을 해보겠다는 거였어요. 저는 고민정 씨를 만나 두 개의 꿈을 일찍이 다 이뤄 버린 사람입니다. 아직도 아내를 볼 때면 설레요.”

때로는 서로 생각이 달라 다툴 때도 있지만, 평소 대화를 자주 하며 풀어 간다는 둘의 사랑은 함께한 시간만큼 더 진한 향기가 풍겼다.

당신을 문재인에게 보낸 후

아빠를 닮아 집중력이 좋은 일곱 살 은산이가 네 살짜리 동생까지 잘 봐주는 동안 그와의 인터뷰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흘러갔다. 유독 고민정 전 아나운서를 빼닮은 딸 은설이를 보노라니 그녀가 불현듯 떠올랐는데…. 마흔을 앞둔 고 전 아나운서는 250년 전 괴테가 남긴 ‘큰일들에 매진해 보고 싶다, 배우고, 교육받고 싶다, 마흔 살이 되기 전에’라는 한마디에 방황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 조기영 시인. 은산이와 은설이와 함께한 행복한 가족 풍경.


서른아홉이라는 숫자의 중압감 때문인지, KBS에 있으면서 쌓였던 불합리함에 대한 분노 때문인지, 자신의 아이들에게 살기 좋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은 욕심 때문인지 본인이 아닌 이상 가장 큰 원인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가 파도처럼 밀려오자 그녀는 안정된 월급봉투, KBS 아나운서라는 명예를 던지고 허허벌판에 서 있다. 특히 살벌한 정치판에 발을 디딘 아내에 대한 걱정은 없는지 궁금했다.

“한창 고민정 씨가 고뇌할 때 많이 힘들어할까 봐 걱정됐죠. 현재 청와대 부대변인 정식 발령을 기다리고 있는데, 사실 이는 본인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에요. 또 청와대 들어갔다고 다 정치하는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지금도 벌써 청와대 업무 강도가 너무 세다고 힘들어하는 걸요. 다시 평범한 아나운서로 돌아올 수 있어요.”


지금은 자신이 가진 이미지로 권력을 바꾸고 나라를 성장하는 데 일조하겠다는 순수한 뜻을 품고 있다는 고민정 전 아나운서. 그녀가 하는 정치라면 전혀 딱딱하지 않고 일상적일 것이라고 그는 응원했다. 시인인 남편으로 인해 예술가들이 살아가는 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최소 요건에도 관심이 많다는 그녀는 성공회대 대학원에서 예술인 복지를 공부할 만큼 누구보다 열정을 다하고 있다.


이러한 아내만 있어도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하다는 조기영 시인 역시 이에 힘입어 언젠가 천년이 지나도 기억되는 시집을 펴내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앞서 이야기했듯 저는 고민정이라는 사람을 만나 풍족하지는 않지만 기본적인 경제 요소는 해결했잖아요. 시를 쓰는 사람으로서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상업적인 것보다 무엇인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은데, 그게 제 삶의 시로 가득 메운 시집을 펴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은산이와 은설이도 저희처럼 돈보다 행복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지켜봐 주세요.(웃음)”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Queen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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