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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유방암 투병…, 고통의 세월 딛고 2년 만에 건반 앞으로 돌아온 피아니스트 서혜경 ‘당당한 싱글 마더의 삶’ 8시간 마라톤 인터뷰
이혼, 유방암 투병…, 고통의 세월 딛고 2년 만에 건반 앞으로 돌아온 피아니스트 서혜경 ‘당당한 싱글 마더의 삶’ 8시간 마라톤 인터뷰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8.02.04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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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유방암으로 또 한 번 연주 인생에 위기를 겪었던 그녀는 2008 신년 음악회를 통해 재기의 문을 열며 음악에 대한 진정한 열정을 보여줄 마음이다. 특히 이번 공연에는 서혜경의 줄리아드음대 동창이자 모스크바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인 콘스탄틴 오르벨리안이 지휘봉을 잡아, 30년 만에 호흡을 맞추며 감동적인 무대를 만들 예정이다.
“유방암 수술을 받고 처음으로 연주를 하게 됐어요. 발병에서 치료까지 지난 1년간, 다시 피아노를 칠 수 있을까 많은 우려와 걱정도 있었는데 이렇게 새해 시작을 의미 있는 연주회로 청중과 함께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충만해져요. 그 어떤 상황에서도 음악은 저의 인생을 대변하는 것이니 당연히 극복해야 했지만…, 다시 건반 위에 열 손가락을 올려놓는 것 자체가 감격이네요.”
오는 1월 2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KBS 교향악단과 함께 2008 New Year’s Concert를 열게 된 그녀는 공연 연습에 주력하고 있는 이 시간이 마냥 소중해 보였다. 얼마 전까지 항암치료를 받느라 아직은 머리가 짧은 탓에 인터뷰를 위해 미용실에서 가발까지 빌려왔다는 그녀. 여느 아티스트와는 다른 소탈하고 솔직한 성격으로 그간의 아픈 시간을 스스럼없이 토해내기 시작했다.
“2006년 9월 말, 종합검진을 받게 되었는데 조직검사를 받아보라고 하는 거예요. 그리고 바로 암선고를 받았죠. 기가 막혔어요. 암이란 게 그렇더군요. 어느 정도 진행이 되었는데도 저 스스로도 모르고 살아왔다는 사실…, 엄청 무섭게 느껴지더군요.”
오른쪽 가슴에 생긴 암세포는 이미 겨드랑이 림프샘까지 번져 다른 곳으로도 전이될 수 있는 위험한 상황. 유방암은 절제수술만 하면 치사율이 가장 낮은 암이지만, 피아니스트로서의 행보에는 치명적인 일이었다. 가슴뿐 아니라 겨드랑이 림프샘, 어깨의 근육과 신경까지 다 절제해야 어느 정도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다시는 오른손으로 건반을 칠 수 없기 때문에 피아니스트로서의 삶은 이을 수 없다는 의사의 소견이 있었던 것이다.
“너무 쇼크를 받아서 한동안 설사를 했어요. 콜레라에 걸린 사람들이 이렇게 해서 죽는구나 싶을 정도로 고생 했죠. 그러나 이미 잡혀 있던 일본 도쿄와 고베, 홋카이도 등지의 연주 일정 때문에 마음을 고쳐먹고 일단 여행을 떠나야 했어요. 어떤 상황에서든 청중과의 약속은 지켜야 하니까요.”
2006년 1월, 호암 신년 음악회를 시작으로 미국 링컨센터, 플로리다, 일본, 호주 투어를 거쳐 10월부터는 독일과 영국에서의 녹음 일정이 잡혀 있던 그녀로서는 자신의 암선고로 마냥 주저앉아 슬퍼할 겨를도 없었다. “당장 수술 날짜를 잡아야 한다”는 의사의 말을 뿌리치고 연주 일정 때문에 비행기를 타야 했던 당시의 마음은 그 어떤 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크나큰 혼란이었다.
“가족들은 그동안 세계무대를 누비고 다녔으니 쉴 만도 하다며 위로하기 바빴어요. 수술 받고 경희대 교수로 후배 양성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말이죠. 그러나 당시 제 마음에는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고, 야속하고 우울하기만 했어요. 수십 년을 해온 피아노를 포기하라는 것인데, 어떻게 한순간 그걸 놓을 수 있겠어요.”
자신에게 닥친 크나큰 위기를 어떻게 해서든 헤쳐나가려 그녀는 백방으로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수술을 피하면 피아노를 계속 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대체의학까지 유명하다는 곳은 한 군데도 빼놓지 않고 모두 알아보았 다. 한국의 유명 암 전문의부터 미국의 암센터 전문의까지 유방암 최고 명의를 두루 살펴본 그녀가 최종 선택한 전문의는 서울대학교 유방외과 노동영 교수였다.
“어떤 병원은 제가 피아니스트든 말든 무조건 수술만 감행하려 했어요. 그러나 노동영 박사님은 제 일과 인생까지 챙겨가며 확신과 믿음을 주시더라고요. 오죽하면 수술할 때도 저의 피아노 연주 CD를 틀어주실 정도였으니까요. 정말 잊을 수 없는 생명과 인생의 은인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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