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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떡, 그리고 한가위 송편 이야기
우리 떡, 그리고 한가위 송편 이야기
  • 유화미 기자
  • 승인 2017.10.03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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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의 희로애락

돌이켜 보면 떡은 한민족과 언제나 함께였다. 기쁠 때나 슬플 때,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모든 날을 떡과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민족과 동고동락을 함께해 온 떡은 그래서 우리가 돌이켜 보아야 할 필요가 있는 음식이다.

떡의 역사

떡은 쌀을 찐 다음 쳐서 만들거나, 낟알이나 낟알 가루를 반죽하여 익혀서 만든 음식을 일컫는다. 우리는 이웃과 기쁨을 나눌 때 떡을 함께 먹거나 풍요와 안녕을 기원할 때도 떡을 지어 먹었다.

이처럼 한민족은 떡과 함께 울고 웃어 왔다. 도대체 떡은 언제부터 우리와 함께였을까? 그 역사는 생각보다 꽤 많이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청동기시대의 유적인 나진 초도패총에서는 양쪽에 손잡이가 달리고 바닥에 여러 개의 구멍이 난 시루가 나왔다. 이 유물 말고도 시루 모양을 한 여러 개의 유물들이 출토되었는데, 모양새는 다르지만 모두 낟알 또는 가루음식을 찌는 데 쓰인 일종의 증기 가마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이 유물들을 볼 때 우리가 떡을 먹기 시작한 건 삼국시대 이전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신석기시대의 유적지인 황해도 본산 지탑리 유적에서 갈판과 갈돌이 발견되었는데, 이는 곡물의 껍질을 벗기거나 가루를 빻는 데 사용된 유적이다.

이를 볼 때 이미 이때부터 곡식을 재배하고 있었으며, 이를 이용해 음식을 만들어 먹었을 것이다. 삼국시대 이전에 이미 쌀과 피, 조, 기장 등의 곡물이 생산되고 있었다는 것도 이런 추측을 뒷받침한다. 호랑이가 담배 피던 시절보다 훨씬 더 이전에 이미 우리 한민족은 떡을 만들어 먹어 왔다.

한민족의 희로애락, 떡

우리 민족은 예부터 어떤 날을 기념하거나 기쁜 일이 생기면 떡을 만들어 먹었다. 어떤 날, 어떤 떡을, 왜 먹었을까?

설날 :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인 설날이 되면 온 가족이 둘러앉아 떡국을 끓여 먹는다. 최남선의 <조선상식>에 따르면, 새해 첫날을 흰색의 음식으로 시작하는 것은 천지 만물의 신생을 의미한다고 한다. 가래떡은 떡을 길게 늘려 뽑는 것처럼 재산이 쭉쭉 늘어나라는 의미가 담겨 있으며, 길쭉한 가래떡을 둥글게 썰어 먹는 이유는 태양의 모양과 비슷해 이처럼 밝게 빛나며 무사 안녕을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한다.

동지 :
낮의 길이가 짧고 밤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동짓날을 가리켜 흔히 작은설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태양의 부활이라는 큰 의미를 지니고 있어 설 다음가는 작은설이라 부르며 대접해 주는 것이다. 동짓날에는 찹쌀가루로 만든 동그란 경단을 넣은 팥죽을 벽에 뿌리며 먹는다. 이는 팥죽의 붉은색이 나쁜 악귀를 쫓아 준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삼칠일 :
아기가 태어난 지 스무하루가 되는 삼칠일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은 백설기를 준비해 먹는다. 이는 아이와 산모를 산신의 보호 아래에 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래서 이때 지은 떡은 밖으로 내보내지 않고 가족이나 가까운 이웃끼리만 나눠 먹는다.

백일 :
아이가 세상에 나온 지 백일이 되는 날에는 백설기와 붉은 찰수수경단, 오색송편을 만들어 먹는데, 지금까지 아이가 무탈하게 자라 준 것을 축하하고 앞으로도 건강하게 잘 자라라는 의미다. 백일 떡은 백 집과 나눠 먹어야 한다는 속설 때문에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이웃과 나눠 먹는 것이 좋다. 백설기는 아이가 희고 순진무구하게 자라라는 의미를, 붉은 찰수수경단은 아이가 살아가면서 겪을 액을 미리 막아 준다는 뜻에서 붉은색을 썼다. 오색송편은 만물과 조화를 이루며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어 먹는다.

돌 :
아이의 첫 생일인 돌에는 아이의 장수 복록을 기원하며 인절미, 오색송편, 수수팥경단, 백설기를 만들어 먹는다. 인절미는 끈기 있는 사람을 뜻하며, 오색송편은 우주 만물과의 조화, 수수경단은 악귀를 쫓기 위해 먹는다. 백설기는 신성함과 정결함을 바라는 마음을 담는다.


한가위에는 송편을

추석을 대표하는 음식은 뭐니 뭐니 해도 바로 송편이다. 추석에는 일 년 동안 정성스럽게 지은 햇곡식과 햇과일로 제사상을 차려 하늘과 조상님께 풍요와 감사의 의미를 담아 차례 상을 올린다.

이때 햇곡식과 햇과일 말고도 빠지지 않고 올리는 것이 송편이다. 송편은 멥쌀가루를 익반죽하여 소를 넣고 모양을 만들어 찐 떡이다. 이때 다양한 소를 넣어 먹는데, 그 종류에 따라 콩송편, 쑥송편, 깨송편, 송기송편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예쁜 송편을 빚으면 예쁜 딸을 낳는다는 속설이 있을 만큼 송편은 그 모양이 귀엽고 깜찍하다. 송편의 모양은 ‘반달’을 의미한다. 송편에 소를 넣고 반으로 접기 전에는 동그란 보름달 모양이었다가 소를 넣어 접으면 반달 모양이 되는데, 송편 하나에 보름달과 반달이 모두 담겨 있다. 이는 달의 발전 과정과 변화처럼 앞으로는 더욱 성숙해지고 풍성해지라는 의미의 발전 과정을 모두 담고 있는 형상이라고 볼 수 있다.

특산품과 특색이 모두 다른 만큼 각 지역마다 송편의 맛과 모양이 조금씩 다르다. 서울은 쑥과 오미자, 치자 등의 천연 재료로 색을 내어 알록달록한 빛깔의 오색송편을 만들어 먹었다.

충청도는 호박가루를 사용하여 노란빛을 낸 호박송편을 만들어 먹는데, 모양도 호박 모양을 그대로 본뜬 것이 특징이다.

전라도는 송편 위에 꽃 모양으로 반죽을 빚어 올려 화려함을 자랑한다. 전라도는 특히 모시송편이 유명한데, 모시 잎을 이용하여 만든 짙은 녹색 송편으로 멀리서도 찾아와 먹을 만큼 맛이 좋기로 알려져 있다.

강원도를 말할 땐 감자를 빼놓을 수 없는 것처럼 송편에도 감자를 이용한다. 감자녹말로 만들어 다른 지역의 송편과는 달리 반투명하고 쫄깃쫄깃한 식감을 자랑한다.

제주도는 완두콩으로 소를 만드는데, 모양이 마치 비행접시를 떠올리게 한다.

[Queen 유화미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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