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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수록 묘하다’ 박해일, 이 남자의 매력
‘볼수록 묘하다’ 박해일, 이 남자의 매력
  • 송혜란
  • 승인 2017.10.11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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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포커스-영화 <남한산성>으로 돌아온 박해일
 

어느 날 깊은 미소로 여심을 흔드는가 싶더니 알 수 없는 차가운 눈빛으로 가슴을 서늘케 한다. 어디 그뿐인가. 때로는 상남자처럼 훅 들이밀고, 때로는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소탈함으로 꽁꽁 무장한다. 배우 박해일의 이야기다. 40대답지 않은 동안 외모에 보면 볼수록 묘한 매력이 있는 박해일. 이 남자가 궁금하다.

오랫동안 연극 무대 위에서 무명 배우로 생활했던 박해일. 2000년 연극 <청춘예찬>으로 데뷔한 그는 3년 뒤 영화 <국화꽃 향기>로 처음 극장가에 섰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여주인공 민희재를 향한 사랑을 참 애절하게 표현한 그를 여전히 서인하로 기억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어 그가 맡은 작품은 봉준호 감독의 화제작 <살인의 추억>. 연극 무대에서 쌓은 그의 연기 실력은 영화배우 생활 초기부터 빛을 발했다. 조연임에도 아리송한 살인 용의자 박현규 역을 완벽히 소화해 낸 그에게 톱스타가 될 가능성이 무궁무진해 보인 것이 사실이다.

이에 힘입어 이듬해 <인어공주>를 통해 남자 주인공으로서 당대 핫스타 전도연과 호흡을 맞춘 그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맑은 눈빛의 섬마을 우체부 진국은 그의 또 다른 이미지로 각인되기 충분했다. 1년 뒤 출연한 <연애의 목적>에서는 마치 카멜레온이라도 되는 듯 상남자로 대변신을 꾀했다. 틈만 나면 오로지 응큼한 생각뿐인 고등학교 영어교사 유림 역을 맡은 그는 한 살 연상 미술 교생에게 호시탐탐 수작을 거는가 하면 ‘같이 자고 싶다’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그런 모습이 어쩔 땐 귀엽기까지 한 것은 다 배우 덕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쨌든 능청스럽고 약아빠진 유림이라는 캐릭터에도 그는 기존 매력에 섹시미마저 더하는 데 대성공했다.

중간중간 아이스크림이며 커피 등 CF와 연극, 뮤직 비디오, 드라마를 종횡무진 활동한 그는 단기간에 꽤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쌓은 배우로 평가받는다. 또 한 번 봉준호 감독의 러브콜을 받아 영화 <괴물>에서 할리우드 스타 배두나, 명품 배우 송강호와 함께 열연하는 등 상대 배우 복도 남달랐다. <좋지 아니한가>에서는 우정 출연으로 잠깐이나마 코믹 연기를 선보였으며, 흥행 성적은 저조했지만 <극락도 살인사건>, <이끼>, <짐승의 끝> 등 스릴러물을 비롯해 <모던 보이>, <10억>, <굿모닝 프레지던트>, <심장이 뛴다>까지 꾸준한 다작에 열정을 다하기도 했다.

1 박해일의 인생작으로 꼽히는 영화 <덕혜옹주>에서 그가 열연한 김장한의 모습. 위협을 무릎쓰고 영친왕 망명작전의 중심축 역할을 한 그의 긴장감이 엿보인다. 2-3 10월 개봉할 영화 <남한산성>에서 인조로 분한 박해일. 왕으로서 감당해야했던 인조의 고통들이 마치 그의 표정과 눈빛으로 되살아나는 듯하다.

인생작? <덕혜옹주>

최초 사극 <최종병기 활>을 통해 못하는 게 없는 다재다능 꾼의 면모는 물론 <은교>로 노년 남성으로 분하는 등 연기에 한계가 없었던 박해일. 이후 <고령화 가족>, <제보자>, <나의 독재자>를 거친 그는 지난해 드디어 스스로 인생작이라고 부를 만한 영화 <덕혜옹주>를 만났다.

소설가 권비영 작가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덕혜옹주>는 일본에 끌려가 평생 조국으로 돌아오고자 했던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역사가 잊고 나라가 감췄던 덕혜옹주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극중 그는 덕혜옹주의 어린 시절 친구이자 독립운동가로서 그녀의 귀국을 위한 임무를 수행하는 김장한 역을 맡았다. 김장한은 실제 인물과 영화적 설정이 더해진 복합적인 캐릭터다. 연출을 맡은 허진호 감독 역시 캐릭터 설정을 위해 실제 인물의 후손을 찾아가는 등 고생을 많이 했다고 알려졌다.

이러한 김장한은 그의 연기를 통해 더욱 힘 있고 진정성을 더한 인물로 탄생했다는 데 이견이 없다. 덕혜옹주 역을 맡은 배우 손예진의 혼신을 다한 연기도 무척 훌륭했지만, 절제미와 품위가 돋보인 그의 연기력도 절대 뒤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선비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강직하고 반듯한 이미지인 그에게 김장한이라는 인물은 딱 맞춘 옷 같았다. 아마도 그간 쌓아 온 연기 경험이 큰 힘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그 역시 영화 개봉을 맞아 관객과의 대화에서 “<모던보이>를 하면서 중요한 시대를 다루는 이야기를 했었고, <제보자>를 통해 언론인을 경험해 봤기 때문에 도움이 됐다. <은교>라는 작품에서는 노역 분장을 해 봤다”며 “김장한을 자연스럽고 유연하게 해 보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결국 <덕혜옹주>는 관객 수 500만을 돌파하며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박선비, 알고 보니 두 아이 아빠

박해일은 배우로서뿐 아니라 인간으로서도 평이 상당히 좋다. 오죽하면 사람들이 박선비라고 부르겠는가. <덕혜옹주>의 허진호 감독도 한 인터뷰에서 “박혜일은 사람에 대한 예의가 있다”며 “좋은 사람, 괜찮은 친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같은 영화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 정상훈도 한 방송에서 “박해일 씨가 워낙 점잖다. 같이 얘기를 하면 제가 들어 주고, 제가 얘기하면 조용히 들어 준다”며 “저희가 서로 양보하며 얘기를 했는데, 그게 참 재미있다. 인생과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박해일 씨가 점잖은데 술에 취하면 무척 귀엽게 변한다”고 귀띔해 웃음바다를 만들었다. 그에 대해 전해진 훈훈한 에피소드는 꽤 많다. 모두 그의 됨됨이, 훌륭한 인품을 대변한다.

항상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여심을 녹이는 박해일. 그러나 아쉽게도 그는 결혼 10년 차에 아들, 딸을 둔 두 아이의 아빠이다. 그의 러브스토리는 예전부터 유명했다. 2006년 3살 연하의 방송작가 서유선 씨와 결혼한 그는 2000년 배우와 팬으로 만나 5년간 교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에서 그는 소탈함 그 자체다.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그는 “나는 헐렁한 아빠다. 가끔은 형 같고 가끔은 엄한 선생님 같고 또 가끔은 아이보다 정신연령 어린 그런 아빠 같다. 하지만 아이 입장에선 잘 모르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젠 <남한산성>이다

화제작 <덕혜옹주>의 여운이 잊히기도 전에 어느덧 새로운 작품 <남한산성>으로 돌아온 박해일. <남한산성>은 1636년 인조 14년 병자호란, 나아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는 고립무원의 남한산성 속 조선의 운명이 걸린 가장 치열한 47일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거장 김훈 작가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했다. 특히 <도가니>, <수상한 그녀>의 황동혁 감독과 충무로 대표 연기파 배우 이병헌, 김윤석, 고수 등이 총출동한 이 영화는 올 하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힌다. 극중 그는 첨예하게 맞서는 대신들 사이에서 고뇌하는 왕 인조 역으로 분했다. 영화 제작 발표회에서 그는 그간 인조 연기를 해 온 소회를 밝혔다.

“생애 처음으로 왕을 연기했어요, 배우에게 주어지기 쉽지 않은 역할인데, 이번 기회에 얻게 돼 감개무량합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인조를 박하게 평가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저 나름대로 볼 때 왕이 제게 처음이자 마지막인 역할일 듯해서 제대로 표현하기 위한 고심을 상당히 많이 했습니다. 두 명의 충신이 정말 팽팽하게 대립하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만 하는 인조 역할을 표현하기 정말 어렵더라고요.”

이번에 공개된 영화 스틸 컷만 봐도 눈빛과 표정만으로 인조의 고통과 참담함을 표현해 낸 그의 모습이 가장 눈에 띄었다. 그가 조선의 16대 왕 인조로 완벽하게 빙의된 것이다. 특히 <최종병기 활> 등 병자호란을 바탕으로 한 영화에 두 번이나 출연한 그에게 이번 영화의 의미도 사뭇 남다를 듯 했다.

“<최종병기 활>은 병자호란 당시 죄 없는 백성들의 이야기를 그린 액션 장르예요. 이번 <남한산성>에서는 병자호란을 일으킨 왕을 연기했지요. 조금 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밀도 있게 그려 낸 점이 차이입니다.”

마지막으로 최근 진행된 네이버 V 무비에서는 사뭇 유쾌한 이야기를 풀어 놓은 박해일. “인조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걱정을 많이 했다고 했는데요. 그러다 어느 날 파주에 있는 인조의 왕릉을 찾아가기도 했어요. 왕릉을 향해 ‘어떻게 사셨길래 그렇게 욕을 먹느냐’고 물었습니다. 또 ‘내가 배우인데 당신을 연기하게 됐다.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 했는데 아무런 답이 없더라고요.(웃음) 그저 <남한산성>이 역사를 다시 한 번 상기해 보며 앞을 내다볼 수 있는 영화가 되었으면 합니다.”

앞으로 <남한산성>은 물론 극장가를 넘어 브라운관까지 그의 뛰어난 활약상이 계속되길 힘껏 응원해 본다.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CJ E&M,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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