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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닉 피플 '파릇한 절믄이' 김나희 대표
오가닉 피플 '파릇한 절믄이' 김나희 대표
  • 유화미 기자
  • 승인 2017.10.11 2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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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Queen 양우영 기자

‘이런 곳에 텃밭이 있다고?’ 도시농업 단체 ‘파릇한 절믄이’의 김나희 대표를 만나기로 한 곳은 분명 텃밭이었건만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나타난 것은 회색의 5층 건물이었다. 파릇한 절믄이는 도심 속 고층 빌딩 옥상에 텃밭을 일구는 비영리 단체다. 옥상 위에 녹색 청춘들을 만나러 도심 속 빌딩 계단을 올라 보았다.

도시 농사는 하나의 놀이이자 문화이고 습관입니다

약속 장소인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빌딩의 계단을 부지런히 오르자 좀 전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30평 정도 되어 보이는 공간에는 새빨간 고추와 키가 커다란 옥수수 등의 먹음직스러운 작물이 한창 자라나고 있는 중이었다. 바로 앞으로 보이는 고층 아파트와는 어울리지 않는 조금은 생뚱맞은 모습이다.
김 대표가 일하고 있는 ‘파릇한 절믄이’는 회원을 모아 옥상 위에 텃밭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도시농업 커뮤니티다. 옥상 위에 화분을 가져다 놓고 자그마한 작물을 기르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파릇한 절믄이는 텃밭 자체를 아예 옥상 위에 옮겨다 놓아 흙의 자기 순환이 가능하다. 조금 더 넓은 공간에서 보다 다양한 작물을 키워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파릇한 절믄이의 시작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엔 대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된 모임으로 시작했다가 협동조합의 모습을 갖춰 현재는 비영리 단체로 운영 중이다. 조경학과 출신의 김 대표는 환경 단체에서 일하다가 식량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파릇한 절믄이에 합류하게 되었다. 보통 도시농업이나 귀농은 은퇴 후의 인생을 설계할 때 많이 생각하게 되는데, 도시에서 젊은 청년들이 농사를 짓는 일이 조금 낯설게 들리는 것이 사실이다. 젊은 층들은 농사를 나와는 거리가 먼 일이라 생각하기 쉽다. 김 대표는 농사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하나의 습관처럼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말한다. “도시에서 농사는 하나의 재미있는 놀이이자 문화이고 습관처럼 존재할 수 있습니다.”

▲ 사진 Queen 양우영 기자

Local food for city healing

그렇다면 왜 굳이 도시에서, 그것도 옥상에 텃밭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에선 한강이나 서울숲 같은 공원이 있긴 하지만, 인구와 비교해 본다면 도시 녹화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래서 매번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옥상 녹화다. 그러나 옥상 녹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꾸준한 관리가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옥상 텃밭이다. 텃밭을 가꾸는 일은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관리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옥상 텃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 환경 단체에 참여해 우리가 먹는 음식들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서부터라고 말한다. 마트만 가 봐도 우리 식탁에 오르는 대부분의 농작물들이 수입산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수입산이 아닌 것들도 어떤 경로를 통해 우리에게 오는지 알 수 없다. 최근 논란이 된 살충제 달걀의 경우만 보아도 어느 것 하나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게 없다. 김 대표는 도시농업을 통해 우리가 먹는 것들이 얼마나 감사하게 만들어 지는지 알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그러면 자연스레 건강한 먹거리들이 늘어날 것이고 우리 사회도 함께 건강해질 것이다.

▲ 사진 제공 파릇한 절믄이

토닥토닥, 수고했어 오늘도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에선 혼자서 해야 하는 일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러나 사람은 여전히 사회적인 존재라 혼자서 살아가는 일엔 언제나 익숙해지지 않는다. 외로움이란 단어는 매번 들어도 낯선 단어다. 특히 도시 젊은이들의 사정은 조금 더 여의치 않다.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밥 한 끼 나눠 먹을 여유 없이 바쁜 일상을 보내기 일쑤다. 그래서 요즘엔 ‘나 혼자 산다’라는 TV 프로그램이 인기고, 혼밥이나 먹방 같은 콘텐츠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외로움은 달래지지 않는다. 이런 이들을 위해 파릇한 절믄이는 매주 목요일, 함께 먹는 밥상을 차린다. 목요일마다 퇴근이 빨랐던 한 회원이 마침 요리에 재능이 있어 항상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던 것이 계기가 되었다. 지금은 옥상 텃밭에서 기른 작물들로 함께 음식을 해 먹고 서로의 일상도 나누는 나눔의 장이 되었다. 그렇게 시작한 ‘목요 밥상’이 어느덧 3년째를 맞고 있는데, 작년에는 서울시에서 비영리 지원 사업 지원을 받아 본격적인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았다. 1인 가구가 흔해진 요즘엔 다 같이 둘러 앉아 먹는 밥 한 끼는 그저 단순한 식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어느 이에겐 위로이자 내일을 살아갈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회원 중에는 프랑스에서 오신 분도 계세요. 연령층도 20대부터 40대까지 매우 다양하죠. 저희 옥상에 오시면 다양한 분들과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면서 건강한 음식도 먹을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해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외로움도 달래고요.”

녹색 옥상으로 서울 하늘을 덮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최종적으로 계획하고 있는 꿈을 얘기해 달라는 질문에 서울 곳곳에 파릇한 절믄이와 같은 옥상 텃밭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젊은 사람들에게 보다 쉽게 도시 농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는 일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이를 위해 강연이나 이벤트도 종종 진행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도시농업에 관한 교육 콘텐츠를 주제로 동영상을 배포할 생각이다. 또 앞으로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시스템을 통한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아무래도 스마트폰에 익숙한 세대이니 만큼 더 큰 파급효과가 있지 않을까. 아직은 준비가 더 필요하지만 언젠가는 그녀가 만든 도시농업 콘텐츠가 온 도시인들의 손 안에서 펼쳐지기를 기대해 본다. 더불어 서울 하늘이 옥상 텃밭으로 가득할 날도 멀지 않았기를 고대한다.

[Queen 유화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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