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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 별을 헤아리기 좋은 10월의 가을, 그리니치 해변
[세계문화유산] 별을 헤아리기 좋은 10월의 가을, 그리니치 해변
  • 김민주 기자
  • 승인 2017.10.31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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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time Greenwich
 

그리니치 천문대로 익숙하지만 세계문화유산의 범위는 훨씬 넓다. 예로부터 해상 교통의 요충지이자 런던 교외의 쾌적한 해변 도시 그리니치에 있는 건축물과 공원. 17·18세기 영국의 과학적·예술적 노력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항해와 천문학에 기여해 과학적인 중요성이 매우 큰 데다 여러 우수한 디자이너의 결실이 나타난 곳으로 예술적인 가치가 높은 건물과 풍경이 빼어난 경치를 빚어내고 있다. 세계 표준 시간대와 경도 측정 기준으로 지구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곳에서 보내는 별 헤는 밤.


(Queen 2017년 10월호) 진행 [Queen 김민주 기자] 사진 [영국 관광청]


"…항해 기술을 완전하게 할 수 있도록 그렇게도 원해 왔던, 장소 간의 경도를 찾아내기 위하여."
- 천문대의 목적에 대해, 찰스 2세


세계적인 시공의 표준

17세기는 항해 분야에서 천문학의 역할이 급속도로 발전한 시기였다. 안전한 항해를 위한 해법은 천문학뿐이라는 믿음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천문학자 ‘존 플램스티드(John Flamsteed)’는 태양·달·행성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 여기고 천문대 설립을 제안했다. 취미로 과학을 즐기며 큰 관심을 둔 ‘찰스 2세(Charles II)’는 그를 영국 왕실의 첫 천문대장으로 임명하였고, 천문대의 설립을 추진했다. 1675년 건축가 ‘크리스토퍼 렌(Christopher Wren)’과 과학자 ‘로버트 후크(Robert Hooke)’는 옛 궁전이 내려다보이는 절벽에 작은 탑이 있는 ‘그리니치 천문대’를 설계하였다. 존 플램스티드는 주춧돌을 놓으면서 엄숙한 태도로 이 새로운 천문대의 별자리 운세를 점쳤다.

그리니치 천문대는 관련 분야에서 탁월한 입지를 굳혔다. 천문학 업적으로 지구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었고, 세계 항해 발달에 이바지했다. 1884년엔 ‘그리니치 자오선’과 ‘그리니치 평균시’가 공간과 시간을 측정하는 세계 표준으로 채택되었다. 경도 0도 지점의 자오환을 지나는 그리니치 자오선은 바닥에 표시되어 있다.

천문대는 그리니치 언덕 등성이에 있어 주변 경치에서 우뚝 솟아 있다. 꼭대기에는 팔각형 공간이 있어 왕립협회가 오찬이나 회의를 할 때 사용되었다. 1833년 이곳에, 매일 오후 1시 그리니치 표준시를 알려 주는 유명한 ‘보시구(timeball, 報時球)’가 설치됐다. 오후 1시에 공이 정확히 아래로 떨어져 강을 지나는 배와 지역의 시계 제조인들에게 시간을 알려 주었다고 한다. 인근에는 십자형 평면에 테라코타 돔을 씌운 ‘신 물리학천문대(New Physical Observatory, 1890~1899)’가 있다.

그리니치 천문대는 옛 이름으로 ‘왕립천문대’로 명칭을 바꿨으며, 현재는 본초 자오선의 푯대와 고전적 관측 기계만 보존 중이다.


인류 최고 수준의 예술 창조

‘이니고 존스(Inigo Jones)’와 ‘크리스토퍼 렌’과 같은 위대한 건축가들의 절정기를 보여 주는 대표작이자, 더 나아가 유럽 건축의 중요한 발달 단계를 보여 준다. 두 사람 모두 유럽 본토의 발달에 영향을 받았으며, 다음 세대의 건축 발전 기틀을 마련하였다.

그리니치 해변의 마지막 왕궁 일부인 17세기 ‘퀸스 하우스(Queen’s House)’, 호화로운 바로크 양식으로 선원들을 위해 지은 ‘왕립병원 건축물’, 1660년대에 ‘앙드레 르 노트르(André Le Nôtre)’가 설계한 ‘왕립공원’, 왕립공원에 둘러싸여 있으며 1675년 설립된 ‘왕립천문대’는 템스강을 따라 대칭으로 늘어서 있다.

그리니치 해변의 중심은 영국의 진정한 첫 번째 르네상스식 건물이자 이전 세대의 건축 양식에서 분명하게 탈피한 퀸스 하우스다. 이니고 존스가 설계한 영국 최초의 팔라디오 양식 건축물로 17세기 영국 건축의 기초를 확립했으며 이후 2세기에 걸쳐 영국 전역의 고전 가옥과 저택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 1937년 후 퀸스 하우스 관련 건물은 ‘국립해사박물관(National Maritime Museum)’으로 이용되고 있다. 3층 규모의 국립해사박물관은 다양한 해양 관련 유물을 전시 중이다.

크리스토퍼 렌이 만든 종합 계획에 기초해 훌륭한 건축가들이 수십 년간 합심해 완성한 ‘왕립병원’. 영국에서 가장 탁월한 바로크 양식 건축물 중 하나로 손꼽히며, 웅장한 ‘페인티드 홀(Painted Hall)’에는 넬슨 제독의 시신이 안치되어 있다. 1873년 이후 왕립해군병원 자리에 ‘왕립해군사관학교’가 있었으며, 지금은 다른 용도로 쓰이고 있다.

‘왕립공원’은 고르지 못한 지형에 대칭적인 경관 설계를 적용한 앙드레 르 노트르의 걸작으로, 2세기에 걸쳐 이루어진 인간과 자연의 교류를 보여 주는 전형적인 예이다.

왕궁과 왕립해군사관학교 및 왕립공원은 17세기에서 18세기 사이 영국 왕실의 후원과 권력 및 영향력을 입증한다. 또한, 자연과 문화를 전체로서 조화롭게 설계해 통합하는 능력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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