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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호남 수재 이낙연 총리 깐깐한 리더십
전형적인 호남 수재 이낙연 총리 깐깐한 리더십
  • 오일만(서울신문 논설위원)
  • 승인 2017.11.04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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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가 된 이낙연(65) 전 전남지사. 그는 중견 언론인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해 성공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대통합·대탕평’을 강조해 온 문재인 대통령의 ‘호남 홀대론’을 불식시키기 위한 카드였다. 대선에서 전폭적 지지를 보내 준 호남에 대한 화답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의 대통합 승부수, 이낙연 총리를 말한다. (Queen 2017년 7월호)


전남 영광 출신인 이 총리는  DJ(김대중 전 대통령)에 의해 정치권에 입문한 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각별한 정치적 관계를 유지, 대표적인 ‘손학규계’로 분류된다. ‘이낙연 총리 카드’는 친노(친노무현) 계파 패권주의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는 다목적 카드였다. 온건한 성향의 합리주의자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로 손색이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전형적인 호남 수재 엘리트 코스 밟아

그는 광주 북중과 광주일고를 거쳐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호남 수재’들이 걸어 온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졸업 후 동아일보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정치부 기자를 거쳐 도쿄특파원, 논설위원, 국제부장 등을 지냈다.
정치부 기자 때 ‘동교동계’로 불리는 옛 민주당을 출입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2000년 새천년민주당 소속으로 고향인 함평·영광에서 출마해 정계에 진출했다. 2002년 대선 직후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분당 때 이른바 ‘꼬마 민주당’에 남아 ‘탄핵 역풍’에도 불구하고 당선되는 등 19대 국회까지 내리 4선을 했다.

초선 시절인 2001∼2002년 두 차례의 새천년민주당 대변인을 지내며 ‘명 대변인’으로 불렸다. 2002년 대선 때 선대위 대변인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대변인, 2007년 대선 과정에서 대통합민주신당 대변인 등 다섯 차례에 걸쳐 ‘당의 입’으로 발탁돼 ‘5선 대변인’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도쿄특파원 때 쌓은 인맥을 발판으로 국회 한·일 의원연맹 수석부회장 등을 맡기도 했으며, ‘일본통’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5선 대변인, 두주불사 형 정치인

대변인 시절 저녁 늦게까지 당직자와 출입기자들과 술잔을 기울이고 ‘작취미성’(昨醉未醒·어제 마신 술이 깨지 않음)으로 이른 아침 브리핑을 하면서도 ‘촌철살인’의 명문장을 남겼다. 기자 출신의 장점도 있지만 정치 전반을 바라보는 정무 감각이 남달랐다는 이야기다. ‘직업이 대변인’이라는 평도 그래서 붙었다.

기자들에게 친화력 있게 접근하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눈다. 간혹 기자들과 언쟁을 벌이는 경우는 있지만 뒤끝은 없다. 대변인 시절 간결하고 절제된 논평으로 유명했다. 그 시절 논평을 모은 책 ‘이낙연의 낮은 목소리’는 훗날  여야 대변인실에서 참고자료로 활용됐다는 후문이다.

이런 일화도 있다. 2003년 2월 노무현 대통령 취임사 작성 때 일이다. 노대통령이 두세 차례 초안에 대해 마음에 들어하지 않자 당시 대변인이었던 그가 직접 취임사를 썼다. 노 대통령이 한 자도 수정하지 않을 정도였다. 정국을 바라보는 예리한 통찰력과 뛰어난 정치 감각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자신과 주변 관리에 철저하다는 평을 듣는다. 15년을 함께한 보좌관이 있을 정도다. 한번 믿는 사람은 끝까지 믿는 ‘의리파’로 통한다. 호남 특유의 ‘잔정’도 많은 정치인으로 꼽힌다.

시험대에 오른 깐깐한 리더십

이 후보자는 꼼꼼한 업무 스타일 때문에 ‘이 주사’로 불린다. ‘6급 공무원 같다’는 의미다. 본인도 ‘이 주사’라는 별명을 싫어하지 않는다고 한다. 지사 시절 그는 기자 출신답게 보도자료 문구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썼다. F1대회의 지속 여부와 관련한 전남도의 원칙에 대한 일부 언론보도에 자신의 코멘트가 ‘재정 최소화’로 나가자 ‘재정부담 최소화’라고 바로잡아 달라고 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지사 시절 경축사 등을 연설문 담당 비서관을 거치지 않고 본인이 직접 썼다. 의례적인 수준을 넘어 사안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와 미래 한국의 방향까지 제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폭넓은 식견과 비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후보자의 좌우명은 ‘근청원견(近聽遠見)’이다. ‘가까이 듣고 멀리 본다’는 뜻으로 도민의 말씀은 가까이 듣고 그 말을 정책에 반영할 때는 멀리 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남도청 안팎에서는 그의 좌우명과는 달리 ‘지나치게 가까이 듣고 가깝게 본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도백에서 국무총리 직에 오른 이낙연 후보자의 깐깐한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미술교사 출신 부인과 1남

이 총리는 부인 김숙희 여사와 1남을 두고 있다. 미술교사 출신의 김 여사는 전주여고를 나와 이화여대 미대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 퇴직 후 23년 만인 2013년 첫 개인전을, 그리고 지난 4월 두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지난 인사 청문회에서 김 여사의 그림 구입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전남개발공사는 김씨가 2013년 8월 서울에서 연 첫 개인전시회에서 문제의 그림 2점을 900만원에 구입, 골프장에 걸었다. 그 시기에 이낙연 총리는 전남 4선 국회의원 신분이었다. 전남개발공사는 경도 리조트와 골프장을 개관하면서 전시용 미술품이 필요했던 차에 지역작가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그림을 구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성공한 남편의 후광 효과가 아니냐는 여론도 없지 않다.

어릴 적 별명 ‘메주’인 막걸리 총리

어릴 적 별명이 ‘메주’라고 밝힌 이 총리는 막걸리를 즐긴다. 그는 막걸리가 소통의 수단이라고 말한다. 총리인준안 국회 통과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막걸리를 마시면서 야당 정치인과 틈나는 대로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역대 총리가 술을 매개로 소통을 강조한 경우는 드물다. 더욱이 술 종류 중 막걸리를 특정 하는 것은 이 총리가 유일하다.

이 총리가 막걸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많이 마시지 않아도 배부르다. 둘째 막걸리 마시고 2차 가자는 사람은 못 봤다. 셋째 소주, 폭탄주를 마시고 싸우는 경우는 봤어도 막걸리 마시고 싸우는 경우는 거의 못 봤다.”는 것이 그의 해석이다.
막걸리를 많이 마시면 쌀 소비량도 늘어난다. 자연스레 농민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농사짓는 사람이 많은 전남에서 도지사를 하면서 남아도는 쌀 때문에 고민하는 농민들의 고충도 고려한 결과로 느껴진다. 

이 총리는 도지사 시절 단골 순대 국밥집 등을 자주 찾았다. 서울 출장에서 KTX를 타고 늦은 밤 혼자 되돌아올 때 기자 등 지인들에게 ‘번개 전화’를 해 광주 송정역 앞 단골 순대 국밥집에서 막걸리를 기울였다. 순대 국밥집에서 ‘정치인 이낙연’을 알아본 일부 취객이 “정치인들 쇼하지 마세요”라고 쏘아붙일 때 혼잣말로 “나는 쇼하는 거 없는데”라며 서운해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아내가 막걸리를 많이 마셔 배 나온다고 걱정한다”고 하면서도 소통의 자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두주불사(斗酒不辭·술 한 말도 마다치 않는다) ‘술 실력’을 보여준다. 당 대변인 시절 그와 작심하고 대작했다가 ‘나가떨어진’ 기자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만취할 정도로 저녁 늦게까지 술을 마셔도 그 다음날 오전 6시 전에 기상해 신문과 방송, 모바일을 통해 기사와 업무를 꼼꼼히 챙길 정도로 자기관리가 엄격하다.

총리공관 만찬에 양은 사발 등장

총리 취임 이후에도 막걸리 사랑은 이어졌다. 최근 삼청동 공관서 열린 만찬장에 전북 정읍에서 만들어진 막걸리가 올라왔다. 이 총리가 비공식 ‘건배주’로 택한 막걸리는 정읍 태인의 ‘송명섭이 직접 빚은 생막걸리’였다. 보통 송명섭 막걸리로 불리는데 전주에서는 꽤나 유명하다고 한다.

막걸리 애호가인 이 총리가 어떤 연유에서 이 막걸리를 선택했는지는 모르나 참석자들에게 새로운 막걸리 맛을 알린 것은 분명하다. 참석자들은 모두 “달지 않고 쓴 맛이 난다”고 했다. 이는 송명섭 씨와 아내가 직접 재배한 쌀과 우리밀로 만든 누룩만으로 빚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단맛을 선호하지만 인공 감미료인 아스파탐을 전혀 쓰지 않는 명인의 고집 때문이다. 송 씨는 전북 무형문화재 제6-3호이자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48호이다.

이 총리는 “역사상 막걸리를 가장 많이 소모하는 총리공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막걸리 총리답게 양은으로 만든 사발 술잔을 등장시켰다. 공관에서는 처음이다.
 

 

소녀 감성의 낙연체 SNS서 화제

이 총리의 귀여운 필체 일명 ‘낙연체’도 화제다. 둥글고 그림을 그린 듯한 필체가 마치 소녀가 쓴 것 같다는 평이다. 소셜미디어(SNS) 페이스북의 ‘대한민국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계정은 이낙연 국무총리의 인사를 전했다. 이 총리는 친필로 “국무총리실 페친 여러분, 안녕하세요?”라며 “기회 되는 대로 이곳을 통해 여러분과 소통하겠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이에 누리꾼들은 “낙연체 만들어주세요, 컴퓨터에서 쓰면 예쁠 것 같아요”, “글씨 ‘낙연체’ 정말 예쁘고 아기자기하네요”, “글씨가 너무 예쁘시네요. 정성껏 글 쓰시는 것처럼 총리로서 하시는 일도 정성껏 하실 거라 믿습니다”라며 이 총리의 필체에 관심을 보였다. 지난 1일 이 총리가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방문했을 때도 그가 남긴 방명록은 귀여운 필체로 인해 누리꾼 사이에서 화제된 바 있다.

책임총리 ‘롤 모델’은 이해찬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책임총리’를 강조해왔다. 이 총리도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내각에서 할 일은 총리가 최종 책임자라는 뜻”이라고 책임총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에 따라 실질적 책임총리를 위한 대통령과의 업무분장이 조만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는 5일 취임 후 첫 회의를 주재하며 총리로서의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동안 ‘책임총리’로서의 총리 역할을 보장하겠다고 해온 만큼 이낙연 총리의 역할론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 총리는 고위 당정청 회의 이후 처음으로 국무회의도 주재했다. 통상 국무회의는 대통령과 총리가 번갈아가며 주재하는데 이날 국무회의는 ‘책임총리’ 역할에 힘을 싣는다는 의미에서 이 총리가 주재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는 이 자리에서 추가경정예산안의 국회 통과와 가뭄 대책 등을 국무위원들에게 당부했다.

이 총리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이해찬 총리 사례를 모델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어떤 부분은 대통령의 결심이 필요한 부분이 있고 어떤 대목은 당정청이 실무조정만 하면 이행할 수도 있는데 늦어도 다음 주까지는 대화의 틀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 총리는 지난 2일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만나 “가장 책임총리에 가까웠던 시대가 노무현 대통령, 이해찬 총리 시절이었던 것 같다”며 “그때 (문 의원이)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는데 어떤 지혜를 발휘했기에 이상적인 청와대와 총리의 관계가 됐는지 여쭙고 싶다”고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가뭄과 조류독감, 2대 난제 직면한 이 총리

이 총리는 취임 초기부터 2대 과제를 만났다. 농심을 타 들어가게 하는 ‘가뭄’과 달걀 값 악몽의 여파를 떠올리는 ‘AI’(조류독감)이란 난제에 직면한 것이다. 이 총리의 역량을 가늠하는 시험대로 보인다. 두 문제 모두 민생과 직결돼 있다. 
이 총리는 지난 6월 1일 취임 첫 민생 행보로 가뭄 현장을 택했다. 안성시 마둔저수지와 임시 양수장을 방문해 피해상황과 대책을 현장에서 직접 살피고 주민들의 애로를 청취했다.

AI(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해서는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지난 2일 제주에서 처음 확인된 AI는 7일 현재 전국 4개 시도 5개 농장에서 고병원성 확진 판정이 나왔고 급속하게 번지는 중이다. 이 총리는 AI 발생 직후 관련 지시를 내린 뒤 지난 5일에는 AI상황점검 및 대책회의를 긴급소집했다. 총리가 컨트롤타워를 맡아 AI가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 총리실 중심의 비상체제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AI의 경우 지난 1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황교안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지만 초기 방역과 대처에 미흡했다. 이 총리가 이 점을 고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실력 있는 장차관을 선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작 밥상물가 등 체감지수가 나빠질 때 정부에 대한 불신이 급속도로 악화된다. 책임총리로서 권한을 앞세우기보다 민생에 직결되는 사안에 대해 신뢰받는 총리가 되는 것이 급선무다. 국민의 신뢰를 잃은 총리는 책임 총리로서 자격이 없다는 의미다.

글 오일만(서울신문 논설위원) 사진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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