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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의 사진과 이야기 35
김도형의 사진과 이야기 35
  • 김도형
  • 승인 2017.11.24 0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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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기타 선율에 스치우다
 

신문에서 '학교 다닐 때는 국 영 수가 중요하고, 나이 오십에 가까워서는
음(音)체(體)미(美)가 중요하다.' 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참 맞는 말이다.

나이 오십줄에 가까우면 다른 사람이 자기를 즐겁게 해 주기를 기대하지 말고 자기 스스로 자기 자신을 즐겁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나는 요즘 기타를 배우고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고 하루 만 보 걷기를 실천하고 있다.

휴대폰 만보기 카운터에 만 보 이상이 찍혀야 집에 들어가고 인스타그램에는 풍경사진을 폰으로 찍어 올리는데 시작한지 두 달만에 팔로워가 벌써 2천 5백명에 이른다.

기타는 내가 감히 접할 수 없는 악기라고 겁부터 먹고 배울 시도 조차 하지 않았는데
우연히 들린 한 실용음악학원에서 만져본 기타의 연주 원리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본격적으로 배우게 되었다.

기타 줄을 잡는 손가락에 물집이 몇 차례 잡힌 끝에 지금은 나훈아의 '홍시'
소리새의 '그대 그리고 나' 강은철의 '삼포로 가는 길' 그리고 설운도의 '원점' 정도는 얼추 원곡 연주의 흉내는 내고 있다.

분에 넘치는 행복을 바라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 없다.

하루에 정해놓은 보수 만큼 걸어서 건강을 챙기고 인스타그램으로 미지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어디를 가더라도 기타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내게는 큰 행복이다.

꿈이 있다면, 누구나 팔로우 하고 싶은 멋진 인스타그래머가 되는 것, 그리고 전국의 요양원으로 기타 반주 노래 봉사를 가는 것이다. 고려대 평생교육원 노래지도자 과정을 1년 수료하며 직접 작사 작곡하고 노래까지 불러 녹음한 디지털 음반까지 냈으니 노래는 자신있다. 어르신들이 내 신나는 노래에 춤을 추시는 장면을 상상하니 기분이 좋다.

인스타 그램에 사진만 올리면 밋밋해서 사진 밑에 사진과 어울리는 한 줄 글을 적는데 이 한 줄의 글이 보통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어서 시집을 읽으면 도움이 될 까 해서 시집을 가까이 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회사와 가까운 윤동주문학관에도 다녀왔다.
문학관에는 그 유명한 윤 시인의 '서시' 친필원고가 있었다.
교과서에 인쇄된 시와 시인이 친필로 쓴 시는 그 감동이 같을 수가 없었다.

시인은 원고에 시를 쓴 날짜를 써 놓았는데 공교롭게도 그 날짜는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날짜와 같은 11월 20일 이었다.

별이 좋은 밤에 문학관 뒤 시인의 언덕에서 기타를 나즈막이 쳐볼까 한다.
꽤 낭만적일 듯 하다.

76년 전 시인 앞에서 바람에 스치우던 별은 오늘 밤도 바람에 스치울 것이다.

[Queen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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