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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여인과 함께한 치유와 성장의 시간, 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
세 여인과 함께한 치유와 성장의 시간, 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
  • 송혜란
  • 승인 2017.11.29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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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 드라마
 

서로 다른 세 여인이 오로지 복수로 통하며 속 시원한 엔딩을 선사한 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 누군가는 재벌가의 딸 혹은 대학교수 부인, 생선 장수, 남모를 가족사에 아파하는 아이에게 감정 이입할 수밖에 없었던 시간들. 12회 만에 아쉬운 막을 내린 이 드라마가 이토록 긴 여운을 남기는 것은 복자클럽과 함께한 치유와 성장의 의미가 사뭇 남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첫 시작부터 특별했던 <부암동 복수자들>. <파스타>, <미스코리아>, <구여친클럽>을 연출한 권석장 PD와 김이지, 황다은 작가가 살면서 전혀 부딪힐 일 없는 이들이 계층을 넘어 가성비 좋은 복수를 펼치는 현실 응징극을 만들었다. 등장인물 캐릭터 설정은 물론 스토리 콘셉트가 단연 이색적이다.

먼저 건하그룹의 막내딸 김정혜(이요원)는 첫인상이 차갑지만 속은 누구보다 여리며 귀엽고 엉뚱한 매력이 있다. 가진 게 돈뿐이라 부러움을 살 법도 한데 오히려 돈 말고 가진 게 없는 것 같아 동정심을 일으킨다. 간절히 원하던 아이를 갖는 것마저 그녀에겐 힘든 일이었다. 홍도희(라미란)는 10년 전 남편과 사별한 후 시장에서 생선을 팔며 생계를 책임지는 두 아이의 엄마다. 천성이 낙천적이라 웬만한 일은 씩씩하게 맞서며 화통하게 웃어넘기는 그녀가 보낸 긍정 바이러스가 어마어마했다.

여기에 착하디착한, 가끔은 답답해 보이기까지 한 이미숙(명세빈)도 있다. 태어나자마자 고아원에 버려진 탓에 워낙 자존감이 낮아 술만 먹으면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에게도 꼼짝 못 한다. 마지막으로 친부모에게 버려진 후 상처투성인 재벌가 혼외자 이수겸(이준영)까지 가세했다.

소소하지만 가성비 좋은 복수 품앗이

누가 보아도 너무나 다른 듯한 이들이 각자 복수를 위해 뭉쳐 하나가 되었다. 이름하여 BJ, 복자클럽이다. 물론 복수라고 스케일이 크지는 않다. “나쁜 놈들이랑 똑같이 나쁘게 하는 그런 복수는 싫어요”라고 말하는 왕소심 캐릭터 미숙이 멤버로 있으니 오죽할까. 자극적이지 않고, 위험하지 않으며, 법에 저촉되지도 않게! 이것이 그들의 복수 철학이었다. 그래서 더 신선한 면이 있었다.

특히 복수 품앗이란 소재를 가져온 그들은 소소하게 응징하며 작은 복수로 큰 만족감을 끌어냈다. 화장실에서 볼일 보던 카페 진상남에게 조용히 물세례를 퍼부어 정신을 번쩍 들게 했으며, 갑도 언제든 을이 될 수 있단 듯 갑질은 갑질로 상대해 짜릿한 쾌감을 선보였다. 은근한 추행을 즐기는 변태 교장에게 망신살을 구기게 해 통쾌함의 끝을 보여 준 것은 물론이다. 중간중간 판타지적인 요소가 없지 않았지만 가성비 좋은 복수였음은 틀림없다.

세상에 복수하고 싶은 사람 한 명쯤은 누구에게나 있을 터. 눈 딱 감고 한 대 치고 싶지만 대부분 그냥 참아 버리기 일쑤다. 반면 혼자 하기는 겁나지만 힘을 합쳐 뜻을 함께할 이들이 있었던, 죄에 합당한 벌을 주지만 그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위험은 없었던, 자신에겐 안전하지만 상대에겐 결정적이었던 복자클럽의 복수 방식은 상당한 위로와 공감대를 형성하기 충분했다는데 이견이 없다.

이에 힘입어 10회 기준 자체 최고 시청률 6.1%를 기록한 <부암동 복수자들>이다. 이는 지상파 드라마와 견줘 전혀 손색없는 성적이라 더욱 뜻깊다고 할 수 있다.

 

진정한 행복의 길이란

무엇보다 계층을 아우르는 훈훈한 복수 공동체의 진가를 보여 준 <부암동 복수자들>. 회를 거듭할수록 드라마의 가치는 더욱 빛났다. 단순히 복수가 목표였던 복자클럽은 어느덧 소통과 치유, 성장의 길 앞에 서 있었다.

세상에 사연 없는 집 없고, 상처 없는 사람 없듯 정혜, 도희, 미숙은 물론 그녀 가족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나같이 아프고 부족한 사람들이 엮여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해 가는 것만큼 인생에 큰 선물이 있을까?

복자클럽의 전과 후는 확연히 달랐다. 집안끼리 얽혀 있어 이혼할 용기는 없다던 정혜가 정작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각이라는 사실을 점차 깨달아 갔으며, 홍도는 엄마이기 전에 한 인간, 여자로서 스스로 삶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초기에 무력하고 소심한 모습이 역력했던 미숙도 언니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자기 인생을 주체적으로 끌고 내달렸다.

결국 정혜는 남편과 보란 듯 이혼한 후 배낭여행을 떠났고, 미숙은 교육감 후보로 나간 남편의 비리를 폭로, 딸에게 당당한 엄마가 되었다. 도희는? 극중 한창 섬을 탔던 남자와 연애하는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그로부터 1년 후 부암동 카페에 모여 앉아 즐겁게 차를 마신 복자클럽. 아기 엄마에게 화를 내는 남편을 본 이들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밖으로 뛰쳐나가 복자클럽의 유지를 암시했다. <부암동 복수자들>과 함께 울고 웃었던 우리도 세 여인처럼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행복의 길을 걷기를 힘껏 응원해 본다.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tvN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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