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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업전문가 서주봉 대표의 오가닉 스토리
도시농업전문가 서주봉 대표의 오가닉 스토리
  • 송혜란
  • 승인 2017.12.06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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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지속해온 오랜 직장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후 도시농업전문가로 맹활약 중인 서주봉 씨. 나이 오십을 넘어 오십견과 갱년기에 힘들어하던 서 씨는 비영리민간단체인 S&Y 도농나눔공동체를 만나며 새로운 인생을 얻었다. 자급자족을 떠나 몸과 마음의 건강, 그리고 어린아이들의 텃밭 교육 효과까지 톡톡히 보자 도시농업의 매력에 반해버린 그녀는 서울시 도시농업전문가과정을 거쳐 현재 S&Y 대표가 되었다. 그녀의 인생 제2막 스토리를 듣기 위해 가을빛에 물든 향림도시농업체험원을 찾았다.

S&Y는 삭막하기 그지없는 회색빛 거대 도시에 사는 현대인에게 친환경적인 치유와 힐링을 제공하는 도농나눔공동체다. 2013년에 문을 연 이 단체는 사회에 진출할 기회가 거의 없는 이들을 위해 다양한 발판을 마련해주는 데 주요 목적이 있다. 특히 5060 은퇴세대들에게 도시농업과 도시녹화에 대해 교육함으로써 푸르고 아름다운 도시 만들기에 동참시키며 그들이 스스로 활기찬 이모작 인생을 개척해 나가도록 돕는다. 서주봉 대표 역시 S&Y 공동체의 큰 수혜자였다.

“제가 도시농업전문가로 활동한지 벌써 4년이 됐네요. 50대 초반에 갱년기를 지나면서 굉장히 우울하고 오십견에 건강도 안 좋았는데요. 자원봉사활동을 다니다 우연히 알게 된 이 단체에 입문하면서 삶의 활력을 되찾았어요.”

이에 그녀가 주변 친구들에게 늘 자신 있게 하는 말이 있다. ‘텃밭에서 흙 만지며 호미질 한번 해봐라. 몸과 마음의 건강이 회복되는 것은 물론 삶 자체가 달라진단다.’

유색 벼들의 향연

평범한 회사원에서 보란 듯 한 단체의 대표가 된 그녀는 지난해부터 은평구청에서 위탁받은 향림도시농업체험원을 운영하고 있다. 2014년도에 조성된 이 체험원은 전체 면적이 무려 8700평에 이른다. 입구에 들어서자 가을빛에 물든 벼들과 정다운 허수아비들이 기자의 방문을 반기는 듯했다. 한눈에 보아 마치 생태공원 같았다. 단체 소속의 도시농업전문가들이 직접 옛날 농법을 재현한 논에는 도시에서 보기 드문 적색 벼와 흑미 등 유색 벼들의 모습으로 장관을 이뤘다.

“요즘은 시골에도 손모내기를 하는 데가 별로 없는데요. 이곳의 벼들은 전부 저희가 손수 써레질하고 염수선까지 해 못자리부터 만든 후 심은 거예요. 전통방식 그대로요. 매우 귀한 유색 벼들은 농진청에서 얻어와 시험재배 중인 것이랍니다.”

논 위 자락에 어린이 체험용으로 꾸민 정원에도 토종 재비 콩이 넝쿨로 자라 주변에 콩과 조롱박이 주렁주렁 달려있었으며, 허브를 비롯해 다홍색 꽃들이 아름다리 피어있었다. 원래 약초밭이었다가 꽃밭 놀이터가 된 이 정원에는 사계절마다 매번 새로운 꽃들이 만개한다고 한다. 지금은 한창 은평구 어린이집 아이들의 토요 방과 후 생태 수업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친환경 5無 운영 원칙

정원 옆 오솔길을 따라가 보니 된장 발효관 아래로 드넓은 밭도 보였다. 210여명의 은평구 주민들이 각각 분양받아 경작 중인 텃밭이었다. 대개 배추와 무 등 겨울철 김장을 하기에 가장 적합한 작물들로 파릇파릇했다. 일주일에 한번씩 S&Y 멘토단들이 주민들에게 상추는 어떻게 따는 게 좋은지, 배추와 무는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 지 등을 안내해주고 있단다.

더욱 눈에 띄는 점은 체험원의 운영 특징! 향림도시농업체험원은 화학비료와 합성농약, 비닐, 쓰레기, 자가용이 없는 5무(無) 원칙의 친환경 도시농업체험원이다. 텃밭을 가꾸는 주민들도 이곳에는 가능한 걸어서 온다. 또한 합성농약 대신 유황합제를 만들어 병해충을 방지하고 화학비료는 친환경 퇴비로 대체하고 있다고 그녀는 설명했다.

“주민들이 오랫동안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땅이 건강해야 해요. 합성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쓰면 흙이 죽고 말지요. 다행히 주민들도 잘 협조하는 편이에요. 저희가 친환경 퇴비를 지급하고 있음에도 간혹 도시농사에 적극적인 분들은 집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가져와 퇴비로 쓰곤 하더라고요.”

환경을 잘 보존하기 위해 비닐이나 멀칭도 전혀 안 쓴다는 서주봉 대표. ‘쓰레기는 나 먼저 줄이자’는 그녀의 환경에 대한 감수성도 사뭇 남달랐다.

“멀칭 없이 풀은 어떻게 해결하나고요? 주민 한 명이 경작하고 있는 텃밭 면적이 3평 남짓인데요. 풀이야 가족끼리 마실 나와 손으로 뽑아도 돼요. 가끔은 자원봉사활동자들이 방문해 재초를 돕기도 합니다.”

 

1 익어가는 가을, 향림도시농업체험원에는 고개를 숙인 벼들로 가득했다.
2 올 초 씨앗을 뿌린 정원에 벌써 어여쁜 꽃들이 하나둘 자라 불그스레한 빛을 내뿜고 있다.
3 향림도시농업체험원 내 은평구 주민들을 위한 텃밭에서는 올겨울 김장 재료가 될 각종 야채와 채소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생태 교육, 그 효과는…

이러한 서주봉 대표가 향림도시농업체험원을 운영하며 느낀 바는 참 많다. 도시농업 최전선에서 맛본 농사의 재미는 더 말해 무엇 할까. 자신을 따라 도시에서 농사짓는 이들의 밝은 미소와 웃음소리, 소소한 행복감이 고스란히 전해질 때의 보람과 뿌듯함도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무엇보다 도시농업을 체험한 아이들의 인성이 많이 달라지는 것을 목격한 그녀는 유치원 때부터 일찍이 아이들에게 도시농업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강해졌다고 한다.

“중학생만 돼도 벌레를 보고 기절하다시피 하는가 하면 흙도 더럽다며 잘 안 만져요. 그런데 유치원생들은 안 그러거든요. 애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표정이 한층 밝아지고 생글생글 웃기 시작하는데, 이런 교육이 아무리 늦어도 초등학교 때부터 들어가면 좋겠다 싶어요. 어릴 때 기억은 오래 남기도 하니까요.”

최근 들어서야 자신이 도시농업전문가라는 데 자긍심이 생겼다는 서주봉 대표. 이에 그녀는 앞으로 환경을 위해 정원문화 확산과 텃밭 만드는 일에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홍보대사 역할을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S&Y 소속 도시농업전문가들과 함께 유익한 교육 콘텐츠로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토요 방과 후 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는 그녀의 향후 활약도 힘껏 응원해 본다.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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