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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행정, 별난 인생 - ‘청렴 대명사’ 이성 구로구청장
별난 행정, 별난 인생 - ‘청렴 대명사’ 이성 구로구청장
  • 백준상 기자
  • 승인 2017.11.29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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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취임 후 구청장실을 축소한 데 이어 이번에는 전용차량의 등급을 낮춘 이성 서울 구로구청장. 자신을 내세우는 데는 영 서툴지만 구민만은 끔찍하게 챙기는 자린고비 구청장이다. 차량유지비를 줄여 서민 복지에 보태는 이성 구로구청장의 별난 행정, 별난 인생.

지난해 이성 구로구청장을 인터뷰하기 위해 집무실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구청장실이 너무 작았기 때문이다. 잊어버리고 지내다 최근 이 구청장이 전용차량의 등급을 낮췄다는 소식을 듣고 불현듯 생각이 났다. ‘왜 그랬을까’ 하는 궁금함이 밀려들어 구로구청장실을 다시 방문했다.

구청장실은 지난해와 달리 책장이 추가되어 있었다. 좁은 공간에 책장까지 들여 더 좁아 보였다. 이 구청장의 집무실은 34㎡다. 축소 전 구청장실의 넓이는 108㎡. 하지만 이는 집무실만 따진 넓이이고 예전에는 화장실과 침실이 구청장실에 따로 붙어 있었다.

이 구청장은 전임 구청장의 침실과 화장실 공간을 리모델링해 현 집무실을 만들었다. 전임 구청장의 집무실 공간은 일자리지원과에 내주었다. 구청장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화장실과 침실은 사라졌다.

이 구청장에게 ‘왜 구청장실을 축소했냐?’고 물었다. 그는 “미국 댈러스 유학시절 코넬이라는 작은 도시의 시청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 LA와 샌프란시스코의 시장실에도 가본 적이 있는데, 모두가 작았다. 모든 시장실에 책상 하나가 전부였는데, 그게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지난 2010년 민선 5기 구로구청장으로 취임한 그는 총무과에 집무실을 줄이고 책상 하나만 놓아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방문 민원인, 회의 등을 고려해 꽤 큰 규모의 구청장실이 필요하다는 보고가 계속 이어졌다. 결국 총무과와 타협을 본 게 책상 하나에 회의용 테이블 하나였다.

이 구청장은 “회의와 민원상담은 구청장실 옆에 있는 회의실에서 하면 될 것 같았지만, 구청장실 축소로 인해 부구청장, 국장 등의 집무실에도 너무 크게 영향을 끼칠 것 같아 그 정도에서 합의를 본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불편하지 않냐, 는 질문에는 “크기가 작아져도 혼자 사용하므로 불편할 건 없다”며 “오히려 숨어 있을 공간이 없어 민원인들을 무조건 봐야 해 소통정책을 펼치는 데 크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 구청장이 전용차량을 바꾼 이유

이성 구청장은 11월 초 구청장 전용차량을 기존 2,656㏄의 대형차 오피러스에서 준중형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으로 바꿨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전기차라 배기량이 없지만 비슷한 크기의 2016년식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배기량이 1,580㏄다. 아반떼 정도 크기의 차로 이해하면 된다.

‘왜 등급을 낮췄느냐’ 는 질문을 다시 하게 됐다. 이 구청장은 “세금으로 타는 큰 차가 부담스러워 전용차량도 2010년 취임 후 바로 바꾸려고 했었다. 하지만 실무진의 만류와 구의 차량 운행기준 때문에 교체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구로구 공용차량 관리규칙’에 따르면 구청장 전용차량은 ‘7년 경과, 주행거리 12만㎞ 초과’ 시에만 교체할 수 있다. 기존 오피러스 차량을 2007년 1월 구매해 2010년에는 바꿀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 구청장은 이후 복지예산 증가로 구 예산이 빠듯해지자 차라리 탈 수 없는 상황이 될 때까지 기존 차량을 유지할 것을 요구했다. 이로 인해 기존 차량은 운행기준을 훨씬 초과한 10년 8개월 14만9379㎞를 운행했고, 잦은 고장으로 더 이상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게 됐다. 이 구청장은 2010년 취임한 현 재선 구청장 중 전임구청장이 타던 차량을 최근까지 탄 유일한 구청장이기도 하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전기차라 환경개선에 앞장서는 구의 이미지를 홍보할 수 있다는 효과와 예산절감 효과도 차량 교체의 이유였다.

차 바꾸고 흐뭇한 미소 짓는 이 구청장

이 구청장은 “전기차 구매에는 국비와 시비가 보조돼 차량 구매에 대한 구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고, 기존 대형 승용차 대비 최대 90%의 연료비도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불편할 것 같다’는 얘기에는 “차량 안에 수납공간이 없어 물품과 서류 등을 정리하기가 조금 어렵다. 그래도 맘은 훨씬 편해졌다”며 웃었다.


여느 정치인과는 사뭇 다른 구청장

행사에 참석할 때면 사진 촬영이나 눈도장을 찍는 일에 열을 올리는 일이 없다. 청소 행사에 참석하면 인사 후 청소만 열심히 한다. 카리스마나 화려함도 없다. 달변도 아니다. 하지만 주민들을 위한 따뜻함과 진정성이 엿보인다. 구로구민들은 그를 향해 “화려하지는 않지만 따뜻한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성 구청장이 취임 후 변함없이 강조하는 정책이 청렴과 서민 복지다. 이 구청장은 서울시 감사관 재직 시절 한 번의 금품수수와 향응에도 공직사회에서 퇴출하는 ‘원 스크라이크 아웃제’를 만든 바 있다.

구청장 취임 후에는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최초로 구청장까지 감사가 가능한 옴부즈맨 제도를 신설했다. 접대 근절을 위한 청렴식권제, 청렴 모니터링을 위한 청렴해피콜, 청렴도 자가진단시스템, 5급 이상 청렴도 평가제도 등도 마련했다. 서민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복지사각지대 발굴, 마음건강 개선, 일자리 확충 등의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이 구청장은 “구로구가 만든 공공 와이파이 존 조성과 마음건강 무인검진시스템이 최근 행정안전부장관상과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잇달아 수상했다”며 “우리 구의 다양한 복지사업들이 중앙 정부로부터 그 가치를 인정받아 기쁘다”고 자랑했다.

이 구청장이 서민 복지에 남다른 관심을 쏟는 데는 이유가 있다. 가난으로 인한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경북 문경 출신인 그는 두 살 때 부모를 따라 서울로 올라와 달동네를 전전하며 서른 번 넘게 이사를 다녔다. 가난 때문에 7남매 중 형제 둘을 잃었고, 신문 배달 등을 하며 고학으로 덕수상고와 고려대를 졸업했다.

초등학교 동창이었던 아내 홍현숙 여사와의 결혼생활도 월세 3만 원짜리 작은 단칸방에서 시작했다. 결혼할 당시 예물은 외삼촌이 사준 시계, 형이 사준 목걸이, 월급으로 마련한 장식 없는 금반지가 전부였다. 금반지마저 어머니 환갑잔치에 쓸 돈을 마련하기 위해 홍현숙 여사가 몰래 팔았다고 한다. 그 때의 미안함으로 이 구청장은 생활이 나아진 후 매해 생일이 되면 아내에게 장신구를 선물해준다고 한다.

치킨집 아저씨 아님- 이성 구청장


눈길 끄는 이력의 보유자

서울시 시정개혁단장으로 일하던 이성 구청장은 지난 2000년 7월 무급 휴직원을 내고 아파트 전세금 9000만원을 털어 1년 일정의 세계일주 가족 배낭여행을 떠났다. 처남 부부가 사망하자 아들 둘을 입양해 4명의 아들을 둔 아들 부자가 됐다.

뛰어난 문학적, 예술적 소질로 1999년 월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 2005년 세계평화미술대전 특선을 수상했다. 구청장실과 구청장실 앞 복도 벽에는 그가 그린 그림들이 걸려 있다. 현역병 신체검사에서 탈락하자 장교로 지원해 학사장교로 국방의 의무를 다했다.

이 구청장은 1980년 스물넷의 나이로 24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생활을 시작했으며 서울시 시정개혁단장, 경쟁력강화본부장, 감사관 등 주요 요직을 거치며 경력을 쌓았다. 탁월한 기획 능력을 인정받아 행시 동기들보다 몇 년이나 앞서 승진하며 승승장구하던 그는 2009년 돌연히 서울시에 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이듬해 2010년 승리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을 깨고 민선 5기 구로구청장으로 당선됐다. 2014년 제6회 지방선거에서도 60.83%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며 재선에 성공했다.

“삶이 어려운 주민들을 위로하고 손을 잡아주는 게 공직자의 소명이자 선한 목민관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을 잊지 않고 언제나 힘든 구민들의 눈물을 함께 닦아 주는 이웃사촌 같은 구청장이 되고 싶습니다.”

표현에 인색한 이성 구청장이지만 마지막 답변에서는 구민을 생각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Queen 백준상기자] 사진 구로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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