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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김 전 미국 하원의원 보좌관의 특별한 패션 철학
한나 김 전 미국 하원의원 보좌관의 특별한 패션 철학
  • 송혜란
  • 승인 2017.12.0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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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은이 만난 사람
 

한국전 참전 용사 출신인 찰스 랭글 전 미국 하원의원의 수석보좌관을 지낸 한나 김. 재미 교포인 그녀는 6·25전쟁에서 싸운 유엔연합군 22개국을 찾아가 참전 용사들에게 직접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지난여름, 미국 워싱턴DC에서는 이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KBS 양영은 앵커가 인터뷰 프로그램 <소다-소중한 가치를 다시 새기다>를 통해 그녀를 소개한 바 있다. 무엇보다 당시 세계 곳곳을 돌아다닌 그녀가 자신만의 패션으로 참전 용사들에게 예우를 표한 점에 강한 인상을 받은 양영은 앵커. 알고 보니 그녀는 미국 상류사회에서도 옷 꽤나 잘 입는 여성으로 명성이 자자했는데…. 그녀에게 무슨 특별한 패션 철학이라도 있는 것일까? 이번 양영은 앵커와 한나 김과의 만남은 바로 이러한 호기심에서 비롯되었다.

올 1월 말부터 캐나다를 필두로 영국, 에티오피아, 태국, 콜롬비아, 뉴질랜드 등에서 무려 200명이 넘는 참전 용사를 만난 한나 김은 현재 이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다. 한국전쟁 시절 적국이었던 러시아와 중국, 북한까지 방문한 그녀는 현장 사진을 모아 워싱턴DC에서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굳이 자비를 들여 참전국 용사들을 일일이 찾아가 사례한 것도 대견한 그녀는 각국에 갈 때마다 저마다 다른 패션으로 참전 용사들에 대한 경의마저 표현했다. 가령 일본에 갈 때 일장기를 연상시키는 빨간 드레스를 차려입었으며, 인도에서는 사롱 스타일을, 베트남에서는 민속 의상으로 꾸며 입었다.

이러한 그녀를 향해 양영은 앵커는 “단순히 옷을 좋아하고, 멋 내기를 즐기기보다 패션을 외교적인 수단으로 활용할 줄 아는 아주 멋진 여성이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그렇다고 그녀가 명품만 선호하거나 여행 시 트렁크에 옷을 한가득 싣고 다닐 만큼 욕심이 많은 것도 아니다. 패션은 돈이나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것도, 절대 어려운 것도 아니라고 강조하는 한나 김. 그녀의 패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만을 위한 것, 스스로 만족할 줄 아는 행복감에 있었다. 특히 옷만 잘 입어도 인생이 바뀐다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그녀에게 특별한 패션 철학에 대해 들어보았다.
 

옷만 잘 입어도 인생이 바뀐다

양영은_한나 김은 대학에서 영문학을, 대학원에서 정치경영학을 전공한 후 바로 정치계에 발을 디뎠을 텐데요. 언제부터 패션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배우기 시작한 건가요?
한나 김_어릴 때부터 타고난 재능이 있었던 것 같아요. 부모님이 말씀하시길, 저는 서너 살 때부터 그날 입은 옷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유치원도 안 갔대요. 매일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할머니가 제 옷을 챙기셨는데요. 제 고집이 너무 완고해서 할머니가 무척 힘이 드셨다네요. 그걸 지켜보시던 아버지도 제 고집을 꺾으려다가 이내 포기하고 마셨지요. 이후 저 옷 입는 것을 일절 터치하지 않으셨습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과외를 해 번 돈으로 직접 옷을 사 입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부모님께서 자신이 원하는 옷을 입지 않을 거면 스스로 돈을 벌어 사 입으라고 하셨거든요.

양영은_그렇다면 오랫동안 옷을 사 본 경험이 상당하겠네요. 혹시 한나 김이 쇼핑할 때 옷을 고르는 기준이 있나요?
한나 김_일단 저는 제 가격에 옷을 사는 법이 없어요. 오늘 인터뷰 촬영 때 입은 옷 중 좋은 브랜드의 드레스도 있지만, 빨간색 원피스의 경우 한국에 있는 모 지하철역 내 빈티지 가게에서 3만 원도 채 주지 않고 산 옷이에요. 물론 소재는 까다롭게 보지요. 재킷이나 베이직 아이템은 오래 입어야 하므로 질 좋은 것으로 골라요. 그러나 옷을 살 때 무조건 유명 브랜드나 비싼 것만 고집하지 않는다는 점을 꼭 강조하고 싶어요. 요즘 미국 상류사회에서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브랜드로 도배하는 사람을 굉장히 촌스럽다고 생각해요. 할리우드 스타들이 빈티지 숍을 많이 찾는 이유도 다 그거예요. 모든 사람이 다 똑같은 옷을 입는데, 자신은 그렇기 싫거든요. 저 또한 절대 유행에 따라 옷을 사지 않습니다.

양영은_일반인은 패션이 매우 어렵다고 인식하는 것 같아요. 그렇다 보니 옷을 자연스럽게 유행에 따라 입게 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한나 김_
최근 제가 한국에 와서 느낀 점이 바로 그거예요. 한국 사람들은 옷을 너무 못 입는 것 같아요. 물론 이는 비단 한국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미국의 일부 여성들도 그래요. 그래도 한국인은 나름대로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인데, 결과는 그에 한참 못 미치지요. 왜 그럴까요? 패션에 자기만의 아이덴티티를 담지 않고 그냥 이것저것 유행하는 아이템을 짜깁기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인이 패션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도 있고요. 패션은 마냥 모델이나 하는 것이고, 나와는 조금 먼 세상의 이야기인 것처럼요. 그러나 우리가 어려워하는 정치도 실은 삶의 일부이듯 패션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하루하루 생활 정치에 참여하며 법과 정책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것과 매일 조금씩 스스로 패션 스타일, 정체성을 확립해 가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둘 다 우리 삶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요.

양영은_우리가 패션을 어렵게 생각하는 것은 어쨌든 돈과 시간이 많이 들어가고, 어느 정도 다른 사람에게 세련돼 보이기 위해 그만한 에너지를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한나 김_
패션에 왜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하지요? 저는 어느 행사를 가든 옷을 입는 데 단 5분밖에 안 걸려요.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어느 날 행사가 있다고 하면 무엇을 입어야 할지 고심하며 몇 주 전부터 쇼핑하러 다니기 시작해요. 왜 그럴까요? 사람들은 자기를 위해 옷을 입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패션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반면 저는 어릴 때부터 오로지 스스로를 위해 옷을 입었어요. (…) 우리가 보통 패션이라고 하면 머리부터 메이크업, 옷, 신발, 액세서리라고들 하는데요. 이 모든 것을 다 잘하려고 하면 머리가 아파요.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예쁜 옷부터 사 놓고 거기에 자신을 맞추기 위해 다이어트까지 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마구 쌓입니다. 저는요. 만약 오늘이 내 생에 마지막 날이라고 한다면, 저 스스로 최대한 만족할 정도로 예쁘게 꾸민 후 죽고 싶어요. 누구에게 멋져 보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오직 저의 행복만을 위해서요. 우선 내가 옷을 예쁘게 입고 밖에 나가면 자신감이 생길 수밖에 없겠지요? 어느 곳을 가든 사람들이 제게 굉장히 당당하다고 이야기해요. 맞아요. 전 당당해요. 그렇다 보니 사람들이 제게 예쁘다고 떡 하나, 꽃 한 송이라도 더 주려고 합니다. 이게 저는 제 차림새가 좋아서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차려입은 제 안에서 나오는 당당함의 힘이라고 보지요. 자신을 꾸미고 나가면 어디에서든 VIP 대접을 받는다는 것은, 저도 나중에서야 깨달은 사실입니다.

 

한나 김은 올 1월 말부터 캐나다를 필두로 영국, 에티오피아, 태국, 콜롬비아, 뉴질랜드 등에서 무려 200명이 넘는 참전 용사를 만났다. 오른쪽은 당시 현장 사진, 왼쪽은 그녀가 한 행사에서 만난 오바마와 함께 찍은 사진이다. 네 사진 모두 그녀의 패션 철학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양영은_한나 김이 그렇게 생각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한나 김_
앞서 이야기했듯 사람들은 파티가 있다고 하면 거꾸로 스트레스를 받아요. 무엇을 입어야 할지 고민하다가 무조건 화려한 옷만 골라 입은 채 파티 내내 불편해합니다. 반면 저는 아무리 어려운 자리라고 할지라도 첫째는 나, 그다음으로 상황과 매너를 중요하게 여겨요. 얼마 전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한 파티에 참석했을 때도 튜브 탑에 등이 확 파인 드레스를 입었어요. 제게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은 평생 간직해야 할 소중한 것이므로 최대한 아름답게 빛날 수 있는 드레스를 골라 입은 거예요. 그런데 놀랍게도 그날 미국의 한 유명 패션지 편집인인 게일 킹이란 분이 제게 다가와 엄청난 칭송의 말을 건넸어요. ‘오늘 이곳에서 당신의 드레스가 제일 멋졌습니다.’ 이어 그날 제 패션에 대해 코멘트를 적어 이메일로 보내 주길 부탁했지 뭐예요. 그 파티는 수많은 흑인이 모인 곳이었어요. 흑인 여성들 역시 굉장히 화려하게 꾸미는 것으로 명성이 자자합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그날 저만 톡톡 튀게 차려입은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전하고 싶어서예요. 그럼에도 게일 킹 눈에는 왜 제가 가장 돋보였던 것일까요? 아마도 그중 제가 가장 행복하고 당당해 보였기 때문일 거예요. 아무리 좋은 옷을 입어도 그 옷을 입은 사람이 자신감 없어 보이면 누가 봐도 예뻐 보이지 않잖아요. 패션에서는 그만큼 사람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꽤 중요합니다.

양영은_이제 좀 더 실용적인 팁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요? 한나 김이 매일 아침 드레스룸에서 옷을 고르는 원칙도 있을 듯한데요.
한나 김_
저는 옷을 입을 때 제게 맞는 디자인을 제1 원칙으로 봐요. 이것을 저는 ‘컷’이라고 부르는데요. 아무리 예쁘고 좋은 옷도 자기 체형에 맞지 않으면 말짱 꽝이에요. 가장 먼저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하지요. 그런데 많은 사람은 일단 옷이 예쁘면 바로 사버리는 경향이 있어요. 예를 들어 새빨간 드레스의 치마 길이가 무릎 아래라면 섹시해 보이지만, 드레스도 새빨간데 치마 길이까지 무릎 위로 올라오면 그것은 섹시한 게 아니라 매우 야한 겁니다. 또는 루즈한 컷의 드레스 치마 길이가 무릎 위까지 오면 귀엽고 예뻐요. 반면 키도 작은 사람이 루즈한 컷의 드레스를 무릎 아래까지 길게 내려 입으면 잠옷인지 아닌지 보는 사람도 헷갈립니다. 자기 체형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유행하는 옷만 골라 입는 것은 옳지 않아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조언을 한다면, 언제나 오늘의 패션 주인공은 하나여야 한다는 겁니다. 머리나 화장, 옷, 신발, 액세서리 중 자신이 포인트를 주고 싶은 게 여러 개면 너무 과해요. 머리를 화려하게 연출하는 대신 옷을 톤 다운되도록 입는다든지, 반대로 검은색 정장의 경우 빨간 구두로 포인트를 주는 등 주인공도 하나쯤 꼭 있어야 한답니다.

양영은_지난 여행 때 찍은 한나 김의 사진을 보니 방문한 나라마다 제각기 다른 패션을 선보인 게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6개월이란 장기 프로젝트였을 텐데 트렁크에 많은 옷을 챙기기는커녕 신발도 겨우 세 켤레만 가지고 다녔다고요? 같은 옷도 어떻게 코디하느냐에 따라 아주 새롭게 보일 수 있다는 게 놀랍습니다.
한나 김_
사실 세 켤레의 신발도 각 나라의 날씨에 맞게 부츠와 구두로 나눈 건데요. 구두는 항상 체리 핑크로 단조롭게 신되, 현지에서 필요한 옷을 구입하는 등 최대한 그 나라의 콘셉트대로 옷을 갖춰 입는 데 중점을 뒀기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옷이 그리 많지 않았음에도 단 하루도 똑같은 옷차림을 한 적이 없어요. 옷도 매일 어떻게 매치하느냐에 따라, 즉 콤비네이션으로 완전히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양영은_매일 이러한 고민을 하고 꾸미는데도 정말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나요?
한나 김_
네, 그럼요. 여기에도 저만의 팁이 있어요.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겁니다. 과거 스티브 잡스도 항상 동일한 목폴라티를 입었잖아요. 옷에 신경 쓸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요. 저는 늘 옷을 화려하게 입을 뿐 헤어 스타일은 고정돼 있어요. 아침에 샤워하고 나면 더 이상 머리에 신경 안 씁니다. 간혹 사람들이 제가 매일 풀 메이크업한다며 대단하다고 하지만, 사실 이 일은 매일 반복하는 것이라 양치질하듯 10분 안에 후딱 해치웁니다. 이렇듯 저의 주인공은 옷이지만 누구든 머리나 액세서리, 구두 등 다른 곳에 포인트를 줄 수 있어요. 만약 자신은 머리를 매일 바꾸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싶다면 화장이나 옷, 구두에는 많은 시간이 들지 않도록 똑같은 것을 반복하면 됩니다. 다섯 가지 다 잘하기도 힘들뿐더러 보는 사람도 어지러워해요. 자신이 제일 자신 있는 것, 자기 정체성을 잘 드러내 줄 수 있는 것을 골라 거기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해 보세요.

양영은_만약 평소 내 아이덴티티는 섹시하거나 귀여운 것인데, 직업 특성 상 프로페셔널하고 단정하게 입어야 할 때 그 조화는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요?
한나 김_
패션 아이템 색상에 변화를 주면 돼요. 나는 평소 섹시한 게 좋은데 일하는 공간에서 정장을 입어야 한다면 꼭 드레스가 아니어도 빨간색 정장으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할 수 있어요. 물론 살짝 톤이 다운된 레드 색상 계열의 정장을 고르는 게 좋겠지요. 만약 꼭 검은색 정장이어야 한다면 디자인이 좀 화려한 것으로 골라도 좋고요. 어느 순간에도 절대 자기 정체성을 잃지 마세요. 무슨 일을 하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행복이니까요.

양영은_한나 김에게는 자신도, 패션도, 행복도 매우 중요해 보여요. 지난 KBS <소다> 인터뷰 때 ‘옷만 잘 입어도 인생이 바뀐다’고 했던 한나 김의 말이 문득 떠오르네요. 정말 확신할 수 있나요?
한나 김_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해 줄까? 많은 여성이 고민해 봤으면 좋겠어요. 그중 패션은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하나의 요소예요. 우리는 할 수 없이 겉이 중요한 세계에 살고 있잖아요. 그게 좋든 싫든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지요. 왜 어릴 적 우리가 자주 부르던 노래 있잖아요.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간 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는 건(…)’ 이처럼 내가 옷을 잘 입으면 내 기분이 좋아지고, 내가 기분이 좋으면 당당해보입니다. 내가 당당해 보이면 사람들이 나를 예쁘게 봐 주고, 사람들이 나를 예쁘게 봐 주니까 일을 더 열심히 하게 돼요. 또 내가 일을 잘하니까 사람들이 나를 더 예쁘게 봐 주고, 그러다 보니 실력을 인정받는 등 옷만 잘 입어도 삶에 나비효과가 무한히 일어나지요. 제가 다 경험해 봤기에 확신할 수 있어요. 옷만 잘 입어도 인생이 바뀝니다. 정말이에요. 제가 보장할 수 있습니다.(웃음)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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