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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엽·김지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그들이 ‘광화문숲’ 으로 간 까닭은?
정정엽·김지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그들이 ‘광화문숲’ 으로 간 까닭은?
  • 백준상 기자
  • 승인 2017.12.27 0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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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마음건강을 희망하다

 

정정엽 원장(왼쪽), 김지용 원장.


미디어를 통해 국민 정신건강을 살뜰히 챙기고 있는 두 젊은 의사가 빌딩숲 광화문에 정신과를 열었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활동영역을 넓힌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 정정엽, 김지용 두 전문의를 만나 정신과 치료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그들이 펼쳐가는 활동에 대해 물었다.
 

국민의 정신건강이 날로 위협받고 있지만 그에 대한 적절한 진단이나 치료가 행해지는 일은 매우 드문 안타까운 현실이다. 근년 들어 세월호 사건, 지진과 같은 재난으로 집단적 트라우마까지 생겨나면서 국민의 정신을 건강하게 회복시켜줄 시스템의 구축과 국민의식 전환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의료시스템이 버젓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정신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것은 기존 의료시스템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이며, 의료시스템이 현 사회체제와 국민의식의 소산임을 볼 때 보다 큰 차원의 개혁이 불가피한 시점으로 점점 다가서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와중에 두 젊은 의사의 최근 행보는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정정엽, 김지용 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미디어를 통해 정신질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정신건강에 대한 대중들의 의식을 바꾸는 일에 앞장서 왔다.

정정엽 원장은 대중들에게 정신의학 정보를 알기 쉽게 제공하는 정신의학신문을 운영하며 직장인 대상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도 겸하고 있다. 김지용 원장은 고정 청취자 2만 명을 확보한 팟캐스트 ‘뇌부자들’의 진행자로, 네이버 오디오클럽 뇌섹맘클리닉을 통해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들의 활동은 정신건강 분야에서는 그동안 행해지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로 관심을 모은다. 젊은 의사로서 대한민국의 정신건강을 높이는데 일조하겠다는 소신으로 발언하고 행동하며 정신건강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그런 두 젊은 의사가 최근 서울 광화문 부근 종로 3길에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를 열었다. 둘은 공동원장으로서 간단한 상담에서 임상에 이르기까지 내원한 사람들의 정신건강을 적극 돌보는 한편 정신건강의학 분야에서 자신들의 이상을 현실에서 실천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들은 개원으로 인해 기존 사회활동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정신건강은 의지로만 해결 불가능

“우리 국민의 27.6%가 적어도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겪은 경험이 있다는 평생유병율 통계(2011년 복지부 전국 정신질환 실태조사)가 있습니다. 문제는 그 중 20%미만(15.3%)이 정신건강 서비스를 받았다는 것이죠.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정신적인 문제는 의지만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게 큰 원인입니다.”

정정엽 원장은 정신건강에 대한 편견과 더불어 정신건강에 관한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 현실이야말로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막상 병원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고 쉽게 치료하고 나서야 정신적인 문제를 의지로만 해결할 수 있다고 믿은 자신이야말로 문제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정신건강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우리 사회에 만연합니다. 이런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기 위한 본격적인 시도가 그동안 이루어지지 않았고, 상황은 악화되어서 대학병원을 포함해 정신건강의학 분야가 모두 힘들어진 상황인 것 같습니다. 우선은 작지만 개인적인 노력으로 대중들에게 정신건강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면서 오해와 편견을 없애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지용 원장은 국가가 정한 상담비 제한, 그리고 이로 인한 열악한 재정으로 병원들이 상담시간은 줄이고 약 위주로 처방하는 의료관행이 이어지면서 환자들의 불만을 사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그런 관행을 자신부터 깨나가겠다고 했다.

두 원장은 정신건강의학과의 문턱이 사람들에게 너무 높게 받아지고 있는 현실을 타파해야 한다는데 입을 모았다. 우선 정신건강의학과 치료에 대한 편견을 줄여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각자 미디어를 통해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두 원장이 원하는 목표는 같다. 국민들이 정신질환을 외면하지 않고 빠른 시기에 전문의를 찾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정신건강의학과를 보다 친근하게 만드는 것이다.

“마음이 아플 때 정신과에 찾아가는 것이 감기에 걸렸을 때 내과에 찾아가는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에, 정신과 치료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오해를 해소하고자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제 온라인에서 하던 활동을 오프라인으로 넓히며 접점을 넓혀 보려 합니다.”

정 원장은 우선은 정신과질환 코드인 F코드가 아니라 보건일반상담 코드인 Z코드로 진료를 받는 것도 방법이라 했다. Z코드는 정신과 진료기록이 낙인처럼 남을까 두려워 병원을 제때 찾지 못하는 환자들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보건당국이 마련한 제도이다. 약 처방을 할 수는 없지만 질환의 심각성 여부를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정정엽 원장은 한양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석사를 거쳐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과정을 수료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으로 EMDR(안구운동 둔화와 재처리과정) 베이식 트레이닝 코스를 수료했다.

김지용 원장은 연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석사를 거쳐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과정을 수료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서울인간관계정신분석회 회원으로 대인관계치료 레벨A 자격 트레이닝 코스를 수료했다.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는 정신건강 클리닉, 수면 클리닉, 스트레스 클리닉, 여성 클리닉, 금연 클리닉, 치매예방 클리닉, 정신분석 클리닉 등을 종로 3길에 개원, 운영하고 있다. 두 원장 모두 병원 일 틈틈이 기존 사회활동을 더욱 활발히 해나가겠다는 각오이다. 당장의 목표는 삼사일 정도 진료를 보면서 하루 이틀은 사회를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것이다.

정신의학신문 운영하며 직장인 정신건강프로그램 보급
 

정정엽 원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정신건강 전문지인 정신의학신문 편집장도 겸하고 있다.


정정엽 원장은 그동안 ‘정신의학신문’(정신건강연구소 발행)의 편집장을 맡아 운영해왔다. 의사들을 위한 의학전문지는 이미 있었지만 일반 대중을 위해 쉽게 쓰인 매체는 아니었다. 그러므로 정신의학신문은 일반인을 위한 우리나라 최초의 정신건강전문지인 셈이다.

정신의학신문은 ‘의사들이 직접 쓰는 신문’을 모토로 의사 30~40명이 재능기부 식으로 글을 기고하는 식으로 시작했으며 현재는 의사 5명을 운영진으로 꾸려오고 있다. 특별한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젊은 정신과의사들 사이에 본 사업에 대한 공감대와 응원이 동력이다. 다행히 지난해 글의 유용함을 알아본 네이버에 글을 제공하며 구독자가 크게 늘었고, 2016년부터 네이버 맘·키즈 판에도 콘텐츠가 고정 노출, 호응을 얻고 있다.

“의사로서 일상생활에서 도움 줄 일들을 찾다가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그렇게 호응이 있을지 예상 못했습니다. 정작 증상이 있어도 편견 때문에 정신과를 찾지 못하는 분들이 많은 걸 그때 알았죠. 그래서 그런 분들을 돕는다는 생각에 어려워도 매체를 그만두지 못했어요. 그런 분들에게 정신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보람을 느끼지만, 이제 그런 일들은 정책적인 차원으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 원장은 세월호 사건 등 그동안 재난센터에서 집단적 트라우마에 대한 졸속 대응을 지켜보며 아쉬움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우리 사회가 정치경제적인, 너무 눈에 보이는 측면에서만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신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아주 적거나 보여주기 식 예산 배정에 그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이 모여 집단의 마음을 이루는 것인데 고려를 너무 안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OECD국가 자살률 1위, 그것도 한국을 위해 단위를 새로 만들어야 할 정도로 압도적인 자살률을 줄이기 위해 국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계에 따르면 자살시도자의 75.3%가 한 가지 이상의 정신질환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는 자살방지 대책으로 “정기 건강검진에서 정신건강검진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회구성원들이 어떤 마음의 질환을 앓고 있는지 알고, 문제 되는 부분인지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인지 아는 것이 국가사업인 건강검진에서부터 비롯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신의학신문을 발행하는 정신건강의학연구소는 건강검진도구를 만들어 기업에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정 원장은 ‘마음다루기’라는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다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과 함께 만들어 기업과 계약을 맺고 소속 직원이 상담하러 올 수 있는 근로자지원프로그램(EAP: Employee Assistant Program)을 운영하고 있다.

일종의 생활습관 교정을 통해 정신건강을 도모하는 프로그램으로, 스트레스 관리는 물론 타인과의 관계를 원활하게 하고 스스로 행복하게 느끼고 본인 인격 수양 등 실생활에 반영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또 심리상담사들과 연계하여 이용하기 편리한 심야시간대에 상담을 개설했다. 더불어 일상생활에서도 인지치료를 할 수 있도록 ‘마인드힐’이라는 온라인 어플리케이션도 보급, 1월부터 정식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보급은 정 원장이 군의관 시절 군 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장병들을 대상으로 정신건강의학 프로그램을 운영한 경험을 살려 시작한 것이다. 그는 6.25 영천전투에 참가한 국가유공자인 할아버지의 간절한 바람으로 군의관이 되었는데 군의관 생활로 인해 사회적 활동에 눈 뜨게 되었다고 했다.

이처럼 직장인의 정신건강에 집중해온 정 원장은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직장인들이 많은 빌딩숲 광화문 종로에 '광화문숲 정신과'를 개원하게 되었다고 했다. 정신과 전문의로서 원격 의료와 온라인 상담에 대한 제한에서 풀려나 자유롭게 직장인들을 만나 도움을 주고 싶다는 것이다.

“직원 개개인이 속한 회사 조직 전체의 정신건강을 높임으로써 직원 개인의 정신건강과 더불어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의 정신건강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는 정신의학신문의 목표이기도 하고요.”

팟캐스트로 육아맘들에게 족집게 식 정보 제공
 

김지용 원장은 고정 청취자 2만명에 달하는 팟캐스트 ‘뇌부자들’ 운영자로도 활약 중이다.


김지용 원장과 정정엽 원장은 의과대학 재학시절부터 알고 지냈다고 했다. 학교가 다른데 서로 알 수 있었던 것은 둘 다 각각 다니던 의과대에서 농구부원으로 활약, 교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둘은 졸업 후 학회에서 우연히 만나 둘 다 정신과를 전공했다는 사실을 알았고 지향점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고 의기투합 했다.

김지용 원장은 인터넷 라디오인 팟캐스트 ‘뇌부자들’을 다른 정신과 의사 4명과 함께 진행해 오고 있다. 정신과 치료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없애고 대중들이 정신과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정신과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청취자의 사연을 분석해 주기도 하는데 고정청취자만 2만 명에 달한다.

“고정청취자가 많다는 사실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증상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낙인이 찍힐까봐 정신과에 내원하지 못하는 인구가 많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지요. 정신과에 대한 사회인식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더욱 무겁게 느낍니다.”

김지용 원장은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해서 사회적으로 낙인찍힌다는 생각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의료공단 기록은 본인밖에 볼 수 없으며 남의 의료기록을 무단으로 열람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이다. 남의 의료기록을 살펴보는 것은 일부 특수 국가기관과 특수 직종에 관련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되기 때문에 일반인들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약물 치료에 대한 맹목적인 거부감도 경계했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만으로도 호르몬 이상이 초래될 수 있는데 이런 호르몬 이상을 의지만으로 고칠 수 없으므로 어쩔 수 없이 약을 쓸 때가 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정신과에 대한 편견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어디 하소연 할 곳도 없었기에 팟캐스트를 통해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나가기로 했다고 한다. 팟캐스트 ‘뇌부자들’은 특히 여성들로부터 반응이 좋은데, 아기를 키우는 어머니들에게 유용한 육아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는 일반에 퍼진 잘못된 정보로 의외로 고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는 프랑스식육아법을 한 예로 들었다. ‘아이가 울더라도 좌절을 경험하게 해주어야 하므로 안아주면 안 된다’는 식의 왜곡 전달된 정보는 아기들의 정서적 건강과 안정적인 자립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이는 ‘만 두 살 이상의 아기에게만 해당되는 것’으로, 만 두 살 미만의 아기가 울면 빨리 안아서 달래고 우는 이유를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산후우울증에 대한 잘못된 정보도 산모의 건강을 해치고 있다고 공개했다.

“산모의 50%는 눈물을 흘리는 정도이지만 10% 정도는 심한 우울증에 빠집니다. 산후 호르몬 체제가 확 바뀌어 생기는 현상으로 의지만으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입니다. 산모한테 가장 위험한 시기이자 아기한테 중요한 시기로 우울증 치료를 받아야 하며 남편의 협조도 필요합니다.”

김 원장은 팟캐스트에 청취자들의 사연이 많이 올라온다고 했다. 예전에는 일일이 답변을 해주었는데 지금은 너무 많아서 힘들다고 했다. 잠시 답변을 중단하고 규모를 키워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소셜벤처아이디어 공모전에 출품해 국무총리상을 받은 아이디어도 현실화시켜 도움을 받고 개원한 광화문숲 정신과를 통해 사람들과의 직접적인 만남을 넓히겠다고 했다.

“상담시간을 길게 해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과 소통의 기회를 늘리겠습니다. 소통을 통해 내원객이 가진 문제를 명확히 밝히고 해결책을 찾아 나갈 것입니다. 정신과에 대한 사회인식 개선이 아직 미진한 만큼 팟캐스트도 꾸준히 진행해 나갈 것입니다.”


[Queen 백준상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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