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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놀이의 영원한 상징 김덕수의 우리 가락 이야기
사물놀이의 영원한 상징 김덕수의 우리 가락 이야기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8.03.1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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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락이 희망이 되고, 신명이 되는 날까지 장구를 두들길 겁니다”
 
숭례문이 불타서 재로 남은 자리에 가락이 울리고 있다. 언제나 신명 나는 자리에서 신명을 북돋아 희망으로 바꾸어놓던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가락이 오늘은 왠지 처연하기만 하다. 거친 삼베옷을 입은 채 북을 두드리는 김덕수의 눈은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만 같다. 숭례문을 한번 쳐다보며 구성진 가락에 빠져버린 시민들의 눈도 벌게져버렸다. 그렇게 6백년의 흔적은 이별을 고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덕수의 가락은 단지 슬픔만을 묻어두지는 않았다. 새로운 희망의 소리,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한 아픈 죽비처럼 그렇게 사람들의 가슴을 파고들고 있었다.

다섯 살 때 아버지 손에 이끌려 남사당패에 입문
김덕수. 한 평생을 가락과 더불어 산 사람. 그에게는 항상 꼬리표처럼 사물놀이가 붙어다닌다. 아니, 김덕수 자체가 사물놀이와 동격이 되어버렸다. 그는 사물놀이를 “진정한 아날로그이자 가장 기본이 되는 우리의 호흡”이라고 했다. 사물의 타악기 소리가 단순하고 악기가 작기 때문에 누구나 즐길 수 있고, 무엇이나 어우러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물놀이는 마치 우리 음식의 기본인 된장처럼 은근하고 온돌처럼 따뜻한 상생의 정신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사물놀이는 그에게 신앙이다. 사물과 있어야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 사람. 김덕수의 아버지는 남사당패에서 상모를 돌리는 벅구잡이였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쌀 몇 가마니와 포목, 북어로 기억되었다. 늘 집에 없다 어쩌다 집에 들어오면 살림에 필요한 물건들을 들고 들어왔다. 그러던 어느날 아버지는 빈손으로 집으로 들어왔다.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목욕탕에 가고, 새 옷을 입을 때만 해도 그의 운명이 바뀌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어머니는 눈물로 아버지의 바짓자락을 붙잡았다. “덕수 아버지 이 아이는 안 됩니다.” 낭패한 흔적이 역력했지만 아버지는 고집을 꺽지 않았다. 억센 팔로 그를 붙잡고 집을 나왔다. 그리고 그 길로 그는 남사당의 후예가 되었다. 김덕수의 나이 다섯 살 때였다. 1957년 전쟁이 끝나고 겨우 몇 해 지났을 때였다. 아버지는 그가 태어나기도 전에 “다음 녀석이 고추만 달고 나오면 무조건 새미(중으로 꾸미고 춤을 추는 사람)감으로 내놓겠다”고 남사당패에 구두로 약속을 했었다. 아버지가 그를 데리고 간 곳은 조치원이었다. 이제까지 보지도 못했던 세상. 장터에는 장돌뱅이들이 있었고 씨름대회가 열리고 소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 한 쪽에 신나는 풍물놀이가 펼쳐졌다. 그날부터 그는 새미가 되기 위한 연습에 들어갔다. 사실 새미란 쉬운 것이 아니었다.“새미는 어른들의 어깨를 타고 올라 맨 꼭대기에서 노는 남자 어린아이를 말합니다. 아무나 새미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어요. 타고난 끼와 담력이 있어야 했으니까요. 너무 커도 너무 작아도 안 됩니다. 나이가 들면 더 이상 새미를 할 수 없고 다음 후계자를 물색해야 했습니다. 아버지와 아버지 친구들은 이미 저를 새밋감으로 찍어놓았더군요.”타고난 재능이 있어서였을까? 불과 두어 시간이 지났을 즈음 벌써 그는 구경꾼들 앞에서 제법 볼 만한 새미놀이를 선보였다. 어린 나이에도 그는 무섭다는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사람들 앞에 서는 것에 희열을 느꼈다. 어른 4∼5명이 층을 쌓으면 10m 높이나 되는데도 겁도 없이 서커스 같은 묘기를 선보였다.

 
일곱 살 때 대통령상 수상하며 신동 기질 선보여
그날 이후 그는 제대로 한몫을 하는 남사당패가 되었다. 남사당패의 삶은 신산스러웠다. 재수가 없으면 한뎃잠을 자야 하고 늘 장을 따라 돌아다니는 장돌뱅이와 운명을 같이해야 했다. 그나마 ‘목로방’이라 불리는 곳에서 잠을 잘 수 있으면 행복한 것이었다. 요즘 말로 하면 연예인 대기실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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