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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에 부는 젊은 바람 자이소의 박호성 대표
떡에 부는 젊은 바람 자이소의 박호성 대표
  • 유화미 기자
  • 승인 2018.01.03 12: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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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닉 피플
▲ 사진 Queen 양우영 기자

‘떡’이란 단어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을 말해 보자. 전통, 옛것, 잔치…. 아마 대부분 떡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한정적일 것이다. 특별한 날에만 먹는 옛 음식. 이렇게 정의내릴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여기 떡에 대한 높은 벽을 허물어 보겠다고 나선 당찬 젊은이가 있다. 떡과 우리를 이어 주는 다리가 되고 싶다는 자이소의 박호성 대표다.

벼랑 끝에서 만난 희망, 떡

우리의 20대를 떠올려 보자. ‘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불안감으로 초조한 나날을 보내고 있지 않았던가. 아마 대부분의 20대가 방황하고 흔들리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어엿한 사장님이 된 박호성 대표의 20대도 그리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군대를 제대하고 나오니 갈 곳이 없었다. 마땅히 잘 하는 재주도 없었다. 하루하루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생활을 이어 나가야만 했다. 그러다 어머니의 “대전에 있는 외삼촌네 떡 공장에서 일해 보지 않을래?”라는 제안에 그 자리에서 짐을 싸 떠났다. 급여가 얼만지 어디서 생활하는지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생겼다는 기쁨이 그를 떡으로 이끌었다. 어머니의 별 뜻 없던 제안이 지금의 박 대표를 만들어 낸 떡과의 운명적인 첫 시작이었다. 
“아르바이트를 벗어나서 안정된 일을 하고 싶었어요. 월급이란 것을 받아 보고 싶었죠. 그때는 하루하루가 불안했는데, 떡을 만나 안정된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동생에게도 제가 함께 하자고 제안했어요. 동생도 저와 같은 상황이었거든요. 저희 형제에게는 떡이 벼랑 끝에서 만난 한줄기 희망이었죠.”

젊고 건강한 떡

생각보다 떡집은 아주 흔하다. 길을 걷다가도 대형 체인점의 떡집을 몇 번이나 지나치곤 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떡은 그리 흔하게 먹는 음식이 아니다 보니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너무 많은 건 아닐까 싶은 생각까지 드는데, 넘쳐나는 떡집 중에서도 자이소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박 대표는 젊고 건강한 떡을 만들려고 했던 것이 잘 맞아 떨어진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자이소의 떡이 다른 떡과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바로 ‘퓨전’이다. 마카롱 떡, 카스텔라 떡, 초코 떡, 치즈 떡 등 현대적인 재료와 접목된 메뉴가 꽤 많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이런 메뉴들을 끊임없이 만들어 낼 계획이라고.
“우리가 빵은 정말 자주 먹잖아요. 식사 대용으로 먹기도 하고, 간식으로도 먹고, 길 가다가도 빵집이 보이면 쉽게 들어가게 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떡은 그렇지가 않아요. 꼭 무슨 날이어야만 먹는다는 생각들을 하죠. 그런 걸 좀 허물고 싶었어요. 전통성을 강요하는 것보다 현대적인 요소를 섞어서 보다 쉽게 먹을 수 있는 떡을 만들고 싶었죠.”
자이소의 홈페이지에서 눈길을 잡아끄는 메뉴가 있었다. 친환경 자연농법으로 농산물을 재배하는 농민 분들을 협력업체로 모집한다는 문구였다. 실제로 이렇게 모집한 농가와 계약을 맺어 떡 재료를 제공받고 있다. 그래서 자이소에서 만든 떡들은 모두 국내산 재료로만 만들어진다. 국내산을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박 대표는 일거양득의 효과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숨겨진 곳곳에 정말 건강하고 정직하게 농사를 짓는 농민 분들이 많지만 대부분 이 농산물들을 어떻게 홍보하는지 몰라서 판매가 덜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부분이 너무 안타까웠다고. 그래서 그런 분들을 찾아 질 좋은 재료를 공급받고 자이소는 더 맛있고 건강한 떡을 만들 수 있어 입소문을 탈 수 있었다.

“개업한 지 6개월 후쯤에 <불만제로>라는 프로그램에 저희 떡이 소개된 적이 있어요. 무색소, 무방부제로 만드는 안심 먹거리로 선정되었는데, 이런 건강한 재료들을 쓸 수 있었기 때문이죠. 맛도 훨씬 좋아서 고객 분들이 참 좋아하세요.”

▲ 사진 제공 자이소

떡밖에 잘하는 게 없어요

어느 음식보다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게 또 떡이다.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들 텐데 이 어려운 음식인 떡을 계속해서 하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박 대표는 음식 하는 사람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느끼는 그 보람감이 떡을 계속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백일이나 돌 등 인생에 있어서 특별한 날 우리는 떡을 주문한다. 그런 만큼 주문이 잘못 되거나 맛이 없을 경우, 특별히 더 예민하고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박 대표는 실수가 없도록 매 주문에 최선을 다한다고. 그렇게 쏟아부은 열정이 고객들의 맛있게 먹었다는 말 한마디, 고맙다는 말 한마디로 돌아왔을 때의 희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어느 날은 식사를 하러 한 식당에 들렀는데, 자이소의 포장 박스가 떡하니 놓여 있었단다. 그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떡을 먹고 있다는 생각에 책임감과 기쁨이 교차해 그 기억은 아직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되었다. 20대, 아무것도 모르는 젊은 날에 시작해 어느덧 30대 후반이 되어 버린 청년은 떡이 점점 더 좋아지고 아직도 궁금한 것이 많다.

“저는 그래요. 떡밖에 잘하는 게 없어요. 제 떡을 찾아 주시는 분이 있는 한은 계속 해야 해요.”

전통과 현대를 이어 주는 징검다리

어느덧 자신의 자리를 확고히 쌓아 놓은 그에게 아직 남아 있는 꿈과 목표가 있을까. 그는 인터뷰 내내 떡의 현대화와 대중화를 끊임없이 언급했다. 이를 위해 현대인들이 더 좋아할 만한,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떡을 만들고자 쉴 새 없이 고민한다. 농진청에서 굳지 않는 떡을 만드는 기술을 이전받아 연구 중에 있으며, 굳지 않는 떡을 완벽히 만들어 내면 좀 더 다양한 지역에 많은 주문량을 택배로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또한 새 메뉴 발명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번에 연구하고 있는 건 앙꼬 절편. 요즘 각종 SNS에서 가장 주목받는 떡이다. 여기에 굳지 않는 떡을 만드는 기술을 접목시킬 생각이라고. 얼마 후에는 떡 카페도 오픈할 계획이다. 길을 걷다가 커피와 케이크를 먹으러 카페에 가듯 떡을 먹으러 편하게 들를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도록 이 점에 초점을 맞춰서 계획을 실행해 나가고 있다. 떡이 빵처럼 누구나 쉽게,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그의 최종 꿈이다. 그 꿈이 이뤄질 날이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Queen 유화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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