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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 명장 진관사 계호스님 “세상에서 가장 좋은 양념은 마음입니다”
사찰음식 명장 진관사 계호스님 “세상에서 가장 좋은 양념은 마음입니다”
  • 송혜란
  • 승인 2018.01.12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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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초대석
 

평생 사찰음식의 전승과 보존, 대중화에 힘써온 진관사 주지 계호스님. 스님에게 음식은 단순한 먹을거리가 아니다. 음식은 약이며, 그 약을 만드는 과정이 수행이라고 스님은 이야기했다. 고로 사찰음식은 수행식이자 마음을 담은 자연, 지혜의 음식이란다. 자비, 화합, 배려, 소통이라는 의미도 지니는데…. “음식은 곧 생명이에요.” 마음을 한껏 살찌우는 스님의 전언. 새해를 맞아 계호스님을 만나기 위해 서울 북한산 자락의 진관사를 찾았다.

‘진관사 주지 계호스님을 사찰음식 명장으로 위촉합니다.’

지난해 9월 새로운 사찰음식 명장이 탄생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선재스님에 이어 두 번째로 계호스님을 사찰음식 명장으로 위촉한다고 밝혔다. 계호스님은 1990년 대구에서 불교아카데미 사찰음식 강의를 시작했으며, 2009년 진관사 산사음식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사찰음식을 널리 알리는 데 공헌했다. 사찰음식을 세계화한 데도 그 공로가 특출하다. 2010년 G20 세계종교지도자협의회, 2011년 가든클럽연회, 2016년 프랑스 국무장관 초청 행사 등에서 사찰음식 만찬을 진행한 스님이다.

또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개인 요리사이자 백악관 주방장이었던 샘 카스와 뉴욕 미슐랭 에릭 리퍼트 셰프에게 사찰음식 조리법을 전수한 바 있다. 이에 힘입어 스님이 주지로 있는 진관사는 세계 최고급 미식 여행 패키지인 프라이빗 제트 투어 프로그램이 한국의 짧은 일정 중 꼭 들리는 코스로 꼽을 정도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식약동원(食藥同源)

세계적인 명성만큼이나 아름다웠던 진관사. 입구에서부터 현란한 조형예술품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마치 트래킹하듯 산자락을 타고 올라가니 강원도 산속에서나 볼 수 있을 줄 알았던 진경산수화가 바로 눈앞에 펼쳐졌다. 언제부터 서울에 이리 청정한 곳이 있었던가. 잠시라도 자연을 벗 삼음으로써 탁한 마음이 절로 옅어지는 기분이었다.

무서운 한파마저 잠재우는 따사로운 햇볕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계호스님. 스님은 포근한 보이차 한잔을 내오며 사찰음식이 품은 여러 철학적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열여덟 꽃다운 나이에 출가를 결심한 스님은 고등학교 졸업 후 진관사에 첫발을 디뎠다. 행자 시절엔 큰스님 공양을 도맡았다.

“저희는 음식 만드는 과정을 수행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일단 절에 들어오면 그동안 세상에서 쌓은 것을 다 내려놓아야 한다. 공양을 준비하며 그 과정을 겪는 것이다. 산사음식이 수행식이라는 말도 여기서 나왔다고 스님은 설명했다. 이에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마음부터 배워야 한단다. 시중에 유명한 요리학원이 넘치는데 왜 굳이 사람들이 산사음식을 배우려 할까?

“사람이 좋은 마음으로 음식을 해야 맛있어요. 자신이 화내고 짜증내며 음식을 하면 간이 점점 짜져요. 오감이 약해졌기 때문이지요. 늘 깨어있어야 해요. 음식은 정성도 중요하지만 마음이 최고의 양념입니다. 어떻게 조화로울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양념이라는 말의 어원도 본래 약 약(藥) 생각 념(念)에 있다고 스님은 덧붙였다. 특히 스님은 매일 먹는 게 그저 음식이 아니라 약이라고 생각한단다.

“옛말에 식약(食藥)이 동원(食藥)이라는 이야기가 있지요. 히포크라테스도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우리가 먹는 것으로 다스리지 못하는 병은 약으로도 고칠 수 없다.’ 음식은 곧 생명이에요. 어디 음식 없이 살 수 있나요? 무엇을 먹는다는 것은 하나의 형상 마름을 멈추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사찰음식이 약이고, 수행식일 수 있는 것은 그게 순수한 자연으로부터 비롯됐기 때문일 터. 산사음식은 화학조미료를 일절 가미하지 않은 채 자연 텃밭에서 나온 유기농 재료로 만든다. 사찰음식이 단조롭고 담백한 이유다.

“왜 음식이 일명 마음을 담은 자연이라고도 하잖아요. 특히 절에서는 살생하지 않고 채식하므로 음식은 자비입니다. 그중에서도 마늘, 파, 양파, 부추, 달래 오심 체를 멀리하기 때문에 절제의 의미도 있지요. 또 합의이자 배려 소통의 뜻도 품습니다. 모두가 함께 웃으며 즐겨 먹으니까요. 그만큼 저희는 음식을 아주 중요하게 여긴답니다.”
 

음식의 지혜, 지혜의 음식

무엇이든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은 청정한 재료, 지나치게 자극적이지 않은 유연함, 법도에 맞는 여법함을 지키면 그만한 건강의 수칙은 없다는 계호스님.

“요즘 유명한 셰프 많지요? TV만 틀면 다들 음식 이야기만 하잖아요. 그런데 왜 사람들이 자꾸 사찰음식을 찾을까요? 특별한 것 없어요. 자연음식이라 먹어도 부담이 덜 가기 때문입니다.”

사찰에서 쓰는 조미료는 조청, 버섯가루, 다시마 가루, 들깨가루 등이다. 짠맛을 내는 소금도 볶아 죽염으로 사용한다. 거기에 된장, 간장 등 효소가 첨가된다. 식초는 매실청으로, 달콤한 맛을 내고 싶을 때는 유자청으로 대신한다.

“이러한 발효 음식 자체가 하나의 지혜예요.”

더욱이 사찰음식은 수학 공식이 아니라 응용이라고 스님은 강조했다.

“겨울이 오면 음식이 다 뿌리로 저장되지요. 소위 가을 농사철이 지나 김장하고 나면 배추, 무 지치러기(찌꺼기)가 남아요. 하나도 버림 없이 모아 우거지, 시래기, 무말랭이로 만든 후 된장, 고춧가루 등을 넣어 찌개를 끓이거나 무쳐 먹습니다. 겨울엔 몸이 움츠러드니까 살짝 매콤하게 국을 끓이면 몸의 열을 발산시키는 데 그렇게 좋아요. 스님들의 지혜는 삶의 지혜요. 사찰음식은 지혜의 음식입니다.”
 

 

제철 음식이 제일이다

계호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달고 짠 음식에 중독된 현대인들의 고심이 깊어질 듯한데…. 그래도 천지가 대우주라면 인간의 몸은 소우주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무슨 음식이 당긴다는 것은 바로 우리에게 필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의문도 들 것이다.

“다만 제 몸을 살펴 가며 먹어야지요. 자신의 몸 기운이 약할 때 단것을 먹으면 어느 정도 힘은 생겨요. 그러나 지나치게 달거나 짜게 먹어서 속이 쓰리는 등 병이 나면 안 되지요. 뭐든지 적당한 게 좋습니다.”

어디 현대인들의 문제가 이뿐이겠는가. 뇌를 자극하는 화학조미료, 인스턴트, 방부제, 기름진 음식이 인간의 정신까지 병들게 하고 있다. 이에 스님은 냉장고에 들어가지 않은 음식이 최고의 식재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상 사람들이 음식만 잘 먹어도 절대 병 안 걸립니다. 하다못해 물만 가려 먹어보세요. 우리 몸의 온도가 1도만 내려가도 암에 걸릴 확률이 70~80%로 올라가요. 암세포는 저온에 기생하거든요. 냉장고에 든 찬 음식을 멀리하세요. 제철 음식이 제일입니다. 물도 따뜻하게 해서 자주 마셔야 해요. 아침 새벽에 일어나 따뜻한 물 한 잔만 먹어도 건강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계호스님은 인터뷰 내내 이야기한 사찰음식의 묘미를 직접 보여주겠다며 기자를 산사음식연구소로 안내했다. 도마 위에서도 소리 없이 무와 홍고추를 채 써는 스님의 칼 솜씨부터 예사롭지 않았는데…. 유기농 재료로 만든 시래기 들깨 찜과 고추부각조림, 무말랭이 무침의 맛을 보는 순간, 청정하고 유연하며 여법한 산사음식의 매력에 곧 빠지고 말았다. 조금 먹고(少) 웃(笑)고 채식하는(蔬) 사찰음식의 삼(三)소 정신에 마음까지 편안해진 날이었다.


<계호스님의 사찰음식 특강>

 

1. 시래기 들깨 찜
재료 : 시래기, 채수(버섯 끓인 물), 고춧가루, 집간장, 된장, 들깨가루, 홍고추
만들기
1 겨울철 김장을 끝내고 남은 시래기를 살짝 데친다.
2 살짝 데친 시래기에 채수를 넣고 끓인다.
3 끓는 동안 고춧가루와 집간장, 된장으로 간을 한다.
4 마지막에 들깨가루를 한 숟가락 넣어준다.
5 홍고추를 채 썰어 버무리면 입맛을 돋우기 제격이다.
*고춧가루가 칼칼한 맛을 내 겨울 내내 움츠려든 몸의 기운을 북돋워 준다.
*들깨가루는 겨울철 부족한 지방질을 보충해주며, 구수한 맛을 더해준다. 여기서 잠깐. 들깨가루를 일찍 넣거나 너무 과하게 첨가하면 맛이 텁텁해지므로 주의하도록 한다.
*기본적으로 시래기는 비타민 C와 비타민 D가 풍부해 무릎 관절과 고관절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2. 고추부각조림
재료 : 고추부각, 채수, 집간장, 진간장, 황설탕, 조청
만들기
1 풋고추를 밀가루에 묻혀 찐 후 말려서 튀긴 고추부각을 준비한다.
2 고추부각에 채수 한 국자, 집간장 반 숟가락, 진간장, 황설탕, 조청을 넣고 버무린다.
3 마지막에 참기름을 첨가한다.
*설탕과 조청은 감칠맛을 더해주고 윤기를 줘 입맛을 돋운다.
*고추부각엔 비타민 A, B, C가 풍부해 겨울철 면역증강에 도움을 준다.

 

3. 무말랭이 무침
재료 :
무말랭이, 찹쌀풀, 생강, 집간장, 진간장, 황설탕, 조청, 죽염, 매실청
만들기
1 하루전달 집간장과 진간장을 섞은 물에 무말랭이를 불려 준비한다.
2 대야에 무말랭이와 찹쌀풀, 생강, 집간장, 진간장, 황설탕, 조청, 죽염을 넣어 버무린다.
3 매실청을 넣으면 새콤한 맛을 돋울 수 있다.
4 마지막에 흰깨와 검은깨를 첨가하면 구수한 맛을 더해준다.
*애초 무말랭이를 만들 때 무를 반토막 잘라서 세로로 채 썰도록 한다. 가로로 썰면 무가 자꾸 으깨질 수 있다.
*채 썬 무는 4~5일만 말리면 무말랭이로 변한다.
*추운 겨울 햇빛과 바람에 말린 무말랭이는 무릎 관절에 제일 좋은 식재료이자 약이다.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Queen 김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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