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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꿈꾼다, 판타지 로맨스 <흑기사>
누구나 꿈꾼다, 판타지 로맨스 <흑기사>
  • 송혜란
  • 승인 2018.01.30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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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과 유럽을 오가는 몽환적 분위기로 첫 시선을 압도한 드라마 <흑기사>.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위험한 운명을 받아들이는 순정파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이 로맨스가 여심을 사로잡는다. 누구나 꿈꾸는 ‘흑기사’이지 않은가. 그저 시간 때우기 식으로 한번 즐겁게 보면 끝날 것 같지만 드라마가 남기는 여운은 의외로 길다. 매주 회를 거듭할수록 메시지도 사뭇 무거워지고 있다.

<흑기사>는 판타지물이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떠한 힘에 의해 운명이 굴러가고 있는 남녀의 이야기를 담았다. 행운과 징벌이 공존한다. 여기서 운명의 굴레에 얽힌 두 남녀는 문수호와 정해라로, 장백희와 샤론이 영원히 죽지 않는 미지의 인물들로 등장해 두 사람의 운명을 손에 쥐고 있는 구조다. 조선시대부터 시작해 250년이라는 세월을 뛰어넘는 동안 운명을 관장하는 미지의 존재가 있다는 것. 이 때문에 수호와 해라가 다시 만나 조선시대에 못다 이룬 사랑을 나눈다.

언뜻 보면 화제작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가 떠오를 터. 수백 년간 죽지 않는 인물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불로불사의 여인들이 주인공들의 운명을 책임진다는 게 절로 <도깨비>와 겹친다.

이에 대해 드라마를 연출한 한상우 PD는 제작발표회에서 <흑기사> 속 주인공은 각자 직업이 있고 다들 일을 한다는 데 <도깨비>와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연애 감정만 점철된 드라마가 아니라 다양한 장르도 복합돼 있다. 직업물이며 복수극이자 서스펜스, 로맨스라는 설명이다. 실제 매주 다른 장르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는 시청자의 평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연출, 대본, 연기
뭐하나 빠지지 않는다

어느 캐릭터도 평면적이지 않다. 먼저 흑기사 문수호부터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렵다. 어릴 때 부모를 잃은 후 사람에게 상처를 입은 수호는 절망감에 빠지려는 순간 한 여인의 말 한마디에 거짓말처럼 큰 행운이 잇따라 성공한 젊은 사업가 반열에 올랐다. 자기 자신에게 엄격하고 속을 쉽게 드러내 보이지 않지만 자상하고 능청스러운 면도 있다. 사랑할 때만큼은 또 엄청난 순정파다. 그런 그가 어릴 적 첫사랑 정해라를 만나 그녀의 흑기사가 되길 자처한다.

해라는 여행사 직원. 어린 시절 행복했지만 집안이 폭삭 망한 후 인생이 180도로 바뀌었다. 가난을 어깨에 메고 살지만 늘 밝은 인물이다. 해라는 자신의 전생과 얽힌 여인 샤론이 만들어준 코트를 입고 신기한 일들을 경험하게 된다. 그때 도망가고 싶을 정도로 근사한 남자 수호를 마주하며 사랑에 빠지는데…. 한창 무르익은 두 사람의 달달한 러브신에 환호하는 시청자들이 많다.

그리고 샤론양장점 디자이너 샤론과 인생·세속에 초탈한 듯한 장백희 두 여인도 어쩔 수 없이 함께 가야 하는 애증 케미를 재미나게 소화하고 있다. 수호와 해라는 물론 샤론과도 얽히고설킨 박철민 캐릭터 또한 독특하기 그지없다.

이는 김인영 작가의 필력 덕분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 <적도의 남자>, <태양의 여자> 등을 집필한 그녀는 본래 섬세한 글 솜씨를 갖춘 작가로 유명하다. 남녀 주인공을 맡은 배우 김래원과 신세경 모두 드라마를 선택한 이유가 훌륭한 대본이라고 밝혔을 정도다. 지문 하나, 숨겨진 대사 한마디에 다 이유가 있을 만큼 꼼꼼했다는 후문이다. 디테일한 표정 하나하나까지 말이다.
 

 

무엇보다 매회 사극부터 판타지, 복수극, 로맨스 등 골고루 맛보는 재미가 있는 드라마 <흑기사>. 이는 한상우 감독의 프로성이 돋보이는 연출과 김인영 작가의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만난 배우들의 힘도 컸다. 특히 김래원은 로맨스 장르에 특화된 배테랑 배우다. 여기에 신세경이 아역 배우 시절부터 탄탄하게 다져 온 연기력을 발휘해 그와 애틋하고 가슴 떨리는 멜로 호흡을 잘 맞춰 가고 있다. 현대적인 세련미가 물씬 풍기는 서지혜 역시 250년 산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각 주인공이 초월적인 존재가 아니므로 공감하기 쉬운 면도 있지만, 배우들의 빈틈없는 연기가 주인공들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해 준다.
 

당신은 누군가의 흑기사인 적이 있었나?

그 끝엔 과연 무엇이 있을까? 드라마는 회를 거듭할수록 좀 더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모든 일에 대가가 따른다는 것과 이 규칙엔 예외가 많다는 것, 또 세상에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떠한 힘이 있다는 것 등이 그렇다. 이에 모두가 자신만의 흑기사를 기다리며 판타지를 꿈꾸는 게 아닐까? <흑기사>의 시작이 그러했듯. 그런 점에서 <흑기사>는 어쩌면 외로운 사람들의 뜨거운 사랑 이야기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에 대해 한 감독이 남긴 이야기가 묘한 울림을 준다.

“누구나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면 흑기사가 나타나 도와주기를 바라지요. 인생이라는 것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때도 있지만, 스스로 다른 사람의 흑기사가 되도록 노력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의 힘이 되어 주는 존재, 스스로 힘이 되어 주는 존재를 <흑기사>에 담았습니다.”

향후 다양한 복선들로 서스펜스를 표방하기도 한 이 드라마가 어떠한 그림으로 마침표를 찍을지 기대해 본다.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KBS, n.CH En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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