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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끌린다, 가슴 시린 모녀 로맨스 <마더>
자꾸 끌린다, 가슴 시린 모녀 로맨스 <마더>
  • 송혜란
  • 승인 2018.02.28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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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 드라마
 

세대 불문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 모성애. 드라마 <마더>를 보면 볼수록 끌리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때로는 가슴 시리고, 때로는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감동 어린 모녀 로맨스 <마더>.

<마더>는 동명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 일본 NTV <마더>는 도쿄 드라마 어워드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각본상, 여우주연상, 신인상을 꿰차는 등 작품성과 화제성을 두루 인정받았다. 도쿄 드라마 어워드 4관왕에 빛나는 이 화제의 원작은 짜임새 있는 스토리로 국내에서도 탄탄한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tvN의 <마더>는 <시카고 타자기>, <공항 가는 길>로 섬세하면서도 감각적인 연출을 인정받은 김철규 감독과 영화 <아가씨>로 인간 본연의 감정을 곧잘 다루는 정서경 작가가 합세해 방송 전부터 숱한 기대를 모았다. 지난 1월 24일 첫선을 보인 드라마는 원작의 재미를 유지하면서 국내 정서와 현실에 맞게 각색하는 작업에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누구에게나 모성애는 있다

엄마가 되기엔 왠지 차가운 선생님 수진과 엄마에게 쓰레기처럼 버림받은 여덟 살 여자아이 혜나. 이 두 사람이 모녀가 되기 위해 떠난 여정은 꽤 감동적이다. 특히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여성 캐릭터를 그리는 데 탁월한 재능을 지닌 것으로 명성이 자자한 정서경 작가가 내놓은 강수진이라는 캐릭터가 상당히 매력적이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심성의 소유자 수진이 상처투성인 어린 소녀를 만나면서 어떻게 모성애가 발현되는지는 감성 연출가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김철규 감독과 어느덧 실제 엄마가 된 배우 이보영이 잘 보여 주고 있다.

“엄마이기 때문에 마더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작품 선택 이유를 확실히 밝힌 이보영은 뜨거운 모성을 드러내는 데 전혀 어색함이 없다. 누구에게나 모성애는 본능인 듯 수진에게도 이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엄마에게 맞은 것을 감추고 반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해도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며 밤이면 혼자 거리를 돌아다니는 혜나를 알아본 후 그녀의 마음속에 강렬한 경고등이 울린다. 그러나 혜나가 엄마에게 버려진 날, 그녀는 이 빨간불을 무시한 채 아이를 데리고 떠나기로 하는데…. 드라마는 여기서 막을 올린다.
 

다채로운 엄마상

그 과정에서는 다채로운 어머니의 모습이 중간중간 빛을 발한다. 따뜻한 엄마상의 강수진은 물론 배우 이혜영이 카리스마 넘치며 위엄 있는 여배우 영신으로 분하며 남편 없이 홀로 세 딸을 키워낸 강인한 모성상을 뽐내고 있다. 특히 10년 동안 연락이 되지 않은 입양아 수진에 대한 그녀의 애착은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유발하기도 한다. 혜나의 친엄마 자영 역을 맡은 고성희에게서 엿보이는 엄마상은 이들과 사뭇 다르다. 홀로 혜나를 낳고 기르면서 일말의 행복조차 꿈꿀 수 없는 자신의 불운한 처지를 모두 혜나 탓으로 돌리며 분노 어린 애증을 드러내는 자영. 아이를 키우는 게 힘들어 결국 방치에 학대까지 서슴지 않는 그녀가 보여 주는 모성애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술만 먹으면 폭력을 행사하는 동거남을 죽인 후 여섯 살 수진을 보육원에 버리고 간 친엄마 홍의 역의 남기애에게서 풍기는 모성애는 또 어떤가? 그녀의 사연은 알면 알수록 눈물샘을 자극한다.
 

 

엄마가 된다는 것

그리고 드라마는 자꾸 질문을 던진다. 최고의 집부터 최고의 학교, 최고의 옷, 최고의 친구들까지 아이에게 최고로 좋은 것만 주는 것이 엄마의 역할일까? 당신은 어려운 상황에서 어쩌다 아이를 낳았다가 ‘혜나가 없었으면 내 삶이 지금보다 낫지 않았을까’라며 끊임없이 아이를 미워하는 엄마보다 더 나은 엄마가 될 확신이 있는가? 누가 묻기도 전에 먼저 괜찮다고 말하는 아이에게 우리는 어떠한 엄마가 되어야 할까? 어릴 적 수진이가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지 못했던 영신이 딸의 잠적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통해, 궁지에 몰려 아이를 찾게 되지만 다른 사람을 엄마라고 부르는 아이를 보았을 때 혼란을 느끼는 자영을 통해 우리는 어렴풋이 그 답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드라마는 이 세상에 학대받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사회 구성원이 모두 누군가의 엄마가 될 필요도 있다는 무언의 메시지마저 제시하고 있는 듯하다. 그 아이가 당신의 아이라면 정말 모른 체할 수 있는가?

그래서 결국 엄마가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아이에게 미숙한 나를 탓하다가 나를 찾는 아이의 목소리에, 다시 아이를 탓해 보고 아이가 지어 준 웃음에 잠시나마 행복한 엄마가 되었다가 버거운 엄마의 일상에 다시 쉴 새 없이 허덕이는 그런 수백만 번의 일. 수천만 번의 마음들을 겪고 나서야 엄마가 조금씩 엄마가 되고 아이가 조금씩 아이가 되어 간다. 엄마는 그렇게 과정 속에서 완성되어 간다.
-드라마 기획 의도 中

이 드라마는 이 일련의 일들이 마치 모두 소중하다는 듯 플롯을 짜놓았다. 여전히 가슴 시린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는 드라마가 향후 따뜻한 위로를 전하며 결실을 볼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누군가의 엄마가, 누군가의 딸이 되어 가는 모든 엄마와 딸들의 여정에 응원을 보낼 수 있도록 말이다.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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