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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가 있는 주얼리 제작, 김주영 작가
스토리가 있는 주얼리 제작, 김주영 작가
  • 백준상 기자
  • 승인 2018.03.02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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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주얼리 작가, 김주영
 

조그만 액세서리에 적극적으로 스토리를 담는 작가가 있다. 액세서리의 한정된 공간을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극복하며 아트 주얼리의 새 지평을 개척해가고 있는 김주영 작가를 만났다.
취재 백준상 기자 | 사진 양우영 기자

어디에서 본 이미지, 마음속에 남아 있는 이미지를 적극 재현하는 것은 회화나 조각에서만 가능한 것일까? 그것은 주얼리 분야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신진작가 김주영 씨는 주장한다. 그녀는 매우 한정된 공간인 장신구에 갖가지 이미지로 스토리를 불어넣는 주얼리 작가로서 관심을 모은다.

지난 1월 31일부터 2월 6일까지 서울 종로구 북촌마을 갤러리 아원에서 열린 장신구전 ‘captured images’(포획된 이미지들)는 장신구에 대한 기존의 생각들을 전복하는 전시회로 눈길을 끌었다. 한양대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금속디자인 학사 및 석사과정을 마치고 주얼리 디자이너의 길을 걷는 김주영 씨는 다소 과감한 방식으로 자신의 작품세계를 드러냈다.

ring / silver, resin, PMMA / 75*40*40mm

액세서리에 스토리를 담다
“한 눈에 들어온 줄 알았는데 매번 같지 않고, 지나가는 순간인 줄 알았피플는데 여전히 마음에 남아있는 것들이 있지요. 마주치는 장면들, 스치는 생각들을 손 위에 얹히는 작은 오브제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김주영 작가는 삶에서 포착된 찰나의 순간들이나 기억들을 자신만의 조그만 액세서리에 담으려 고군분투한다. 그 액세서리는 비싼 보석으로 만들어지지는 않지만 자신만의 기억을 간직하게 한다는 점에서 보석 액세서리 못지않게 소중하다.

작가는 그때그때 가장 좋은 표현방식을 위해 은 나무 플라스틱 가죽 등 다양한 오브제를 사용해 조합식으로 반지를 만든다. 그녀는 자신이 지났던 어느 길거리, 어느 도시 풍경 사진의 매우 작은 한 조각을 떼어내 반지의 스톤으로 삼는다. 그것은 일반적인 반지보다는 훨씬 커서 착용이 불편할 수도 있지만 자신의 기억 속 한 조각을 자신의 손 안에 영원히 간직할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어 미국 시카고 네이비 파이어에서 헤엄치는 오리를 사진 찍어 인화한 후 반지의 은 받침에 얹어 그 순간을 고이 간직한다. 또 과일상점에 가지런히 놓인 예쁜 과일들을 레진으로 재현하여 선반 모양의 반지받침 위에 올림으로써 예쁜 과일로부터 받았던 좋은 인상을 연장시킨다.

반지가 반드시 한 손가락에만 착용할 수 있게끔 작아야 할 이유는 없다. 그녀의 반지- 반지라는 표현이 맞다면- 는 네 손가락 모두에 걸칠 정도로 크다. 큰 만큼 강렬하여 시선을 끈다. 그녀는 자신이 만든 반지를 반드시 손가락에 착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책상이나 선반에 놓아두어도 훌륭한 소품이 되기 때문이다.

“대중적인 판매를 위한 작품이라기보다는 연구를 위한 실험적 작품으로 보아주시길 바랍니다. 작품마다 생각한 콘셉트가 있고 각각의 이야기가 있어요. 먼저 콘셉트를 확실하게 잡은 다음 시작하는데 크기 색상 움직임 등 고려할 게 적지 않아 손이 많이 가고 시간도 많이 듭니다.”

moving ring / wood, resin / 75*40*45mm

아트주얼리와 상업주얼리의 경계를 넘어
어떤 형식이거나 어떤 크기이거나 그녀의 모든 작품들은 착용이 가능하다. 장신구의 본질을 잊지 않은 까닭이다. 브로치를 착용하면 축소된 현대미술 작품을 가슴에 단 격이다. 착용자와의 교감을 중시해 일부 움직임이 가능한 작품들을 통해 착용자의 기분이나 상태에 따라 다른 형태로 착용할 수 있도록 했다.

김 작가는 작업의 어려운 점으로는 “작가로서 원래 생각한 이미지를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정리해나가는 과정이 힘들다”는 것을 들었다.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하는 그녀 역시 다른 작가들처럼 아트주얼리와 상업주얼리의 경계선상에서 그 부딪힘에 힘들어 하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아트주얼리와 상업주얼리의 거리를 좁혀 나가는 게 이상적이라 생각하지만, 당장은 아트주얼리와 상업주얼리의 경계선을 긋고 양쪽을 모두 시도해보고 있다고 밝혔다. 아트주얼리 작품을 만드는 틈틈이 전통기법으로 은과 금을 사용한 커플링을 SNS를 통해 주문받아 제작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작품성에 주력한 아트주얼리를 통해 생각한 것을 좀 더 자유롭게 그리고 충분히 표현해보고 싶습니다. 시작 단계인 상업주얼리도 대중성을 갖춤과 동시에 제가 갖고있는 생각과 추구하는 작품성을 드러낼 수 있는 매개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데 SNS를 통해 제작을 의뢰해주시는 분들이 늘어가고 있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김 작가는 언젠가 아트적인 상업주얼리를 해나갈 수 있기를 바랐다. 근래에는 작가와 작업공간을 매개해주는 곳이 군데군데 생기고 대중과 가까워질 수 있는 프로젝트가 많아지는 것을 기뻐했다. 그녀는 “언젠가 주얼리 공예가 주목받는 날이 다가올 것”이라면서 “작품에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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