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는 가장 쉽고, 가장 간편하고, 가장 효과적인 운동이다. 걸을 수만 있다면 누구나 달릴 수 있다. 누구든 가벼운 운동화만 있으면 할 수 있는 달리기야말로 가장 대표적인 ‘참여형 스포츠’다. 무엇보다도 달리기의 가장 큰 장점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 부부, 연인, 친구, 동료, 온 가족이 함께 달리면 그 즐거움은 두 배, 아니 수십 배가 된다.
그러다 보니 마라톤은 이제 온 국민이 함께 즐기는 건전한 레저문화로 자리 잡았다. 마라톤 인구가 5백만에 이르고 동호회 수는 셀 수도 없이 많으며, 연간 크고 작은 마라톤 대회를 세어보면 4백 개가 넘어서고 있다. 주말, 밖으로 나가보면 따뜻한 봄바람에 몸을 맡긴 채 심장의 쿵쾅거림을 즐기는 러너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마라톤 열풍이 갑작스럽게 불어닥치다 보니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무리하게 달리다가 부상을 당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고, 심지어 참가자들이 레이스 도중 숨지는 사고가 해마다 여러 건씩 발생하고 있을 정도다. 또 마라톤 직후 몸져누울 만큼 급격하게 체력이 소모되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거나 건강을 해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사람들은 건강을 위해, 즐거운 인생을 위해 마라톤을 시작합니다. 그렇게 즐거운 달리기가 오히려 건강을 해치고 목숨마저 위협하다니 이러한 아이러니가 또 어디 있습니까.”
현재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팀 감독과 한국마라톤클럽의 회장으로 있는 국민 마라토너 황영조.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데 이어 1994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한국 최고기록을 수립하는 등 마라톤 선수생활을 하는 동안 숱한 기록과 굵은 족적을 남긴 그는, 아마추어라면 완주의 즐거움을 맛보는 것이 중요한데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기록을 위해 마라톤을 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했다.
“저도 현재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팀 감독으로 있으면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지만 요즘 아마추어들을 보면 그 열의와 정성이 선수들 못지않아 놀라울 정도예요. 하지만 그렇게 무작정 열심히만 달린다면 부상을 당하거나 한계를 느껴 달리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즐기려고 달리는 것이니,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두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잘못된 자세와 훈련으로 인해 부상을 당하거나 좌절감을 느낀다면 달리기로 건강을 찾는다는 의미가 무색해질 수밖에 없죠. 이번 ‘퀸 가족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는 독자들도 마라톤의 진정한 즐거움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후배 선수들을 가르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 시한폭탄을 안고 무작정 달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험을 알리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마라톤 지도자로서 후진 양성에 앞장서는 한편 ‘마라톤 전도사’를 자임하며 숱한 마라토너들에게 ‘달리는 생활의 즐거움’을 안겨주며 제2의 인생 길을 걷고 있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달리기가 몸에 얼마나 좋은지, 정신 건강에 얼마나 유익한 운동인지 남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몸이 달게 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동안 잘못된 달리기 방법으로 부상을 입거나 중도에 포기한 사람들과 달리기를 통해 새로운 삶을 열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제가 아는 모든 것을 가르쳐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