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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훈의 노래와 사랑에 관한 에스프리
임지훈의 노래와 사랑에 관한 에스프리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8.05.1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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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었던 시절 내게 음악은
선물처럼 다가왔습니다"
 
나이는 훈장을 만든다. 구슬픈 노래를 불렀어도 언제나 웃음이 떠나지 않았던 임지훈의 얼굴에도 세월의 흔적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고즈넉한 표정으로 통유리 창가에 앉아 있었다. ‘지훈이 작은섬’이라는 자신이 운영하는 작은 카페에서 창문을 바라보는 모습이 왠지 사라진 것들에 대한 추억을 예민하게 건드렸다.

잊혀지거나 혹은 추억으로 남거나
80년대 중반 대학가에는 최루탄의 뿌연 연기가 하루도 가실 날이 없었다. 서글픈 시대에 사람들은 울고 싶었지만 매운 연기 외에는 눈물도 나지 않아 가슴으로만 속울음을 울어댔다. 그 시절 노래 하나가 스르르 미끄러져 사람들의 가슴에 스며들었다.

“차가운 너의 이별의 말이 마치 날카로운 비수처럼 내 마음 깊은 곳을 찌르고 마치 길을 잃은 사람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떠나가는 너를 지키고 있네. 어느새 굵은 눈물 내려와 슬픈 내 마음 적셔주네. 기억할 수 있는 너의 모든 것 내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와 너의 사랑 없인 더 하루도 견딜 수가 없을 것만 같은데 잊혀지지 않는 모습은 미소 짓던 너의 그 고운 얼굴 어느새 굵은 눈물 내려와 검붉은 노을 물들였네. 다시 돌아올 수 없기에 혼자 외로울 수밖에 없어 어느새 사랑 썰물이 되어 너무도 멀리 떠나가네”

노래를 부르는 사람의 목소리에 격랑 같은 슬픔이 묻어 있었다. 노래를 듣는 순간 사람들은 혼자서 흔들려서 울고 또 울었다. 그리고 슬픔의 극한에서 다시 일어설 힘을 얻었다. 슬픔이 슬픔에게 이야기를 했고 슬픔은 삶의 힘이 되었다. ‘사랑의 썰물’이 들어있는 임지훈의 1집은 비공식 통계지만 무려 1백만 장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하며 그해 음악계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슬픔의 힘은 90년대가 넘어서면서 조금씩 밀려나기 시작했다. 소극장 공연 1천8백 회라는 한국가요사에 남을 기록을 갖고 있는 그였지만 그도 어쩔 수 없이 시간의 흐름 속에 묻혀지고 말았다. 그렇게 2000년대의 문턱을 넘어서며 우리 가요계는 아까운 가수들을 하나 둘씩 망각의 그림자 속으로 밀어놓았다.
더 이상 라디오와 TV에서 서정적이면서도 짙은 회한을 담은 그의 슬픈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그동안 꾸준히 앨범작업도 했고 강원민방이나 춘천MBC 등에서 가요프로그램을 진행했지만, 가수의 본업인 노래를 부르지 못했던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사실 우리 세대 가수들이 노래를 부를 무대도 점점 줄어들었고요. 최근에 와서야 배철수 선배님이 진행하는 ‘콘서트 7080’ 같은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어서 그나마 처지가 나아졌지만 정말 아까운 가수들이 생계를 위해 무대를 떠나거나 전혀 다른 직업을 가지는 것을 보면 정말 가슴이 아팠습니다.”
한때 그도 미사리 카페촌을 떠돌며 노래를 부른 적이 있었다. 쓸쓸한 정조를 벗어 던지고 야심 차게 낸 앨범이 IMF 한파에 밀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뒤 1년이면 2백 회씩 열던 콘서트를 모두 접고 라이브카페를 선택한 것이다. 자신의 노래를 듣기 위해 군말 없이 1만원이나 하는 커피를 먹으러 달려오는 중년 팬들의 성원은 그를 찡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창작을 멈추고 앨범도 못 낸 채 생계만을 위해 노래를 부르는 것은 고달픈 일이었다. 자신의 노래 스타일에 대한 회의도 들었다. 그렇다고 20대의 기호에 맞춰 유행하는 노래에 영합할 수도 없었다. 가요계를 독차지한 댄스열풍에 맞서 새로운 앨범을 낼 자신도 생기지 않았다. 엉거주춤하다 그는 한편으로 오기가 생겼다. 이왕 새 앨범을 낼 거면 세계적 수준의 스튜디오에서 일급 세션맨들과 녹음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새 앨범을 녹음한 호주 시드니의 벨벳 스튜디오는 에어 서플라이, 세비지 가든, 조지 마이클, 밥 딜런, 에릭 클랩튼, 필 콜린스 등 기라성 같은 팝 뮤지션들이 거쳐갔던 곳이었어요. 이곳에서 그룹 에어 서플라이의 기타리스트 랙스, 마이클 잭슨의 백 보컬 출신 아만도 등과 2개월 동안 함께 작업했죠.”
그렇게 해서 만든 6집이 ‘Beautiful 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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