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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ll We Dance ?” 고탄 프로젝트(Gotan Project)의 탱고
“Shall We Dance ?” 고탄 프로젝트(Gotan Project)의 탱고
  • 송혜란
  • 승인 2018.03.28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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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 트래블
 

우리가 익숙하게 듣고 있는 탱고는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발전해 왔다. 본래 탱고란 19세기 중반 이탈리아의 뱃노래와 스페인의 플라멩코, 쿠바의 아바네라, 아프리카의 탱가노 등의 리듬이 복합적으로 합해져 태어난 것이다. 그것은 당시 남미의 정치적, 사회적, 민족적 상황과 정서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바로 이러한 것들로부터 시작해서 1880년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빈민지역 춤인 밀롱가는 오늘날 탱고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글·사진 김선호(라끌로에프렌즈 대표)

실제로 탱고는 유럽에서 하층민으로 살다가 배를 타고 아르헨티나로 건너 온 유럽의 이민자들이 부에노스아이레스 근교의 항구에서 향수를 달래며 듣고 춤추던 음악이다. 이 탱고 음악에 사용되는 전통적인 악기 반도네온은 하층민이었던 이민자들의 고된 생활에 걸맞게 구슬프고 여운이 길게 남는 소리를 낸다. 바로 이 시기의 탱고를 나는 ‘탱고 1.0’으로 부르고 싶다.

이 ‘탱고 1.0’은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오히려 유럽으로 건너가 ‘탱고 2.0’으로 진화하게 된다. 이러한 진화의 중심에는 카를로스 가르델(Carlos Gardel : 1887 - 1935)이라는 걸출한 인물이 있다. 그는 프랑스 태생으로 네 살 때 어머니를 따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이주해 와서 1910년 음악계에 첫 발을 내딛는다. 그가 그렇게 추앙받는 이유는 예컨대 싸구려 선술집 음악이나 길거리 음악 취급을 받던 탱고를 클래식에 버금가는 세계적 음악 수준으로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그의 음반은 78RPM 축음기용 SP판으로 남아있고 또 이것을 리마스터링 해서 CD로 발매된 것이 있어서 지금도 들어볼 수는 있다.
 

1950년대 관능의 탱고는 새로운 ‘누에보 탱고’로 진화

한편 ‘탱고 2.0’은 또 한 번 커다란 전기를 맞게 된다. 1950년대 아직도 아주 관능적이고 반복적이며 원초적 본능을 불러일으키는 리듬의 탱고는 ‘누에보 탱고’라는 진화의 모습으로 변화해간다. 즉 ‘탱고 3.0’이 되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피아졸라(Astor Pantaleon Piazzolla : 1921 - 1992)가 있다. 그의 업적은 탱고를 클래식과 같은 세계적인 장르의 반열에 올려놓은 진정성이라고 하겠다. 즉 올드 가드 탱고의 요소에 재즈와 클래식 음악에서 받은 영감을 불어넣어 완전히 새로운 ‘누에보 탱고’를 창조해낸 것이다. 때문에 일부 전통 탱고를 지향하는 이들로부터 ‘탱고의 암살자’라는 비난을 받기까지 했으며, 1960년대 아르헨티나 군사정권마저도 그의 음악을 두고 너무 진보적이라고 깎아내렸다.

지금 소개하려고 하는 ‘Gotan Project’라는 그룹의 음악이 어쩌면 ‘탱고 3.5’ 쯤의 진화에 더듬이를 내밀고 여기저기 더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고탄 프로젝트는 1999년에 결성된 탱고 음악 멤버로서 활동 근거지는 주로 프랑스 파리이다. 첫 앨범은 2000년에 낸 ‘나는 고향으로 간다’ 쯤으로 해석되는 <Vuelvo Al Sur/El Capitalismo Foraneo>(싱글)이었고, 이듬해 ‘탱고의 복수’라는, 제목도 조금 이상한 <La Revancha del Tango>를 냈다. 이 음반은 1백 만 장 이상 판매되는 대기록을 세우면서 이들을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었다. 고탄 프로젝트의 음악적 기반은 아르헨티나 탱고이지만 나름 그들의 탱고적 진화를 위해 비트가 강한 내용을 삽입하거나 전자음악을 사용하기도 하며 때로 형식 파괴적인 노력도 보여준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2004년 내놓은 <DJ set>이다. 이 음반은 일종의 컴필레이션 음반이라고 하겠다. 그것은 그 옛날의 아니발 트로일로(Anibal Carmelo Troilo : 1914 - 1975)와 같은 전통적인 반도네온 연주자의 곡과 누에보 탱고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피아졸라의 음악, 그리고 자신들의 음악을 겉절이 김치를 담듯이 함께 버무려서 말 그대로 리믹스라는 이름으로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후 2006년과 2010년에도 각각 <Lunatico>, <Tango 3.0>이라는 음반을 발표했다.

이들의 음악은 알게 모르게 우리가 가끔은 들어봤던 것도 있다. 2004년 제니퍼 로페즈와 리처드 기어가 주연한 일본 영화의 리메이크 판 <Shall we dance?>의 춤추는 장면에서 사용되기도 했고, 그해 ‘탱고의 복수’에 있던 곡 하나는 영화 <Ocean’s Twelve>에서도 마지막 장면에 사용되었다. 또 2010년에는 톰 크루즈와 카메룬 디아즈가 주연한 코미디 영화 <Knight and Day>에서 <Santa Maria (del Buen Ayre)>가 사용되었고, 어떤 곡은 이른바 미국판 연속방송극인 <Sex and the City>에서 사용되기도 했다.

 

 

김선호 대표는...
1958년 강경출생. 외국어대학교 문학사, 성균관대학교 문학석사. (전)IT 관련 공기업 코레일네트웍스 대표이사 (현)라끌로에프렌즈 대표이사, 국제 펜클럽 회원. 음악 에세이 <지구촌 음악과 놀다>(2016 세종우수도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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