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9:10 (목)
 실시간뉴스
워싱턴의 ‘밥퍼’ 김재억 목사 미국 현지 인터뷰
워싱턴의 ‘밥퍼’ 김재억 목사 미국 현지 인터뷰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8.06.16 14: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004년 겨울 한인들이 많이 모여 사는 워싱턴 DC 주변의 애넌데일(Annandale) 한 공터에서는 남미 히스패닉계 사람들이 한 줄로 서서 누군가 나눠주는 점퍼와 오리털 파카를 하나씩 받아가고 있었다. 미처 겨울 옷가지를 제대로 준비해오지 못한 남미계 불법 이민자들에게 추운 겨울을 날 수 있도록 두툼한 겨울 외투를 하나씩 나눠주는 장면이었고, 이들에게 외투를 나눠주는 건 다름 아닌 한인들이었다. 그들은 ‘굿스푼’이라는 불리는 봉사단체였고, 히스패닉계 주민들에게 그 같은 봉사를 하고 있다는 말이었지만, 한인들이 히스패닉을 상대로 봉사한다는 특이한 점 말고는 당시 한인 사회에서는 ‘굿스푼’이라는 이름에 별로 주목하지 않았다. 누가 또 단체 하나 더 만들어 봉사한다는 명목으로 당국으로부터 예산 지원 받아 자기들이 챙기겠지 하는 생각들이 대부분이었던 게 사실이다.

기획_ 김재우 기자 취재 &사진_ 최철호(워싱턴 DC 통신원)

 
한국에서는 ‘밥퍼 목사님’으로 잘 알려진 최일도 목사가 노숙자들, 홈리스들에게 한 끼의 식사를 제공하면서 어려운 이들에게 식사는 물론 생명의 밥을 전해온 것으로 유명하듯 2004년 겨울부터 히스패닉들에게 외투를 지급해온 ‘굿스푼’이라는 봉사선교단체를 이끄는 김재억 목사(48) 역시 워싱턴 일대에서 이미 유명 인사다. 그가 지난 4년 동안 하루도 안 빠지고 워싱턴 일대 네 군데 장소에서 꾸준히 벌여온 식사 제공 봉사는 아무리 자선단체, 봉사단체가 많아 어려운 이들을 돕는 사례가 많은 미국에서도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본인은 이 같은 유명세를 극구 사양하지만 주변에서는 대부분 그를 알아볼 만큼 그는 이미 유명인이 됐다. 워싱턴 포스트지 2007년 10월 7일 자에 소개된 내용도 바로 이 같은 김 목사의 길거리 불우 히스패닉들을 위한 한 끼 식사 나줘주기 봉사 활동이었다.

하나님께서 내게 새로 주신 임무라 생각
‘굿스푼’은 말 그대로 ‘좋은 숟가락’을 뜻한다. 그가 거리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한 끼의 끼니를 뜰 수 있는 것이 스푼, 즉 숟가락이라는 점에서 착안, 이렇게 이름지었다고 한다. 성경에서 도둑을 만난 사람을 구해준 ‘Good Samaritan(좋은 사마리안 사람)’의 뉘앙스를 따온 부분도 있다고 했다. 그 이름에 걸맞게 그는 길거리에서 굶주리는 이들을 위해 오늘도 ‘밥퍼’ 최일도 목사처럼 하루 2백 인분의 식사를 해서 나눠주는 일을 매일같이 한다. 김 목사가 이 일을 시작한 것은 4년 전. 그가 미국에 온 때와 비슷하게 시작됐다. 남미 파라과이와 브라질에서 10년 넘게 기초 생활조차 어려운 인디오와 상파울루 시 극빈자를 돕는 일을 하다 미국으로 건너온 뒤, 길거리에서 마주친 이들을 외면하지 못해 시작한 일이 바로 굿스푼 봉사이다. 세계의 수도라는 워싱턴 DC 내에서 넘쳐나는 흑인 빈민을 돌보겠다는 야심(?)을 갖고 10년간의 남미 봉사 선교를 마치고 온 그는, 자신의 거처와 DC를 오가는 동안 엄청난 교통난 속에 차창 밖으로 쉽게 눈에 띄는 남미계 사람들에 시선이 다가간 것이다. 가뜩이나 한국 사람과 기질이 비슷한 남미 히스패닉 인종과는 전혀 문화 차이를 못 느낄 만큼 친근해진 상태였고, 반면 흑인들은 언어와 행동 패턴이 너무 달라 흑인들에 대한 빈민 봉사 사업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지쳐가던 그는 자연스레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히스패닉들에게 더 쉽게 발길이 다가가다 마침내 흑인 봉사를 아예 접고, 히스패닉계를 위한 봉사에 나서게 된 것이다.
“남미에서 10년을 지내다 보니 그들과 문화적인 충격도 없고, 또 언어에도 자신이 있어 이들의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려 어울리다 보니 이후 이것이 하나님께서 제게 새로 주신 임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어느덧 남미와는 뗄 수 없는 인연이 맺어진 것으로 받아들이는 듯 보였다. “언어에 자신 있다”는 그의 말은 ‘밥퍼 봉사’를 할 때 유감없이 나타난다. 한 끼 식사도 어려운 이들이 달려들어 식사를 할 때면 그는 언제나 그 전에 기도부터 한다. 유창한 스페인어로 이뤄지는 기도는, 한 끼 식사의 귀중함을 너무나 절실히 느끼고 있는 이들에게 종종 눈물과 감사가 충만한 시간이 되곤 한다.

목숨 걸고 온 미국의 빈민 생활자들
알다시피 미국 내에서 히스패닉이라고 하면 불법 체류자들이 곧바로 연상된다. 이들이 바로 그들이다. 체류할 신분도 아니면서 무작정 남미에서 목숨을 걸고 미국 국경을 넘어와 고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