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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이문동에 신생아로 버려진 미국 입양아, 제니 윌슨 "부모님, 꼭 만나고 싶어요"
동대문 이문동에 신생아로 버려진 미국 입양아, 제니 윌슨 "부모님, 꼭 만나고 싶어요"
  • 송혜란
  • 승인 2018.05.19 2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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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 윌슨. 미국 입양아로 자란 그녀가 친부모를 찾기 위해 방한했다.

▲ 생후 5개월 된 것으로 추측되는 제니 윌슨의 어릴 적 모습.


보고 싶은 부모님께 “친부모님, 저는 화목한 가정에서 잘 자랐습니다”

“저도 엄마가 되어보니, 알겠더라고요. 저를 버릴 수밖에 없었던 친부모님의 마음이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45여 년 전, 서울의 한 동네에 버려진 후 우여곡절 끝에 미국으로 입양 간 제니 윌슨. 다행히 좋은 부모를 만나 행복하게 자란 그녀가 불현듯 고국을 찾았다. 더 늦기 전에 자신의 친부모를 만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에서다.

올해 그녀의 나이 46세. 한국 이름은 김차밍. 1972년 3월 그녀는 서울 동대문에 있는 이문동 거리에 버려졌다. 몇 개월도 채 안 된 신생아였을 때다. 한 경찰이 그녀를 발견해 신고했고, 잠시 유아원에 머물던 그녀는 홀트를 통해 미국으로 입양됐다. 그녀가 친부모를 찾기 위해 가지고 있는 단서로는 어릴 적 사진 한 장과 입양 서류 몇 장이 전부다. 친부모가 그녀를 놓고 갈 때 이름과 생년월일 등 아무런 정보도 남겨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차밍이라는 이름과 현재 생년월일은 모두 홀트에서 새로 지어 준 것이다.
 

두 딸의 엄마 되어 친부모님 마음 알게 돼

영문도 모른 채 머나먼 미국으로 보내진 해외 입양인 제니 윌슨. 운이 좋게도 그녀의 인생은 순탄하게 흘렀다. 새 어머니는 늘 베풀기를 좋아하는 고등학교 교사. 어머니는 자신뿐 아니라 갈 곳 없는 한국 아이 세 명을 더 입양했다. 모두 입양아이지만 남매들끼리 사이도 꽤 좋은 편이다. 크리스천이었던 새 부모는 사남매 교육에 매진해 남부럽지 않은 회계사, 사업가로 거뜬히 길러 냈다.

특히 그녀는 새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현재 초등학교 교사로 활동 중이다. 캐나다 남자와 결혼해 화목한 가정을 이뤘으며, 슬하에 쌍둥이 딸들도 있다. 이에 그녀는 자신을 버린 부모를 원망할 법도 하지만 오히려 그들에 대한 감사함이 크다고 했다.

“엄마가 된 저도 딸들이 매일 어떻게 지내는지, 아프거나 힘든 일은 없는지 늘 마음을 쓰게 되는데요. 저를 낳아준 친 어머니도 마찬가지셨을 거예요. 저를 낳은 후 4~5개월 동안이라도 잘 보살피기 위해 얼마나 애쓰셨을까요? 결국 저를 길거리에 두고 와야 했을 때도 매우 힘드셨을 거예요.”

이런 그녀의 마음을 친어머니도 알게 되면 더 좋지 않을까? 이는 그녀가 다소 늦은 나이에 자신의 친부모를 만나야겠다고 결심한 이유이다.
 

제니 윌슨은 다음달 6월 초 캐나다로 돌아가기 전에 친부모 소식을 듣고 싶어했다.


“제겐 쌍둥이 유전자가 있어요”

그러나 해외 입양아의 친부모 찾기 과정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 터. 지난 5월 3일 그녀는 남편과 함께 수십 년이 넘는 세월을 거슬러 한국에 왔지만 친부모를 추적할 어떠한 실마리도 얻지 못했다. 처음으로 자신을 발견·신고한 경찰을 찾고 있다는 제니 윌슨. 그를 만나면 정확한 발견 날짜와 장소, 당시 자신이 입고 있었던 옷에 대한 정보라도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크다.

혹시 그때 ‘잃어버린 아이를 찾는다’는 내용을 다룬 기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과거 신문 기사를 탐독하는가 하면, 친부모가 실종자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에 DNA 검사도 진행, 미운동의 옛날 모습을 담은 아카이브를 뒤지는 등 여러 가지 퍼즐을 맞춰 가고 있다고 그녀는 힘겹게 이야기를 이어 갔다.

“제가 쌍둥이 딸은 낳은 것도 일말의 힌트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대개 쌍둥이를 낳는 것도 유전이라고 하잖아요. 남편 쪽에는 그런 유전자가 없거든요. 제 친부모님이나 친척 중에 쌍둥이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한글로 쓴 자필 편지

달랑 사진 한 장만 들고 어려운 모국 여행길에 오른 제니 윌슨. 설사 친부모를 찾는다고 해도 그들이 자신을 만나길 꺼린다면 또 한 번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는데…. 친부모님이 자식을 버린 죄책감이나 다른 사정으로 자신과의 만남을 거부할 경우 그녀는 자신의 인생에 대해 쓴 편지라고 전달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제가 손수 한글로 쓴 자필 편지가 있어요. 제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지요. 이 편지라도 전달해, 엄마에게 답장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서로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편지로나마 주고받는 것으로도 위로가 될 것 같아요.”

더욱이 자신을 낳아 짧게라도 키우느라 걱정 근심이 많았을 부모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는 제니 윌스. 한국에 온 그녀가 6월 초 캐나다로 돌아가기 전에 따뜻한 친부모의 품에 안길 수 있길 기도해 본다.

►다음은 한국말이 서툰 제니 윌슨이 어렵사리 자신의 친부모에게 한글로 쓴 자필편지 내용이다.

보고 싶은 부모님께,

갓 태어난 저를 반 년 동안 보살펴 주신 정성에 감사드립니다.
얼마나 힘드시고 어려우셨으면 저를 남에게 맡기셨어야 했을까요. 그러나 옳은 결정이셨어요.
저는 사랑이 넘치는 가족들과 미국 미시건주에서 자랐어요. 저의 양부모님께서는 저 이외에도 4명의 한국 아이들을 입양하셨고 저는 많은 형제들과 화목한 생활을 했어요.
저는 교사가 되었고, 쌍둥이 딸을 낳았고 조그만 사업도 했어요. 딸들은 벌써 19살이고 지금 대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저는 현재 좋은 캐나다 남편을 만나 캐나다에서 살고 있고 예쁜 강아지도 기르고 있지요.
이 짧은 편지가 사랑의 다리가 되어 만남으로 이루어지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제니 윌슨(jwilson2705@yahoo.com)
 

▲ 제니 윌슨이 친부모에게 쓴 자필 편지. ‘보고 싶은 부모님께’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자료 사진 제니 윌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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