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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Queen 다시보기] 1990년 10월호 -통한수기/창살 안 창살 밖
[옛날 Queen 다시보기] 1990년 10월호 -통한수기/창살 안 창살 밖
  • 양우영
  • 승인 2018.06.08 1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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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0월호
▲ 1990년 10월호 -통한수기/창살 안 창살 밖1
▲ 1990년 10월호 -통한수기/창살 안 창살 밖2

[옛날 Queen 다시보기] 1990년 10월호 -통한수기/창살 안 창살 밖

'통혁당 재건 사건'의 무기수 박기래씨 딸 금숙씨의 눈물 고백

"아버지는 창살 안, 우리는 창살 밖에 갇혀 살았어요"

74년 '통혁당 재건 사건'으로 사형 선고를 받고 복역중 무기로 감형돼 16년째 옥살이를 해오고 있는 '마지막 통혁당' 박기래씨. 주범인 재일 교포는 몇 달 전 특사로 풀려났는데, 종범인 그는 왜 아직까지 어두운 감옥 속에 갇혀 있어야 하는 걸까. 그의 둘째딸 박금숙씨에게 들어 보는 '저 쓰라린 세월'

어느 달밤 갑자기

추석 무렵이면 나는 왠지 밤하늘을 올려다보기가 두려워진다. 둥그스름한 달을 보면 '그날 밤'의 기억이 악몽처럼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한가위가 갓 지난 74년 어느 가을날 밤의 일이었다. 하늘엔 깎은 밤톨 만한 흰 달이 걸려 있었고, 아직 아이들이었던 우리 4남매는 공부방 창문을 열러 놓은 채 현악기를 연주하는 듯한 풀벌레 울음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엄마가 우리 방에 들어와서는 하얗게 질린 낯빛으로 말했다.

"얘들아, 큰일났다. 형사들이 아버지를 잡으로 왔어."

안방에 가 보니 정말 형사들이 바글바글했다. 스무 명도 넘어 보이는 그들은 장롱이며 책상 서랍 등 집안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아저씨들, 가택 수색 영장은 가져 오신 거에요?"

나는 그 중 그래도 맘씨 좋아 보이는 형사에게 당돌하게 물었다.

"학교에서 배우기로는 그게 없을 경우 무단 주거침입이 된다던데요?"

형사는 잠시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이더니 이내 '씩' 웃으며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주었다.(중략)

 

Queen DB

[Queen 사진_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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