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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캠핑 30대 주부 엿새째 실종, '실족사'에 무게
제주 캠핑 30대 주부 엿새째 실종, '실족사'에 무게
  • 최수연기자
  • 승인 2018.07.31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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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6일 제주 세화항 해상에서 실종 여성의 것으로 추정되는 슬리퍼가 발견됐다. 위에 사진은 실종된 최모씨(38).

제주에서 캠핑을 하다 실종된 30대 주부 최모씨(30, 경기도 안산시)가 엿새째 행방이 묘연하자 경찰은 최씨가 바다에 빠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색 범위를 넑혔다.

경찰과 해경은 현재까지 나온 정황들을 토대로 전문가들의 자문을 얻어 실족지점과 이동경로 등을 파악하며 엿새째 육‧해상을 수색하고 있다.

◇ 마지막 행적과 추적할 단서는?
 

▲ 지난 25일 밤 제주시 구좌읍 세화포구에서 실종된 30대 여성의 마지막 행적.

제주동부경찰서와 제주해양경찰서는 제주시 구좌읍 세화포구 부근에서 실종된 최모씨(38·여·경기도 안산)를 찾기 위해 엿새째 수색을 벌이고 있지만 31일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경찰의 말을 종합해보면 최씨의 가족으로부터 실종 신고가 접수된 건 지난 26일 오후 3시20분쯤이다.

최씨는 전날인 25일 밤 11시5분쯤 가족과 함께 묵던 카라반에서 홀로 나와 인근 편의점에서 소주와 종이컵 등을 구입했고, 이날 11시13분과 38분에 친언니에게 두차례 전화를 걸었다.

최씨의 남편 유모씨(38)는 아내가 들어오지 않자 26일 0시5분 바깥으로 나와 최씨에게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이날 새벽 2시30분쯤 세화포구로 입항하던 선장 김모씨(55)가 포구 난간 방지턱에 놓여있던 최씨의 휴대전화와 카드를 발견해 자신의 집으로 가져갔다.

진동상태여서 전화가 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김씨는 동이 튼 뒤 오후 3시쯤에야 최씨의 가족에게 휴대전화를 돌려줬다.

이때부터 경찰과 해경의 육·해상 수색이 시작됐다.

최씨의 소지품이 발견된 포구 난간으로부터 50m가량 떨어진 해상에서는 최씨가 신고 있던 분홍색 슬리퍼가 발견됐다.

최씨가 구입했던 소주와 종이컵은 26일 새벽 청소를 나온 환경미화원이 치운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미화원은 휴대전화가 발견된 포구 난간으로부터 20m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소주병을 주웠다고 진술했다.

실종 사흘째에 접어든 28일까지도 아무런 성과가 없자 경찰은 가족의 강력한 요청으로 공개수사로 전환, 편의점 폐쇄회로(CC)TV에 찍힌 최씨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수배 전단지를 배포했다.

수색 범위를 넓혀 나가던 중 30일 오전 10시30분쯤 세화포구에서 동쪽으로 약 2.7㎞ 떨어진 구좌읍 하도리 해상에서 나머지 슬리퍼 한짝이 발견됐다.

치수와 닳아있는 정도 등이 처음 발견된 슬리퍼와 모두 일치했다.

▲ (왼쪽) 실종된 최씨의 휴대전화가 발견된 포구 난간 방지턱. (오른쪽) 최씨가 구입한 소주병과 종이컴이 발견된 지점. 두 지점은 약 20m 가량 떨어져있다.

◇ 실족에 무게…실족 지점‧이동 경로 추정

경찰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이렇다 할 범죄 단서가 발견되지 않음에 따라 실족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음주상태였던 최씨가 포구 난간 방지턱에 걸터 앉아 있다가 포구 안쪽으로 추락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경찰은 당초 26일에는 세화포구를 중심으로 수중 수색을 벌였으나 현재는 동쪽연안을 타고 수색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나머지 슬리퍼가 포구에서 동쪽으로 흘러갔기 때문이다.

경찰은 문재홍 제주대학교 해양과학대학 교수에게 해류와 조류, 지형 등을 토대로 최씨가 실족했을 경우의 예상 경로에 대해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문 교수는 분홍색 슬리퍼가 하나는 세포포구 안쪽, 하나는 닷새후 하도리 해상에서 발견된 점에 비춰봤을 때 예상 가능한 실족 지점은 '포구 밖'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문 교수는 "포구 안에서 바깥으로 빠져 나오기가 쉽지 않다. 안쪽은 밀물과 썰물 영향이 아주 작은 곳이기 때문에 들어오는 건 쉽지만 나가는 건 어렵다"며 "안보다는 바깥에서 추락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실종 첫날 포구 안쪽에서 발견된 슬리퍼는 바깥에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며 "일반적으로 입구가 작은 포구에서는 흐름이 굉장히 약하기 때문에 안에 있는 사람이 바깥으로 흘러가기는 쉽지 않다"고 부연 설명했다.

제주연안의 조류 패턴을 분석한 문 교수는 "제주연안 해류는 밀물과 썰물 조류에 따라 북서쪽이나 남동쪽으로 가는데 지형상 남동연안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크다"며 "수면 아래 옷이 걸려있지 않으면 조류를 따라서 흐르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바다의 흐름을 정확히 표현하고 있는게 하도리에서 발견된 슬리퍼다. 실종자 역시 비슷한 속도로 같은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며 "연안에 붙어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육지와 떨어진 외해로 나가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31일 제주시 구좌읍 세화포구에서 해경이 실종된 최모씨(38, 경기도 안산시)를 찾기 위해 수중 수색을 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 캠핑여행중이었던 최씨는 지난 25일 오후 11시쯤 세화포구 인근에서 실종됐다.

최씨가 실족사했을 경우 왜 엿새가 지나도록 시체가 떠오르지 않는 지에 대해서는 강현욱 제주대 의대 교수가 답했다.

김 교수는 "물에 빠진 다음에 부패가 진행되면서 장 내 가스가 차서 부력을 얻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게 일반적"이라며 "하지만 상황에 따라 수일 후에 다른 지점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물에 잠긴 채로 떠내려갈 수도 있고 해류에 휩쓸리게 되면 꽤 멀리 가는 경우도 있다"며 "실제로 중문해수욕장에서 해수욕 중 실종된 사람이 4~5일 후에 서귀포 남원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경찰 전날까지 일평균 70여명을 동원했지만 육상과 수중 수색 인력을 대폭 늘려 31일 하루에만 241명을 투입해 최씨의 행방을 쫓고 있다.

바다에는 해경 경비정 4척을 동원하고 항공 수색을 위해 헬기 2대도 띄웠으며, 드론동호회에 도움을 요청해 드론 영상을 이용한 수색 작업도 벌이고 있다.


[Queen 최수연기자][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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