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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금강산' 美와北 사이 묘수 찾는 우리 정부
'개성공단·금강산' 美와北 사이 묘수 찾는 우리 정부
  • 최수연기자
  • 승인 2018.08.02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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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이산가족 상봉시설 개·보수 작업 진행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1일 강원도 고성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출경하고 있다.

최근 대북 제재 기조를 유지하는 미국과 소극적인 우리 정부를 압박하는 북한의 비판이 동시에 이뤄지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고심이 한층 깊어졌다.

정부는 미국의 대북 제재 강화 압박과 북한의 제재 완화 압박 사이에서 묘수를 찾지 못하며 일단 현상유지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의 지난 1일 금강산 방북은 북미의 압박에 끼인 상황이 반영된 정부의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천 차관의 방북 이유를 오는 20일로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을 앞두고 현장에 파견된 시설 개·보수 인력을 격려하고 시설을 점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의미 있는 북측 당국자와의 만남도 없었으며, 이산가족 상봉 외에 다른 현안과 관련된 행보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산가족 상봉을 앞두고 단순 현장 점검을 위해 통일부 차관이 방북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북측 역시 대북 주무부처 고위 당국자의 방북을 승인하면서 이렇다 할 정치적 행보를 보이지 않은 점은 다소 이례적이다. 

이를 두고 정부가 북한에 금강산 문제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비록 대북 제재 완화 문제와 관련한 유의미한 발언이나 당국자 간 만남이 없더라도 이례적 행보를 통해 금강산 문제를 환기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입장에선 천 차관의 방문이 불편할 이유가 없다. 천 차관의 방북 관련 보도에서 대북 제재 해제와 관련한 분석이 제기되는 것은 북한의 입장에서는 일말의 '소득'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대남 비난의 톤을 낮췄다. 신문은 '판문점 선언 이행의 주인은 우리 민족'이라는 제목의 정세론 해설에서 대남 비난의 톤을 낮추며 '주도적 남북 관계 설정'에 무게를 싣는 주장을 펼쳤다.

신문은 "현정세는 우리 민족으로 하여금 북남 관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독자적인 판단과 결심에 따라 풀어나갈 것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며 "판문점 선언이 채택된 후 북과 남 사이에는 여러 분야에 걸쳐 대화와 협력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올바른 주견을 가지고 민족적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를 적극 살리면서 판문점 선언 이행을 앞장에서 추동해 나가는 것이 당국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3일로 예정된 고(故)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15주기 관련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금강산 방문과 20일부터 일주일 간 진행되는 이산가족 상봉까지 금강산의 문 틈이 한동안 작게나마 열려 있는 것은 정부의 입장에서는 운신의 폭을 조율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신한용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년 5개월 동안 개성공단 전면중단으로 피해를 입은 입주기업인들이 공단 시설점검 필요성을 강조하며, 개성공단 방문에 대한 조속한 승인을 촉구하고 있다.

개성공단 재개 문제도 금강산과 비슷하다. 남북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설에 합의하고 관련 시설의 개·보수를 위한 작업을 진행하며 닫혔던 문 틈을 여는데 성공했다.

정부는 이후 '여건에 따라' 입주기업들의 개성공단 방문 및 시설 점검도 진행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1일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가 공단 폐쇄 이후 6번째 방북을 신청했을 때 미국 측에 관련 사안에 대한 의견을 구하는 등 구체적 검토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산 석탄의 환적 반입 문제 등 대북 제재에 '구멍'을 우려한 미국은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26일 마크 램버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을 파견해 남북 경제협력 기업들을 만나 "북한의 비핵화 전에는 경협 재개가 어렵다"는 입장을 전하는 '강수'를 뒀다.

정부는 램버트 부차관보 대행과 경협 기업들 간 간담회가 열린지 하루만인 지난달 27일 2주간 판단을 미뤘던 입주기업들의 방북 승인을 유보하는 사실상의 방북 불허 조치를 취하며 한 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같은 기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비공개로 미국을 방문해 대북 제재와 관련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적 조치 보다는 비공식 채널 가동에 무게를 두는 행보를 보인 것이다.

정부는 북미 비핵화 협상의 진전 여부를 지켜보며 미국과의 비공식 협의 등을 진행함과 동시에 북한에게도 잘못된 메시지를 주지 않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지난 1일 정례 브리핑에서 "개성공단은 가능하면 재개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서 국제사회와 협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역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의 진전에 따라 대북 제재의 완화로 입장을 선회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기한다. 비핵화 협상이 장기화될 경우 종전선언 전에 북한에게 안겨줄 일정 수준의 보상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미국을 설득하고 북한에 '긍정적 메시지'를 주는 전략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북한은 단계적으로 비핵화 조치를 취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남측으로부터 얻을 보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을 것"이라며 "예측하기 어려운 비핵화 완료 시점까지 미국이 대북 제재를 완화하기 않는다고 하면 북한은 오히려 비핵화 협상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Queen 최수연기자][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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