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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투병 중인 이해인 수녀 병상에서 남긴 편지 단독 공개
암 투병 중인 이해인 수녀 병상에서 남긴 편지 단독 공개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8.09.1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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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투병 중인 이해인 수녀
병상에서 남긴 편지 단독 공개

올해로 수도생활 40년, 시인생활 30년을 맞은 이해인 수녀가 어머니의 작고 1주기를 기념한 열 번째 시집의 원고를 탈고하자마자 지난 7월 뜻밖의 암 선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8월 10일 서울의 한 병원에서 수술과 치료를 받은 뒤 2주 만에 퇴원한 이해인 수녀는 자신의
팬카페 ‘민들레의 영토’에 투병사실을 밝히는 글을 올렸다. 수술 당일까지 가까운 지인들도 몰랐던 이해인 수녀의 투병기가 알려지자 많은 팬들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녀의 안부를 궁금해했다. 이해인 수녀와 연락을 취하던 중,
기자는 그녀가 병상에서 남긴 편지를 손에 넣게 되었다.


취재_ 엄지혜 기자 사진 제공_ 샘터, 서울신문 DB

 
 
“갑자기 깊은 병 진단을 받고 서울에 올라와 입원 수술하는 동안 큰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2주 만에 퇴원을 하고 다시 보는 저 하늘, 거리, 사람들의 모습이 더욱 새롭게 다가옵니다. 이승을 하직하는 영원한 작별인사는 아니지만 당분간은 오직 병과 동반해야 하므로 제가 여러분을 글로만 만나고 직접 뵙지 못하더라도 용서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부산의 성 베네딕도 수녀원 본원에서 항암치료
이해인 수녀의 투병사실이 알려진 지난 7월 23일, 많은 팬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3월에 서원 40주년을 맞아 여덟 번째 시집 ‘작은 기쁨’을 출간했던 터라 그녀의 투병소식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수술을 마치고 난 후 팬카페에 글을 남긴 이해인 수녀는 수술대에 오르기 직전 지인들에게 “당분간 연락이 되지 않더라도 걱정하지 마라”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갑작스럽게 연락이 되지 않을 때, 지인들이 놀랄 것을 걱정한 것이다. 시기를 보아 정식으로 치료의 길에 들어갈 예정이라는 짧은 인사를 남긴 이해인 수녀. 그녀가 어디에서 요양 중인지를 확인해본 결과, 부산의 성 베네딕도 수녀원 본원에서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가까스로 이해인 수녀를 간호하고 있는 수녀원 원장과 통화가 연결됐다.
“현재 회복기간을 가지고 있어 통화하기는 어렵습니다. 당분간은 모든 사람들과의 만남이 힘들 것 같습니다. 찾아와도 못 만나실 테고요. 편지로나마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 곳에서 응원을 해주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결국 이해인 수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는 없었지만, 출간을 앞둔 시집 ‘엄마’의 출판사 샘터를 통해 그녀의 안부를 들을 수 있었다.
이해인 수녀는 ‘어머니를 보내드리고 나서 아픈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을 전했다. 그동안 순탄하게 살아왔는데 투병의 고통을 통해 더 넓고 깊게, 모든 이들을 끌어안고 보듬을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현재 그녀는 원장 수녀로부터 치료에만 전념하라는 말을 듣고, 그 뜻을 따르기 위해 주변에 놓인 전화기나 컴퓨터도 없앴다고 한다.
“치료만 받아야 하니까 많이 답답합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방책을 마련했습니다. 무료한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궁리하다가 CD플레이어를 구했습니다. 시 낭송도 듣고 음악도 듣고 있습니다. 사실 너무 아프니까 좋은 생각도 안 나고 기도도 잘 안 됩니다. 그래서 세상엔 아픈 이들을 대신해주는 사람들이 필요하구나, 생각했습니다.”
대수술은 무사히 마쳤지만 앞으로 항암치료 등 더욱 험난한 길이 남아 있다. 이해인 수녀는 많은 이들이 보내준 관심과 기도로 열심히 ‘투병의 길’로 들어설 것을 약속했다.
“세상과 단절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저를 돌볼 겨를 없이 바삐 살아왔지만 이제 제 안으로 들어가서 사막의 체험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재충전의 시간도 가질 수 있으니 선물이고 또 기도의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올해로 수도생활 40년을 맞은 만큼 그동안 썼던 글과 했던 말을 정리하며 돌아보는 계기도 될 것 같아요.”
이해인 수녀는 현재 회복기간을 거쳐 항암치료 중이다. 두렵기도 하지만 겪어야 될 고독한 싸움을 잘 이겨내야겠다는 마음을 전해왔다.

잘들 지내시지요?
오늘 그리고 근래에 듣는 빗소리가 더욱 새롭습니다. 아니 모든 게 다 새롭습니다.
지난 6月, 제 생일을 ‘영상축하’ 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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