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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황정민의 아름다운 날들
아나운서 황정민의 아름다운 날들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8.11.1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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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포커스

라디오 DJ, 엄마, 아내로 살아가는 요즘
아나운서 황정민의 아름다운 날들

10년 동안 매일같이 청취자들의 아침을 열어주는 아나운서 황정민. 라디오계에서는 이른바 ‘황족’이라는 거대한 가족을 만들어냈고, 지난해에는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마냥 씩씩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눈물 많고 따뜻한 그녀의 속 깊은 일상을 들여다보았다.
취재_ 엄지혜 기자 사진_ 조준원 기자

"20년, 30년 장수 DJ가 되는 것은 욕심일까요?
사람들의 피로를 말끔하게 풀어주는 애인 같은 DJ로
건강한 아침을 열어드리고 싶어요"

지난 10월 8일, 그녀는 ‘황정민의 FM 대행진’ DJ를 10년 동안 맡아온 공로로 KBS 쿨FM에서는 최초로 ‘골든 페이스’를 수상했다. 자신의 얼굴을 본떠 만든 공로패를 든 그녀는 그간의 일들이 떠오르는지 살짝 눈시울을 붉혔다.
“10년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아요. 항상 재미있게 방송을 해서 그런 것 같아요. 처음에는 아침 일곱 시 방송이 정말 힘들었어요. 이렇게 익숙해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죠. 이제는 휴일에도 새벽부터 눈이 떠지고, 몸이 안 좋다가도 일곱 시가 되면 저절로 몸이 좋아질 정도예요.”
황정민은 10년 전, 이숙영, 최은경 아나운서의 뒤를 이을 진행자를 뽑는 오디션에서 당당히 발탁됐다. 인기 연예인들과의 경쟁 속에서 선발된 그녀는 아나운서로서는 쉽지 않은 2FM 라디오 DJ를 맡았고, 단 한 번의 펑크 없이 매일 아침 출근길의 동반자가 됐다. 초등학생이었던 청취자는 어느덧 직장인이 되어, 그녀에게 엽서를 보낸다고 한다.
“이제는 생활의 일부가 됐어요. 예전에는 ‘난 왜 이렇게 못할까’하는 자기반성이 많았어요. 잘하려는 욕심에 실수도 많이 했고요. 이제는 실수를 스스로 받아들이려고 해요. 제가 편안해지니까 청취자들도 너그러워진 것 같아요.”

당신의 모닝 파트너, 황정민입니다
청취자들의 문자만 봐도 마음을 알아채는 그녀. 고민 상담을 할 때면 섣부른 조언보다는 솔직한 의견이 먼저다. 이루어질 것 같지 않은 사랑에 마음 아파하지 말고, 현실적인 대안을 찾으라는 것이 황정민의 생각이다.
“제가 착한 DJ는 아닌 것 같아요. 보통 사연을 받으면 ‘힘내세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그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이야기인 거고요. 나름대로 제 경험을 떠올리면서 이야기를 해줘요. 독하더라도 진짜 해결 방안을 말해줘야죠(웃음). 요즘에는 사람들이 ‘고맙다’는 표현을 잘해줘요. 매일 아침을 지켜줘서 고맙다고 해주시고, 또 특별한 일도 아닌데 문자를 보내주시기도 해요. 그럴 때 가장 보람을 느끼죠.”
아쉬운 점이라면, 결혼하고도 아직까지 남편의 넥타이를 골라준 적이 없다는 것. 가족이 잠이 든 새벽에 집을 나서야 하기 때문에 아침밥을 짓는 것은 물론 누군가를 챙기기엔 역부족이다.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아요. 아침 방송 때문에 저녁 스케줄을 잡는 것도 힘들고요. 저녁에 무리하면 아침 방송에 몰두하기가 버거우니까요. 그런데 뭐, 어쩌겠어요(웃음). 다른 면에서 보충을 해야죠.”
어느덧 10년이라는 한결같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버릇도 많이 생겼다. 방송국에 오기 전 목을 풀기 위해 차 안에서 노래를 부르고, 아침은 커피로 시작한다.

워킹맘이 된 후 달라진 일상

2005년 정신과 의사 강이헌 씨와 웨딩마치를 올린 황정민은 지난해 7월 드디어 엄마가 됐다. 결혼을 하고 나니 주위에서는 “좋지? 일찍 할 걸 그랬지?” 하고 물어왔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그 기간 동안 남편과 일생 동안 싸울 걸 한꺼번에 다 싸웠다고 한다. 하지만 아기가 태어나고 남편에 대한 사랑과 신뢰는 점점 높아졌다.
“연애 시절 남편을 보면서 우리 아빠와 닮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딸은 아빠와 비슷한 사람을 신랑감으로 고른다더니 아마도 제가 그랬나 봐요. 결혼 전에 남편을 보면서 ‘이 사람은 좋은 아빠가 되어줄 수 있겠구나’ 하는 믿음이 들었어요. 남편이 어린 시절 주말마다 시아버님과 함께 여행 갔던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도 아버지처럼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는 말에 많은 점수를 준 것 같기도 해요.”

결혼이 늦은 편이었던 만큼 임신을 하자 많은 사람들로부터 축하를 받기 바빴다. 하지만 정작 그녀는 ‘브라보’ 하며 환호작약하게 되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남편이 의도하지 않게 협조를 못해줄 때도 그랬고, 배가 불러오면서 어떤 옷을 입어도 예쁘지 않다는 걸 알게 된 순간에는 더더욱 그랬다.
“왜 이럴까 싶어 아기를 낳은 선배 엄마들에게 밥을 사가며 노하우를 물어봤어요. 그들은 제 종알거림을 들으며 ‘정민아, 지금이 제일 예쁘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는 쉽사리 이해를 못했는데, 배가 불러오자 어느 순간부터 아이가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동시에 아이를 위해 특별한 뭔가를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녀가 아기를 위해 가장 열심히 한 것은 태담을 들려준 일이다. ‘남자의 저음으로 책을 읽어주는 것이 좋다, 아빠가 읽어주면 아기가 뱃속에서 아빠에게 친숙함을 느끼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는 남편에게 동화책을 읽어달라고 했다.
“아기가 제 뱃속을 빠져나온 순간을 정말 잊지 못해요. 너무 여리고 가늘어서 숨도 쉬기 힘들고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아기가 제 배 위에서 ‘응애’ 하고 울고 있었죠. 아기를 본 순간 머릿속에 든 생각은 ‘앗! 우리 신랑이다’였어요(웃음).”
하지만 기쁨도 잠시, 아기가 태어나고 처음 며칠간은 함께 있지 못했다. 아기가 양수를 먹어 호흡 곤란과 신생아 황달 증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호흡 곤란은 다행히도 하루 만에 폐가 확장되어 산소마스크를 떼어낼 수 있었지만, 엄마로서 받은 충격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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