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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정 아나운서의 책 그리고 사람을 만나다
최원정 아나운서의 책 그리고 사람을 만나다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8.12.1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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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하게 책의 진정성을 그려내는 프로그램 ‘낭독의 발견’. 아나운서라면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프로그램이다. 지난 3월부터 진행을 맡고 있는 최원정 아나운서는 요즘 책이 주는 매력에 푹 빠져 있다. 평소에 궁금했던 작가, 건축가, 배우 등과의 만남 속에서 팬 미팅을 하는 기분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취재_ 엄지혜 기자 사진_ 우미진(프리랜서) 촬영협조_ 일마레(02-783-7777)

“예전에는 사회과학 서적을 많이 읽었는데,
‘낭독의 발견’을 진행하면서부터 소설과
시, 문학 장르에 매력을 많이 느껴요.
그래서 감성적인 이야기를 찾아서 읽고 있어요”

 
낭독하면 의미가 새로워지는 책
아나운서들이 가진 공통된 이미지는 반듯하고 세련된 인상. 최원정 아나운서는 여기에 몇 가지 이미지를 더하고 있다. 편안함과 인간적인 매력. 오랫동안 ‘6시 내 고향’을 진행해온 탓도 있지만, 상대를 편안하게 하는 장점은 방송의 분위기를 더욱 살려준다.
“낭독의 발견은 한 번쯤 해보고 싶은 프로그램이었어요. 사실 처음에는 막연히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이제 책임감도 많이 생긴 것 같아요. 워낙 마니아층이 두터운 프로그램이기도 하고요.”
초대 진행자는 배우 송선미, 두 번째는 방송인 정지영, 바로 전에는 황수경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았다. ‘낭독의 발견’은 책과 사람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이끌어가야 하기 때문에 진행자의 차분한 이미지가 빛난다. 각기 다른 개성으로 이어온 ‘낭독의 발견’은 첫 방송을 시작한 지 어느새 5년을 넘어서고 있다.
“출연자를 섭외하거나 낭독할 책을 찾을 때 같이 회의를 하곤 해요. 어떤 글귀를 낭독해서 이런 이야기를 끄집어냈으면 좋겠다든지,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경우에는 사랑에 관한 책을 찾아보기도 하고요. 누구를 초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해요.”
진행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누구보다 아이디어 회의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그동안 거쳐온 진행자들과 또 다른 편안한 매력으로 초대 손님을 대한다. 그녀가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출연자의 신상정보 파악하기. 그리고 관련된 책이나 신문, 잡지, 인터넷 등을 통해 정보를 수집한다. 리허설 전에 미리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빼먹지 않는다.
“너무나 귀한 시간이죠. 예전에는 소비적인 프로그램을 많이 해서 내 것을 다 털어내야 한다는 느낌이었지만, 낭독의 발견은 얻어가는 게 정말 많아요. 좋은 책, 구절들을 가슴에 새기게 되고 그분들을 통해서 귀한 삶의 자극도 받고요. 삶의 원동력이 될 만큼 좋은 프로그램을 하고 있어서 행복해요(웃음).”
‘낭독의 발견’은 원칙이 하나 있다. 연출해서 만들어진 방송을 하지 않는다는 것. 때론 유명한 사람들이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출연 요청을 원하기도 하지만, 책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고 책과 관련된 사연이 없다면 애써 무리수를 두지 않는다. 진짜배기 사연과 감정으로 방송을 만들기 때문에 진심과 소통이 담겨 있다. 11월부터는 방송을 한 시간 앞당겨 더욱 편안하게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이야기를 활자로 봤을 때, 또 좋아하는 구절을 낭독하다 보면 정말 느낌이 다르게 다가와요.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거죠. 언어가 사고를 규정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내가 생각하고 행동하고 느낀 많은 것들을 언어로 정리하면 새로운 생각, 감정이 생기니까요. 이게 책의 매력인 것 같아요.”
무언가 머리에 남는 것 같아 사회과학 서적을 많이 읽었지만, ‘낭독의 발견’을 진행하면서부터는 감성적인 소설이나 시를 즐겨 읽게 됐다. 의외로 냉철하고 이성적인 성격인데, 요즘에는 감정에 충실해진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꼭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과의 만남
같은 방송국 기자인 남편은 그녀가 ‘낭독의 발견’을 녹화하는 날이면 꼭 물어보는 말이 있다. “오늘 출연자는 누구야?”라는 것. 평소 궁금했던 사람들이 나오면 남편은 직접 스튜디오에 찾아와 방송을 구경한다. 이동진 영화 전문기자가 출연했을 때는 방청석에 앉아 있었고, 소설가 김훈과 경기도지사 김문수가 나왔을 때는 뒤풀이까지 참석했다.
“제가 ‘낭독의 발견’ 진행을 맡고 나서 남편이 더 좋아했어요. 만나는 사람들이 욕심나나 봐요(웃음). 방송을 보면서 굉장히 즐기고 모니터도 꼼꼼히 해줘요.”
‘낭독의 발견’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은 그녀에게 너무나도 극진하다. 책에 얽힌 그들의 사연을 들으면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어린아이처럼 웃기도 한다. 최근에는 배우 김민선이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떠올리며 낭독을 할 때는 꼭 한 번 안아주고 싶었다고 한다.
“김민선 씨가 정말 펑펑 우는데, 언니 같은 심정으로 안아주고 싶었어요. 다른 녹화가 있어 바로 가서 아쉬웠죠. 사람이 너무 곱고 예쁘고 그래서 인상이 참 좋았어요.”
건축가 신효상이 출연했던 날도 잊지 못한다. 굉장히 바쁜 시간을 쪼개 어렵게 섭외해서 긴장하고 있었는데, 막상 녹화에 들어가니 무장해제된 모습이었다.
“도전 골든벨 진행할 때 팬이었다면서 너무 반가워하시는 거예요(웃음). 정말 ‘히히히’ 웃으면서 말씀하시는데 감동스러웠죠. 언제 술 한 번 사주겠다고 연락하라고 하셨는데 아직까지 못 드렸네요. 워낙 바쁘신 분이라서 연락이 될지 모르겠지만, 아마 웃으면서 반갑게 맞아주실 것 같아요.”
인상 깊은 출연자를 이야기해달라고 하니 주저 없이 다양한 사람들의 이름이 흘러나온다. 평소 팬이었던 기타리스트 이병우가 나왔을 때는 CD를 들고 가 사인까지 받았고, 소설가 김훈을 만났을 때는 만남 자체로 감격스러웠다. 고규홍 나무칼럼리스트와는 가끔 여의도에서 술 한잔을 기울이기도 한다.
“가끔 팬 미팅을 하는 기분이 들 정도예요. 어디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분들이 나오시니까요. 최근에 방송국을 오가다 배우 김영호 씨를 만났는데 영화 개봉했다면서 언제 식사 한 번 하자고 했어요. 감사하죠(웃음). 그런데 아쉽게도 생각만큼 깊은 인연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토크쇼가 아니고 책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보니, 정신적으로 영혼은 친해지는 것 같지만 오빠, 동생, 누나 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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